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는 따뜻한 봄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우울증 월별 건강보험 진료현황’에 따르면 초봄에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가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하거나, 계절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 변화에 대한 부적응 등이 그 이유다. 일반 우울증과 증상은 같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면 우울증’은 더욱 위험하다. 최근에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상태에 빠지는 ’번아웃증후군’을 앓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생활 속에서 받는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는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내면의 상태를 체크하고 진짜 감정을 마주해야 할 때다. 오늘 하루 의욕 저하, 무기력증, 우울에 시달린 당신을 위한 처방’책’을 소개한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전한 기시미 이치로는 신간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을 통해 ’행복’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개인의 내면으로 끌어와 이야기한다. 어느 날 갑자기 밀려오는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괴로움, 과거에 발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고단한 마음을 그는 다시 한번 아들러 심리학을 활용하여 달래고 있다.

그가 중요하게 전하고 있는 메시지 중 하나는 ’있는 그 자체로의 인정’이다. ’행복’을 연구했던 철학자들조차 실제로 행복한 삶을 영위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인생의 크고 작은 시련들은 인생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고단함이라는 점을 알고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부재, 남동생의 죽음, 그리고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생사의 경계를 오갔던 순간들. 그 과정 속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삶이 간절했던 작가가 지금의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오롯이 기록되어 있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 것, ’나약함’을 무기로 장착하지 말 것, 실수를 인정할 것, 바로 지금 나에게 집중할 것. 그가 말하는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의 첫걸음은 그리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을 위한 현실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존편>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존편>의 저자이자 심리치료사인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전작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서, 넘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일컬어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 정의했다. 이번 신작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할 만큼 많은 이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늘 자신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춘 ’거짓 자아’를 구축하고, 속으로는 남들과 다른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어 보며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남들에게는 언젠가 이런 모습이 들통이 날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이는 남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욕구로까지 번진다.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자괴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이들은 칭찬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럴 때 저자는 온갖 이유를 달아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대신,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칭찬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거다." <마음의 사생활>

마음의 병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나’에 대한 오해 때문일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김병수 저자는 신작 <마음의 사생활>을 통해 심리에 관한 잘못된 고정관념들을 재정비하고 ’나’를 오해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의지력은 닳아 없어지는 유한자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지력은 정신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의지란 정신이 아닌 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 여기고 긍정적 생각만을 강요하는 것도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들도록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꺼림칙하고 피해야 할 것을 밝혀내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우울의 감정은 ’지치고 힘드니 쉬어야 한다’라는 신호라고 한다. 불안은 위험을 알려주기 위한 경고 장치이며, 분노는 정체성 혹은 존엄과 연관이 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인정을 권한다. 우리는 누구나 외로우며 지금 당장 외롭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외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곁에 가족과 친구가 있어도 완벽하게 연결될 수 없는 간극은 있기 마련"이고, 곧 "인간은 타인에게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위로와 함께 외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내면의 진짜 감정과 마주하기 <감정의 재발견>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한 발 물러나 ’나는 이 감정을 어떻게 느끼게 되었는 가’를 생각해보자. 최고의 인문 심리서로 꼽히는 <감정의 재발견>은 다각적인 통찰을 통해 감정의 정체를 제대로 식별하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뇌 신경과학자인 저자 조반니 프라체토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인간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인 분노, 죄책감, 불안, 슬픔, 공감, 기쁨, 사랑 총 7가지 대표적인 감정을 실생활의 에피소드를 통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도록 안내한다.

예를 들어,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 는 친구와의 에피소드를 들어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을 탐구하거나, 영화나 연극을 보며 느끼는 공감을 통해 현실과 허구 사이의 감정에 대해 분석하고, 첫눈에 반한 상대와 시작한 자신의 연애담을 이야기하며 처음에는 불타오르던 사랑이 왜 점차 식어가는지에 대해 탐구하기도 한다. 이 과정들은 곧 ’내면의 진짜 감정과 마주해야 할 이유’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한다. 나의 진짜 감정을 안다는 것은 결국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를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고, 이것이 곧 진정한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인생의 얽힌 수많은 수수께끼는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 깊숙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말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의 여행’이 그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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