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0일 고용노동부의 ‘일반해고 지침’ 초안이 공개되자 언론은 ‘쉬운해고’가 아니며 오히려 정부 지침이 일반해고를 막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해당 지침으로 인해 저성과자 해고까지 5년이 걸린다는 보도도 있었다. 아래는 관련 기사 제목이다. 

“6개월 재교육 후에도 여전히 성과 낮으면 해고 가능”(매일경제)
“저성과자 재교육, 퇴출에 이용돼선 안돼…안전장치 강화”(동아일보)
“일반해고 지침이 쉬운해고? 재계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한국경제)

매일경제는 1월23일 기사에서 “우려와 달리 업무능력과 관련한 ‘통상해고’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후 교육훈련, 배치전환 기회 등의 절차상 전제조건이 까다롭다”며 “한두 달 만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적어도 6개월 이상 재교육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기업에 있다”고 보도했다. 

▲ 1월23일 매일경제 3면 기사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29일 기사에서 “정부는 이처럼 ‘안전장치’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초안을 마련해서 노동계와 협의한 뒤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따질 수 있는 기준도 마련된다”며 노동계가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1월25일 “재계는 오히려 저성과자 해고가 더 어려워졌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1월23일 기사에서도 “인사평가에만 최소 2~3년 걸리고 교육훈련, 재배치 등의 기간까지 포함하면 저성과자 한 명을 해고하는 데 5년은 걸린다는 얘기”라는 한 중소기업 대표의 발언을 인용보도했다.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실은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발간된 ‘노동리뷰 4월호’에 실린 ‘인사평가제도의 실태’ 연구 결과는 △저성과자를 강제 할당하는 방식 △비교적 짧은 기간의 인사 평가 △상당히 짧은 재교육 기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율로 저성과자를 ‘배분’한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501곳 중에 67.1%(335곳)에 이른다. 특히 1000인 이상 기업 중에서 74.6%가 강제할당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기업규모가 클수록 강제할당방식의 활용 비율이 높았다. 사실상 저성과자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저성과자 교육 프로그램을 가진 기업들의 재교육 기간. 사진=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4월호
그러나 이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 중 상당수가 최소 1년 또는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인사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론적인 기준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최소 1년 또는 최소 2년이라는 기준이 저성과의 지속성 측면에서 종업원들에게 얼마나 수용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상당 기간’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인사평가 이후에 이어지는 재교육도 문제다. 해당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기업 중, 재교육 프로그램의 기간이 90일 미만인 경우가 76.5%로 드러났다. 심지어 재교육 프로그램 기간이 10일 미만이라고 답한 기업도 57.4%에 이른다.

재교육 프로그램 기간이 10일 이상 30일 미만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9%, 30일 이상 90일 미만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3.2%였으며 90일 이상 180일 미만으로 답한 기업은 14.7%였다. 180일 이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8.8%에 불과했다. 사실상 ‘면피용’ 교육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처럼 단기간 동안에 실시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만큼 업무능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저성과자 교육 프로그램이 ‘설계는 육성이나 목표는 퇴출인 상시적 구조조정 프로그램’ 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 보다 충실히 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언론들이 “6개월 재교육” “걱정하던 쉬운 해고는 없었다” “안전장치 강화” “오히려 해고가 더 어려워졌다”고 보도하던 저성과자 프로그램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던’ 언론 가운데 정작 이런 현실을 보도한 곳은 없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