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총선보도가 정부여당 편향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모두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소개하거나 검증하는 보도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보도가 거대정당 위주로 소수정당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방송학회는 1일 오후 연세대에서 ‘20대 총선관련 방송보도 분석과 평가’연구  중간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2일부터 22일까지 방영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의 메인뉴스 중 선거에 대한 보도 987건을 전수조사한 것이다. 

지상파, 종편 모두 정당 내부 갈등 보도를 주로 다뤘다. 소재별로 기사량을 나눠보면 전체 987건의 선거 관련 보도 중 정당을 다룬 보도는 769건(77.9%)으로 후보에 대한 보도 91건(9.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고서는 “정당별 공천과 계파싸움에 대한 보도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체 보도 중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하거나 분석한 보도는 5.37%에 불과했다. 후보자나 공약을 검증한 보도 역시 5.47%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분석 당시가 후보 등록 이전의 공천 경쟁단계이었기 때문에 선거보도가 정당으로 집중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선거보도는 유권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 후보의 정책, 능력, 도덕성 등에 대한 기사 건수가 많이 늘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거에 대한 보도량은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에 비해 3~4배 많았다. 가장 보도량이 많은 방송은 MBN 뉴스8로 226건을 보도했다. 이어 채널A 종합뉴스 208건, TV조선 뉴스쇼판 202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시간 동안 방송되는 JTBC 뉴스룸(159건)보다도 월등히 많았다. 지상파의 경우 SBS 8뉴스 69건, MBC 뉴스데스크 64건, KBS뉴스9 59건으로 대동소이했다. 

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종편과 지상파의 보도량 차이가 크다”면서 “너무 많은 정보는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나치게 많은 선거 보도량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선거 이슈에 파묻혀 주요 의제로 자리잡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거에 대한 보도량은 많았지만 주요 정당에 치중됐다는 점도 문제다. 기사에 나온 취재원의 소속 정당을 비교하면 7개 방송사 메인뉴스의 새누리당 후보 및 관계자는 835번(41.9%) 출연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및 관계자의 출연 비율은 26%, 국민의당의 경우 19.4%, 정의당은 0.3%였다.

새누리당의 출연빈도가 가장 높았던 방송은 채널A다. 채널A 종합뉴스의 새누리당 후보 및 관계자 출연빈도는 42.6%였으며 더민주 23.6%, 국민의당 15.1%, 정의당 0.2%로 나타났다. 정의당 후보 및 관계자는 KBS 뉴스9, SBS 8뉴스, JTBC 뉴스룸, MBN 뉴스8에서는 단 1번도 출연하지 않았다.

리포트 당 특정 정당에 대해 3문장 이상 언급한 경우를 비교해봐도 결과는 비슷했다. 새누리당은 전체 총선보도의 절반 이상(56.43%)에서 3문장 이상 언급됐다. 더민주는 37.39%의 보도에서, 국민의당은 24.43% 보도에서 3문장 이상 언급됐다. 반면 정의당을 3문장 이상 언급한 보도는 전체의 0.81%에 불과했다.

이종혁 교수는 “정당 간 보도 불균형이 심각하다. 압도적으로 3당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자주 활용했다”면서 “이 시기 거대정당의 공천잡음이나 갈등이 불거진 점을 감안해도 정의당 취재원은 지지율보다도 훨씬 적게 나왔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연구의 한계에 관해  “분석 기간이 선거운동 기간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비판은 이를 수 있다”면서 “이후 선거보도에서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총선이 끝난 후 선거 기간 전체에 대한 보도 분석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선거에 대한 보도 불균형 문제가 실제로는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선거보도라고 해서 단순히 선거에 대한 보도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KBS는 북한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며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