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광고천국’이다. 프로그램 앞뒤로 붙는 광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안에서도 간접광고, 협찬에 CG로 된 가상광고까지 넘쳐난다. IPTV에서는 채널을 돌리는 순간에도 광고가 튀어나온다. MBN은 돈을 받고 뉴스를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규제를 논해야 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시청자가 타협해야 한다”면서 추가적인 광고 규제완화를 시사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7일 과천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비롯한 추가 광고 규제완화 계획이 있냐는 미디어오늘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신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타협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의 경우 작은 것 하나하나 규제를 완화하겠다. 규제완화 흐름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지나친 홍삼 간접광고로 '홍삼의 후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지상파는 ‘중간광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방송협회 차원의 성명을 내는 등 중간광고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최성준 위원장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워낙 파급력이 큰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비롯한 일부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에 올해는 결과를 살펴보겠다”면서 “다양한 매체들이 있어 한 매체에만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살펴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지상파가 광고총량제 도입 이후에도 광고 수익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지상파에  광고규제를 완화하면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 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결국 유료방송 달래기 차원에서 유료방송에도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청권 훼손이 커지는 악순환이다. 실제 지난해 방통위가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서 유료방송진영의 광고총량을 추가로 늘리는 등 ‘달래기’성 규제완화 정책을 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제공.
현재 ‘도박’ ‘흡연’ ‘의료’광고는 방송에서 금지 돼 있는데, 최성준 위원장은 ‘의료’광고를 허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일하게 신문 등 다른 매체는 의료광고 허용이 되는데 방송만  안 된다. 국회가 열릴 때를 대비해 올해 내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VOD 및 재송신 가격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은 만들되 ‘재송신 대가 산정’은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밖에서 보기엔 방통위가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재송신 가격을 산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모두발언 중 농담조로 “알파고, 인공지능 이야기 많이 하는데 지상파 재송신 대가를 인공지능이 계산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송신 분쟁 관련 최성준 위원장은 우회적으로 지상파에 비판적인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첫 단추를 꿸 때부터 (지상파가) 콘텐츠의 대가를 정해서 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로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료방송이 처음 출범했을 때 지상파는 형편이 좋아서 깊은 생각 없이 (방송을) 제공하다가 광고 등 여러 상황이 악화된 다음 갑자기 적정대가를 받겠다고 하니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 채널을 송출하는 대가로 이용자당 280원의 재송신수수료를 지상파에 제공해왔는데, 지난해 지상파에서 재송신수수료를 400원대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지상파는 또, 유료방송 플랫폼에 제공하는 지상파 VOD 이용가격을 높이고, 가격산정 방식도 재송신수수료처럼 이용자당 요금으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케이블은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하면서도 지상파 채널과 콘텐츠를 포기할 수 없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한 사안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에 관한 내용이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최성준 위원장은 “미래부와 방통위의 심사가 겹치는 점이 있기 때문에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시청자 관점에서 인수합병이 되면 어떻게 콘텐츠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보겠다. 또, 방송서비스 품질 수준, 접근성, 이용요금 등에 집중해서 들여다 볼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기존 SO(유선방송사업자) 사업자 변경심사와 달리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경우 별도의 사전동의심사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야당추천 상임위원인 고삼석 위원이 담당하는 업무였기에, 위원회 구성을 빌미로 야당 위원을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최성준 위원장은 “위원장을 내부인사로 할지, 외부인사로 할지도 정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주부터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방통위 위원들과 상의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3개 부처가 맡는다. 공정위가 해당 인수합병이 기업의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지 등에 관해 기업결합심사를 하고, 이후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사전동의 의견을 구해 최종 인가 결정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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