종합편성채널이 논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의 다시보기 영상을 재편집하거나 삭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TV조선 ‘뉴스쇼판’이 9일 보도한 ‘통진당 이력 깜깜...무소속 간판 선전’리포트 다시보기 영상이 TV조선 홈페이지와 포털에서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 북구와 동구의 무소속 총선 후보인 윤종오·김종훈 후보가 통합진보당 이력을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이날 보도에서 TV조선은 “통진당 출신인 걸 알리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력에서 통진당의 이력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리포트에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스스로도 통진당이 국민 앞에 내세우기가 껄끄럽다. 자신이 없다는 거죠”라고 발언했다.

▲ 다시보기가 삭제된 지난 9일 TV조선 '뉴스쇼판'의 리포트.
TV조선은 해당 보도가 논란이 되자 다시보기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리포트를 취재한 TV조선 기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에는 문제가 없다. 논란이 되니 데스크가 판단해서 삭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윤종오·김종훈 무소속 후보는 지난 11일 해당 보도가 악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냈다. 

종합편성채널이 뉴스 다시보기 영상을 삭제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채널A 종합뉴스에서 박상규 앵커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사진, 이른바 영정”이라며 사진을 ‘영정’이라고 실수한 발언이 논란이 되자 채널A가 다시보기 영상을 삭제한 바 있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지난 11일 오후 발표한 종편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종합평성채널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경우 논란이 될만한 내용을 다시 편집해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지난 8일부터 2주간 채널A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널A ‘직언직설’의 방송분량을 실제 방송분량과 비교한 결과 실제 방송시간은 75분 가량이지만 홈페이지에 올라온 분량은 4월1일 방영분을 제외하고는 70분이 넘지 않았다. 

▲ 채널A '직언직설' 실제 방송분량과 다시보기 방송분량 비교. 총선보도감시연대 보고서 재가공.
특히 3월28일 ‘직언직설’ 방영분의 경우 3분짜리 영상만 올라왔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삭제된 분량을 확인한 결과 안철수 대표가 17년 만에 술을 먹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중2병에 걸렸다(김우성)”고 비판하고 “김종인 대표는 누구와 같이 밥 먹는 것을 본적이 없다”, “혼밥남?”, “안철수 대표는 우유맛 캐러멜을 좋아한다” 등 야당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3월31일 ‘직언직설’ 방영분은 홈페이지에 올라오지 않았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이날 방영분을 보면 김무성 대표의 행보는 7분, 김종인 대표 행보는 2분 30초 다루는 등 편파적인 구성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직언직설’에 출연한 패널들은 “비례대표 운동권 출신들 몇 명 당선안정권으로 꼽아 넣으려다 호남 전체를 잃게 돼 있는 것(신지호)”, “(박영선 의원은) 눈물만 흘리지 않았어도 중앙정치 훨씬 잘 됐을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이종근)”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추측성 발언이 많았다.

4월8일 ‘직언직설’은 조윤선 전 장관을 가리켜 “박근혜 대통령 전령사”, “마지막 특효약”이라며 치켜세우고 “강점이 미모다”라며 정치 현안과 관련없는 외모를 언급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말에 일관성이 없다” “호남과 친노가 손을 잡아야 한다면서, 호남민심 때문에 민주정부 수립이 어렵다고 한 것(신지호)”등 비판적인 발언을 내보냈다.

총선보도감시연대에 따르면 이 외에도 채널A  ‘뉴스특급’ 4월 10일자와 3월 24일자 대담 영상이 삭제됐고, 채널A ‘뉴스 스테이션’ 4월 9일자 영상 중 일부가 삭제됐다. 채널A ‘쾌도난마’ 경우 3월 21일과 29일 영상이 삭제됐고, 채널A ‘시사인사이드’의 3월 9일자 일부 영상이 삭제됐다.

삭제된 내용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경우가 많다. 선거방송심의위는 △근거 없는 내용을 사실처럼 언급 △정치인 희화화와 조롱 △여야 정당이나 정치인을 다룬 분량의 지나친 불균형 등에 대해 제재를 내려왔다. 지난 4일 기준으로 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지상파, 종편, 보도PP 제재 51건 중 37건이 종합편성채널에 내려지기도 했다. 이 중 TV조선과 채널A에 내려진 제재만 34건에 달한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이 같은 종편의 영상 삭제와 재편집에 관해 “특정 정치인과 세력을 비하하고 비난했거나, 선거 시기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내용을 방영했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감시연대는 또 “생방송은 방송사고 수준으로 비정상적인 발언이 쏟아지도록 방치해놓고, 문제 발언이 나오면 ‘제작진의 의도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자막을 깔거나 네티즌 의견이라고 포장하더니, 이제는 아예 영상 자체를 업로드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영상 삭제 및 재편집이 심의 제재를 감경받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심의 안건에 오른 다시보기 영상을 삭제할 경우 심의 제재 수준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심의를 할 때 제작진이 사전에 다시보기 영상을 삭제를 하면 일반적으로 제작진이 잘못을 인정하고 자체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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