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지들이지. 경제지는 깡패들이고.” 한 종합일간지 기자의 푸념이다. 언론사들의 신문 부수 확장 시즌이 돌아왔다. 신문 부수를 집계하는 ABC협회의 조사가 빠르면 8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편집국 기자들도 그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앙일보, 갤럭시탭 나눠주고 “5부 유치해오라” 

중앙일보 기자들은 최근 일제히 ‘갤럭시탭’을 받았다. 부수확장에 대한 ‘포상’ 성격이다. 평기자 기준 지난해 확장 목표는 3부였으나 올해는 5부로 늘어났다. 갤럭시탭의 가격은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 상당이다.  

▲ 사진=이치열 기자
문제는 갤럭시탭을 받은 시점이다. 기자들은 확장을 하기도 전에 5부 확장에 대한 상품부터 먼저 받았다. 기자들에 따르면 원래 중앙일보는 1부 확장 당 2만원의 사내 쇼핑몰 포인트를 지급했다. 때문에 1부를 하든 3부를 하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품을 먼저 지급하는 바람에 기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 반강제적인 성격이 좀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신문 만드는 회사니까 구성원인 기자도 신문을 팔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만약에 5부를 못 채우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깎겠다는 것인지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기업을 출입하는 기자에게는 5부가 많은 게 아니지만 경찰이나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3월 25일 조선일보 사보
조선일보, 일반인도 구독확장하면 월 3000원

조선일보도 최근 대대적인 부수 확장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5일자 사보를 통해 4월1일부터 오는 6월30일까지 3개월간 사원확장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원확장대회를 통한 조선일보의 확장 목표는 5만부다.

특이한 점은 일반인도 확장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이라면 사이버센터장으로 등록한 다음 1부 유치당 매달 3000원을 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는 기존 확장대회보다 1000여명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료 부수, 특히 일반 가구 부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방법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일보의 경우 평기자들에게 ‘할당’ 하는 방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10년차 기자는 “다른 언론사보다 그런 부담은 적다”며 “회사에 들어와서 강제 할당이 있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신경은 쓰이지만 강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조선미디어그룹 한 관계자는 “몇년 전에 산업부 부장이 3000부 정도 구독 유치를 했던 것으로 안다”며 “산업부 부장이나 차장은 구독유치가 별로 어렵지 않다.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다. 기업은 (신문을) 잘 봐준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도 “할당은 아니”라고 말했다. 

▲ 가판대 신문. 사진=이치열 기자
1등 하려고 확장대회 마지막 날 1100부 입력

동아일보는 아직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한 기자는 “편집국 평기자들은 성의를 보여주는 정도만 하면 된다”며 “면피용으로 1부 정도라도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하는 분위기지 무조건 해야한다는 건 아니다. 0부는 쪽팔리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동아일보 관계자는 “강제 할당은 아닌데 부장들이 눈치를 준다”며 “절대 압박이 없지 않다. 일부는 굉장히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주 주재기자가 확장대회 마지막 날에 한꺼번에 1100부를 입력한 일도 있다. 미리 입력하면 1등 못할까봐”라고 말했다.

신문들의 공격적인 부수 확장은 오랜 일이다. 업계가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는 부수 때문에 살인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6년 7월16일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중앙일보 남원당지국 직원들은 사건 당일 새벽 조선일보 남원당지국 사무실에 들어가 “왜 남의 독자를 빼앗아 가느냐”며 미리 준비한 부엌칼을 휘둘러 조선일보 지국 총무 김아무개(24)씨를 숨지게 하고 지국장 조아무개(29)에게 중상을 입혔다. 

▲ 1996년 한겨레 기사.
신문사 지국 “부수 유지도 빠듯하다”

신문사들의 대대적인 사내 확장대회는 이렇게 ‘열성적으로’ 부수 확장을 담당하던 신문사 지국이 더 이상의 확장을 하지 못하자 그 부담이 편집국 기자 등 구성원에게 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지국이 어려워지던 시기와 기자들을 통한 확장 압박이 심해진 시기는 7~10년 전으로 시기가 겹친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신문사 지국 지국장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부수가 많다”며 “하지만 그만큼 ‘중지’도 많다. 보통은 5% 정도 중지가 나는데 이거 메워서 유지하는 것도 힘겹다”고 말했다. 이 지국장은 “오히려 한겨레는 보는 사람만 보기 때문에 판촉도 잘 안되지만 중지도 안 난다”고 말했다. 

이는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2014년 일간지 부수공사결과를 보면 조중동 합계 발행부수 365만부, 유료부수 283만부다. 한겨레는 발행부수 24만부, 유료부수 20만부를 기록했으며 경향신문은 발행부수 22만부, 유료부수 17만부로 나타났다.

조중동의 경우 전년도보다 소폭 상승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 ABC협회 부수공사 당시 조선일보는 175만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153만부의 유료부수를 나타냈다. 조중동 합계 200만부 정도가 떨어진 것. 

▲ 그림=차현아 기자
“부수가 곧 영향력? 너무 촌스럽다”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신문 부수를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문 구독자가 없는 현실에서 그 부담은 기업이 떠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14.3%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한 다른 종합일간지 광고팀 관계자는 “사실상 부수와 광고는 투트랙으로 간다”며 “우리 회사에서 기자들에게 부수 올리라고 하는 건 정부 부처에서 우리 몇 부 본다, 이런 자존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이다. 

중앙일보 한 기자도 “조선, 중앙, 동아의 경우 순위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 같고 조선일보의 경우 100만부라는 마지노선에 대한 부담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한 기자도 “이미 업계에서는 허수라는 것을 다 알지만 부수가 곧 영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 한 기자는 “부수가 영향력이라는 이야기는 너무 촌스럽다”며 “기자 5~6년 하면 사실상 지인을 통한 부수 확장은 불가능하다. 그럼 답은 뻔하다. 기자들이 기업에 삥 뜯는 것인데, 이게 영향력이라면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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