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에서 정당별 미디어 공약을 비교한 결과 새누리당의 공약이 가장 부실하고, 정의당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됐다.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김환균 위원장)이 발표한 ‘제20대 총선 정당별 미디어 공약 비교·분석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해직 언론인 복직 대책 등 ‘언론의 자유와 독립’ 분야 공약과 방송·출판업계 종사자들의 노동 기본권 보장 등 ‘미디어 노동’ 관련 공약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유료방송사업자와 포털사업자 등 콘텐츠 유통사업자에 대한 규제 공약도 내놓지 않았다. 

언론노조는 총선을 앞두고 신문과 방송뿐 아니라 미디어 산업 전반에 걸친 6개 정당(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노동당·녹색당)의 정책 공약을 비교·분석했다. 

각 정당의 공약은 크게 △언론의 자유와 독립 △미디어 콘텐츠 진흥과 규제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및 플랫폼 규제 △미디어 노동 △이용자 보호 및 권리 증진 △기타 공약으로 분류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공영방송(KBS·MBC)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공약을 제시했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언론인 대량 해직과 관련한 청문회 또는 특별법 제정도 주장했다. 

지난 2012년 10월30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반면 새누리당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관한 어떤 공약도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제작 자율성 확보는 지난 대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약임에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의 개정안 발의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언론노조는 “언론인 대량 해직과 관련된 청문회나 특별법 제정 또한 여당과의 협의가 없이는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럼에도 야 3당의 공통공약으로 제시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어, 20대 국회 회기 동안 지속해서 제기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당별 미디어 공약 비교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미디어 노동’ 분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이와 관련한 공약이 없었고, 더민주는 방송 콘텐츠 산업의 비정규인력의 노동권과 제작 스태프의 최저임금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디어 산업 전반의 비정규직 직종을 고려하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의당은 방송을 포함한 문화산업 분야의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정상화를 공약으로 제시해 차별성을 보였다. 언론노조는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지위와 그 범위가 다양하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금의 공약에서는 각 당이 공통으로 추진할 구체적인 영역이 명확하지 않고 그 우선순위 또한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행 가능성 면에서도 정의당의 공약이 가장 많았다. 언론노조는 정의당 공약 중 △국제홍보방송 위상 정립을 위한 아리랑국제방송법 제정 △지역언론의 디지털 혁신 지원 △소수 독립언론 활성화 제도 마련 △10인 미만 중소출판사 근로감독 강화 및 근로기준법 준수 등이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무엇보다 ‘미디어 노동’ 관련 공약은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의당과 노동당은 물론 더민주의 공약까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쉬운 해고’와 파견업종의 확대만으로도 노동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업종보다 그렇지 못할 업종이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더민주 공약에 포함된 유료방송사업자와 협력업체 간 공정 거래,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및 고용 안정을 방송법을 통해 유료방송사업자의 공적 의무로 부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성 있다고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이 모두 주목한 분야는 케이블과 위성, IPTV(통신 3사)로 이뤄진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다. 언론노조는 “영화와 신문, 서비스 업종에 확대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방송 부문에서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유료방송사업자와 지상파·PP·기타 콘텐츠 사업자와의 공정거래, 이용자 참여를 보장할 사회적 책무 부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야당 모두의 협의와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또 현재의 종편 규제를 지상파와 동일한 수준으로 정상화하자고 주장했는데, 지상파 규제를 종편이 속한 PP 수준으로 완화하자는 것인지, 종편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자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따랐다. 

언론노조는 “정의당이 제안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법적 지위 명료화’와 ‘종편 관련 재허가 요건 강화’에 야 3당의 공조가 우선 이뤄져야 하고, 그 이후 종편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제안했다.

이외 주목할 만한 공약으로는 더민주와 정의당·녹색당이 제안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심의 방식에 대한 개선, 정의당이 제안한 △포털사업자들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정상화, 국민의당과 녹색당의 △(인터넷)망중립성 강화, 녹색당의 △개인정보 상품화 금지와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의 독립성 강화 공약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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