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야당 추천 이사들이 KBS 보도 감시 활동 등을 비난한 ‘기자협회 정상화 추진 모임’을 비판한 데 대해 정상화모임은 지난 6일 반박 성명을 내어 또다시 총선보도감시연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기자협회 정상화 추진 모임’(정상화모임)은 정지환 KBS 보도국장, 최재현 정치부장, 김형덕 탐사제작부장, 강석훈 국제주간, 장한식 편집주간, 박영환 취재주간 등 보도본부 주요 보직자들을 주축으로 기자 130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내 모임이다. 

▲ KBS 메인뉴스 ‘뉴스9’의 황상무, 최문종 앵커와 ‘뉴스광장’ 강민수 앵커.(왼쪽부터, 사진=KBS, 방송기자연합회)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KBS ‘뉴스9’ 황상무, 최문종 앵커와 ‘뉴스광장’ 강민수 앵커도 이 모임 소속이다.

정상화모임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KBS기자협회와 공정성을 촉구하는 이들의 보도 감시 활동을 ‘민주노총 산하 특정노조의 2중대’, ‘해사 행위’, ‘성명서 정치’라고 비판했다. 

정상화모임은 4·13 총선을 앞두고 언론 시민단체들이 꾸린 ‘총선보도감시연대’가 KBS 보도의 정부·여당 편향성을 지적한 데 대해 “후안무치하다”, “동네축구 심판보다 못하다”는 등의 폄하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KBS 야당 추천 이사 4명(전영일·권태선·김서중·장주영)이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최근 KBS 보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고대영 KBS 사장에게 “간부들의 부적절한 집단행동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KBS 야당 이사들을 포함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상화모임은 지난 6일 성명을 내어 재차 총선보도감시연대를 비난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연대 단체 ‘민주노총’을 도마 위에 올리며 “민주노총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면, 민주노총은 ‘4·13 총선 민주노총 후보 꼭 국회로 보냅시다’라며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상화모임은 “정상적인 사고의 흐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조직이 참여하는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숨은 의도를 따질 줄 알아야 한다”며 “‘1992년부터 모니터를 해 온 역사성 있는 단체’(KBS야당 이사들의 지난달 30일 성명의 한 대목)라는 이유로 이 단체의 행위가 모두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기성정당인 새누리당의 총선보도모니터단이 KBS 보도에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보도모니터단이 KBS 보도에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총선보도감시연대도 KBS 보도에 개입할 수 없다”며 “그게 우리 정상화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130명 기자들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기성 정당을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한 것이다.

이어 “정상화모임은 KBS 뉴스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한 적이 없다”며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몰아붙이고 싶으면 그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라. 감정적인 수사와 선동은 사람들을 설득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 정지환 KBS 보도국장(왼쪽)과 최재현 정치부장. (사진=KBS)
총선보도감시연대의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는 KBS 총선보도 감시 준칙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규칙 등을 기준으로 보도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보도를 비판할 때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공정성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처장은 “1992년 선거보도감시 활동을 할 때부터 민변, 참여연대 등 여러 사회단체, 시민단체가 함께 했다”며 “조중동이 민주노총을 편향된 시각으로 낙인 찍듯 KBS도 조중동의 행태를 흉내내며 총선보도감시연대를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정상화모임 본인들이 앞서 설명한 기준으로 모니터를 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만큼 KBS 보도의 편향성 문제는 심각하다”며 “정부·여당에 유리한 북풍몰이를 통해 사실상 선거를 여당에 이롭게 만드는 보도 행태는 지속적으로 비판받아왔던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KBS 간부들을 중심으로 모인 정상화모임의 ‘돌출 행동’은 KBS 안팎으로 논란이다. 지난달 KBS에 사표를 내고 뉴스타파로 이직한 최문호 기자는 “100여 명이 KBS 보도를 움켜쥐고 특정 정파와 유착하고 있다”며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장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KBS 출신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도 “이들의 머릿속에는 ‘공영방송’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들에게 공영은 허울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고대영 사장은 정상화모임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했다. 지난달 KBS 야당 이사들이 정상화모임의 활동과 관련해 ‘보직자들의 사퇴’ 등의 조치를 고 사장에게 요구했으나 고 사장은 ‘친목단체의 활동’으로 치부하며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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