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딸의 부정입학, 학점특혜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가 심의제재를 받은 가운데 같은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도 제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당한 심의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심의위는 회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달 31일 뉴스타파에 ‘경고’를 내렸을 뿐 아니라 같은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뉴스타파를 인용보도한 환경TV에 ‘주의’ 제재를 내렸다고 밝혔다.

심의위측은 뉴스타파 보도가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후보자와 관련한 명확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인터뷰, 근거자료 등을 객관성이 결여된 방식으로 보도했다”면서 경고 제재를 내렸다. 한겨레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충분한 취재없이 보도했다”면서 주의 제재를 내렸고 환경TV의 경우 “추가 취재나 사실 확인 및 검증 없이 명확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주의 제재를 내렸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17일 장애인인 나 의원의 딸이 2012년 성신여대 입학면접 당시 나 의원의 신상을 밝히는 등 부정행위를 했고, 입학 이후 학점을 받을 때도 특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한겨레가 학점의혹에 대한 후속보도를 했다. 나 의원측이 해당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며 뉴스타파를 고소했고 뉴스타파와 한겨레, 환경TV의 보도를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다.

뉴스타파는 “재심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심의제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면접관 중 한 명인 현직 교수가 나 의원 딸의 부정 입학 의혹을 증언한만큼 증언에 문제가 있다면 나경원 의원이 당연히 반론을 제기했어야 한다”면서 “나 의원은 취재진이 제공한 반론 기회를 수차례 거부하고, 오히려 취재진을 피했다”고 반박했다. 

▲ 지난 1월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주최로 열린 '12회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 참석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반면 4일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장애인 특성을 고려해 학생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부정입학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 △특별 학점관리 의혹의 경우 다른 교수들도 같은 방법으로 장애인 학생의 학점을 관리했다는 자료가 있다는 점 등을 통해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뉴스타파가 반론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심의위 관계자는 “처음 나경원 의원에게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취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후 길거리에서 들이대는 식으로 자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대로 반론 들으려는 의지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에 대한 심의위의 결정은 선거기간 언론의 역할인 후보자 검증 보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뉴스타파의 의혹이 내부고발자에게서 나온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보기 힘들며 의혹에 대한 논박이 있을 경우 후속보도를 통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심의위는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 반론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내린 전례를 만들었다. 앞으로 후보자 입장에서는 의혹이 제기되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선관위에 이의신청하면 된다.

논란이 거세지만 심의위는 심의에 관한 사항을 일절 비공개할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적인 심의가 내려진 게 아니다. 대다수 위원이 제재 의견을 냈다”고 밝히면서도 “위원들의 독립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를 비롯해 회의 내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기간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경우 회의 안건과 회의록이 공개되고 회의에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보도에 무더기 이의신청을 해 선거보도 심의기구를 사실상 평판관리도구로 이용하는 모양새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 딸의 부정입학 의혹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한 보도 10여건에 대해 심의위에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심의백서에서 이은주 심의위원은 “정당·후보자의 이의신청 기각률이 50%에 이른다”면서 “단순히 언론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이의신청이 오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준이 모호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이유로 사실상 후보자를 검증하고 비판하는 보도에 재갈을 물린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2월 민중의소리가 새누리당 박기준 후보에 대해 설명하며 ‘섹스스폰서’의혹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충분한 증언과 정황이 있음에도 심의위는 “무혐의 난 사안”이라는 이유로 언급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심의위는 김양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자가 주민들에게 욕설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장성군민신문에 ‘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법원에서 김 후보자의 욕설은 사실로 밝혀졌다. 두 보도 모두 후보자가 직접 이의신청한 것이다.

‘경고’는 비교적 강도 높은 제재로 ‘경고’를 받은 언론사는 ‘이 기사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 위반으로 경고조치를 한 기사’라고 명시해야 한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불공정기사 리스트에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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