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언론마다 전망치가 크게 엇갈렸다. 조선과 동아는 새누리당의 위기를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는 새누리당을 도왔다. 보수신문은 더민주 내부 갈등을 부각하고 국민의당을 띄우며 야권 분열을 부추기는 프레임의 보도를 쏟아냈다.

새누리 130석? 180석?

단일화 골든타임이 끝났다. 앞으로 야권연대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4일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면서 효과가 반감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인천 등 몇몇 지역에서 단일화를 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강원도 춘천에서만 단일화가 성사됐다.

총선 후보자 구도가 윤곽이 드러나자 언론은 표 계산에 분주했다. 그런데 언론별로 전망치에 대한 차이가 컸다. 진보언론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공룡여당’의 출연을 예상했다. 경향은 “야권연대 무산... 180석 넘는 '공룡여당' 예고”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한겨레는 “분열의 야권, 기어이 여당에 압승 안길 텐가”사설을 내고 “새누리당에 입승을 갖다 바치는 기형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정작 180석이나 차지하게 된다는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달랐다. 새누리당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의석이 130~140석으로 예상돼 과반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4일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면서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엄살떠는 새누리, 지원사격하는 조중동

보수언론의 보도는 새누리의 위기감을 뒷받침했다. 동아일보의 “4년전 영남 4곳만 내줬던 여... ‘이번엔 최대 15곳 흔들’”기사는 새누리당의 표밭인 TK와 PK가 흔들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역시 새누리당이 목표 전망치를 180석에서 135석으로 낮췄다고 보도하며 ‘새누리 자체 조사결과에 초비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보수언론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새누리 130석’설은 사실상 여권 지지자들의 표를 불러내기 위한 ‘엄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총선일이 다가오자 전망치를 낮게 잡고 위기상황으로 규정해 지지층의 결집을 이뤄낸 바 있다.

경향신문은 새누리당의 자체조사 결과에 관해 “그간 외부조사와 동떨어진 수치”라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읍소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 역시 “지난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가 발표한 선거예측에는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엄살전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야권갈등 부추기기’

얼마 전 새누리당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응원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야권의 갈등상황이 그만큼 새누리당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보수언론들 역시 지나치게 야권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를 연일 쏟아냈고, 꺼진 불도 다시 보듯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이 날도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 지면 곳곳에서 국민의당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은 안철수 대표의 방송기자클럽 토론회를 기사화했는데 제목은 “호남 유권자들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으로 국민의당의 희망사항을 그대로 전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당이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제3당 열풍’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석하기도 했다. 물론, 정작 기사를 읽어보면 조선 역시 “(국민의당은) 수도권에서 당선자를 낼 수준이 안 된다”는 전문가 견해를 인용했지만 정작 기사 제목은 “호남발 녹색바람 수도권까지 불어올까”다. 조선은 “제3당 반등 흐름이 시사하는 것”사설까지 내고 “국민의당이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선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게 현실적인 판단인데도 영향력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조선과 동아는 더민주 내부의 갈등도 부각시켰다. 조선은 “광주 후보 8명 중 누구도 지원 요청 않는데... 문재인 왜 오려하나”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남지원유세를 광주당원들이 거부하고 있다며 ‘논란’으로 만든 것이다. 동아 역시 같은 논란을 다루며 “문재인 전 대표가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굴욕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우선공천' '경제민주화' 따져보니

선거를 앞두고 정치현안에 대한 ‘팩트체크’가 많았다. 한겨레는 여성을 내세운 새누리당의 실상을 드러냈다. 한겨레가 여야 공천 결과를 살펴보니 새누리당이 공천한 여성후보는 16명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여성후보 25명과 비교해 무척 적은 수치다. 한겨레는 특히 “여성비례대표 가운데 단 1명도 20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공천 심사 때 여성우선추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구에서 남성의원들이 대거 탈당 출마를 감행해 여성 후보자들이 당선권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한겨레는 “여성후보공천이라는 형식과 달리 비박계 의원을 쳐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게 그 이유라고 봤다.

경향신문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여야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야당의 경제개혁 공약이 많지 않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더민주의 재벌개혁 공약은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방지 및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 총수 일가 전횡방지 및 건전 경영문화 확립위한 법적기반 구축, 일감 몰아주기 규대상 확대 등이다.

경향은 “더민주와 정의당 공약은 재벌개혁보다 동반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면서 “중소서민 상권보호 관련 종합적 대책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경향은 또 더민주와 정의당의 공약이 재벌개혁의 핵심인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방지, 출자구조 자의적 변경 통한 경영권 승계 방지, 경제력 집중해소, 금산분리 강화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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