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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이사장 “‘MBC 녹취록’ 안건 이제 안 받겠다”
고영주 이사장 “‘MBC 녹취록’ 안건 이제 안 받겠다”
“녹취록 진상규명 등 안건 철회 대신 차후 질문 기회 줄 것”… 이사들 “노사 단협 논의 테이블 만들자”

방송문화진흥회(고영주 이사장)가 지난 1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공개된 ‘MBC 녹취록’ 파문에 대해 더 이상 정식 안건으로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7일 오후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야당 추천 이사 3명(유기철·이완기·최강욱)의 결의사항으로 올라온 ‘백종문 녹취록 사건 진상 규명 및 백종문 본부장 출석의 건’에 대해 여야 추천 이사들 간 논쟁이 계속되자 “녹취록 진상규명 관련 안건은 이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론지었다. 

고 이사장은 이날 올라온 안건을 표결로 결정하는 대신 “이번 안건은 일단 철회한 걸로 하고 녹취록 사건과 관련해 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이사들에겐 백종문 본부장이 이사회에 출석했을 때 질의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야당 추천 이사들도 ‘백종문 녹취록’ 진상규명 안건 철회에 동의하고 백 본부장에 대한 질의응답 기회를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더 이상 녹취록 관련 안건은 받지 않겠다’는 고 이사장의 발언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회의 규정에 따르면 이사들이 상정한 안건에 대해선 적어도 10일 이후 이사회에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방문진 규정에는 ‘일사부재의’ 원칙도 명시돼 있지 않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유기철 이사는 이날 안건 제안 이유에 대해 “녹취록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자 사과와 사후 조치 등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백 본부장에 대한 정식 출석 요구가 아니었으므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며 “직원 해고와 관련해 직접적 증거 없었다는 답변과 경력직 채용 시 지역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거짓 의혹 등에 대해 백 본부장을 정식으로 다시 출석시켜 미진한 진상규명을 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권 추천 이사들이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어긋난다”(이인철), “백 본부장을 애초부터 사과와 반성을 듣기 위해 부르지 않아 이미 종결된 사안이다”(권혁철), “검찰에 고발된 사안이니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와 봐야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유의선)”고 하는 등 안건 의결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다. 
 
아울러 이날 방문진 회의에선 MBC 노사 간 4년째 단체협약이 맺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4일 노조 측이 파업에 돌입할 것에 대해 방문진이 관리·감독기구로서 노사가 원만히 합의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최강욱 이사는 “지난번 노사 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관련 보고도 있었고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돼 선도파업까지 갔는데, 그동안 4년째 무단협 상태인 동안 한 번도 방문진이 이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며 “노사 간 입장이 뭐가 첨예하게 대립해 파업까지 갔는지 양측 대표에게 쟁점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들어보자”고 말했다. 

이완기 이사는 “과거 170일 파업 때 방문진이 미리 쟁점을 조정하고 노사 간 화합하도록 압박했으면 파업이 일찍 끝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지금까지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며 “소위원회를 만들든 노사 측 대표를 같이 만나는 자리든 양측의 의중이 뭐고 뭐가 쟁점인지, 어떤 걸 해결하면 좋은지 파악해야 방문진이 서로 이성적으로 논의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여권 추천의 김원배 이사도 “순수하게 얘기를 듣고 조언하는 차원에서 방문진이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다만 우리가 무엇을 결정해서 옳다, 그르다고 얘기하게 되면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인철 이사 등이 “양쪽 얘기 듣고 결론 없이 끝나면 분란을 더 키울 수 있다”면서 우려의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최강욱 이사는 “사측의 고충을 들으며 몰랐던 부분도 알 수 있고, 노조 측이 왜 공정방송을 계속 얘기하는지 따져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양측의 얘기를 들어보고도 도저히 중재안을 낼 수 없고 싸움이 커질 것 같으면 중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이 논의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한편 이날 여권 이사 5인이 동의해 예정에 없던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 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 추진 결의안’이 상정됐지만, 이완기 이사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가진 후 차기 이사회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됐다.  

이 안건을 제안한 5인 이사(권혁철·김광동·김원배·유의선·이인철) 중 대표로 김광동 이사는 “한반도 북부지역의 2300만 우리 민족은 지난 몇십 년간 봉건적 전체주의적 체제이면서도 극도로 고립된 독재체제 속에서 최소한의 생명권과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북한주민의 방송 청취 확대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확산 및 민족동질성 회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방문진도 주어진 공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방문진이 무려 1억 원의 방문진 추경 예산을 편성해 사업자 공모 절차를 거쳐 지원하는 사업으로, 현재 북한 주민에게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KBS와 극동방송을 비롯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방송 사업에도 예산이 지원될 수 있다.   

이완기 이사는 “우리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방송을 전달하면 남북관계가 정치적·이념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남북 간 또 하나의 갈등을 만들 수 있는 문제”라며 “북한 주민을 위해 여러 정보를 주는 건 좋은데 북한 정권이 대북방송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고 홍보·선전으로 받아들일 여지도 있어, 남북 갈등을 피하기 위해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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