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뽑았다는 점에 대해 탈북자 출신의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비판하고 나서 반향을 일으켰다. 보수 누리꾼들이 위장간첩, 종북, 북으로 돌아가라 등 비난하고 주 기자가 다시 반박하면서 논쟁으로 확산됐다.

주성하 기자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일성의 손자와 박정희의 딸이라니…박통 당선됐을 때, 김정은 권력 세습 비판하던 나는 게면쩍었다”며 “‘저긴 스스로 아버지 권력 물려받았지만, 우린 국민이 뽑았다고’? 나는 그게 더 부끄러웠다”고 썼다.

주 기자는 “북한 사람들보고 이것이 바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 정신에 충만된 국민들의 자랑스러운 선택이라고 어찌 말할 수 있는가”라며 “요새 새누리 하는 거 보니 다시 북한 비판하기 쪽팔린다. 1년 반짜리 권력에 저리 필사적으로 아부하는 자들을 보니, 끝이 어딘지 모르는 김정은 앞에서 설설 기는 북한 고위 간부들을 뭐라고 비판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오자 보수 누리꾼들이 주 기자의 글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거 받아들이실 수 없으시다면 원래 생각하시던 대로 가시면 됩니다. 지 애비가 지도자였다고 아무 이유없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회가 여기선 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많이 자랑스러운데 왜 그렇게 부끄러워 하시나요? 박근혜는 남한 동지 과반이상이 뽑아준 지도자 아닙니까? 북한보다 비민주적인가요?” (이아무개)

“여기 주기자 이상한 요술로 남북한 을 동급에 놓는것은 은근히 깔고있네 ㅡㅉㅉ”(도아무개)

“세상에나 기자가 이런 삼류소설 같은 글을 쓰나요” “어디서 이딴 글을 가지고 ......혹시 당신 대한민국 망하길 바라는 좌빨 인가?” “그 옛날 간첩 이수근처럼, 북한 체제를 잘 아는 사람이 저런 글을 썼다니, 정말 깜놀”(강아무개)

“여기도 월북해라.. 니들은 김정은이나 섬겨야겠다”(김아무개)

▲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사진=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이틀에 걸쳐 이 같은 댓글 비난 공세가 이어지자 주 기자가 다시 반박에 나섰다. 주 기자는 27일 오전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 글의 요점은 박통이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에 나쁘다는게 아니라 우리 나라 저질 정치 생태계에 대한 실망과 같은 글”이라며 “갑자기 페북 색깔이 노란 분들의 신청이 급증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민주당이나 정의당 편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 기자는 자신을 얼룩개구리에 비유면서 “이 페이스북만큼 좌에서 우로 스펙트럼이 넓은 곳도 드물 것”이라며 “차라리 성향이 선명하면 욕 먹을 일도 없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 기자는 “빨갱이와 종북 박멸에 인생 걸고 투쟁하시고 좌우가 선명해야 안심이 되는 분들(당연히 대다수가 50대 이상인) 덕분에 어제 오늘 제 페북이 먹이감 됐나보다”라며 “탈북자인 이유로 여기서 태어났음 듣지 않았을 위장탈북과 간첩이란 말도 배부르게 들었다…애국 어버이님들 그만하시죠. 우리당과 우리 민족의 위대한 령도자박근혜 대통령님의 만수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 이젠 됐죠”라고 썼다.

간첩과 빨갱이, 위장탈북 등의 비난 공세가 계속되자 주 기자는 지난 30일에도 글을 올렸다. 그는 “내가 남한에 와서 기자 14년 동안 줄곧 한 일이 김정은과 북한 체제를 비판한 것이었다”며 “북한이 감추고 싶어 한 비밀도 수없이 폭로했다…얼마나 열심히 해왔던지 이 일로 언론계의 수많은 상까지 받았다. 또 100명이 넘는 탈북민을 구출해 왔다”고 썼다.

그러면서 주 기자는 “이런 나를 위장탈북, 빨갱이로 매도하는 당신들은 지금까지 도대체 한 게 뭔데”라며 “북한이 내게 시켜야 할 그 거창한 간첩 임무가 뭐란 말이냐. 도대체 어떤 간첩 임무를 수행하면 북한이 김정은을 메이저 언론 지면에서 매일 비판해도 된다고 허락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주 기자는 가장 소름끼치는 일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런 주성하까지 간첩이니 빨갱이니 매도하는 머리가 화석화된 인간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종북이니 빨갱이니 매도했을까. 진짜로 도려내야 할 우리 사회의 암덩어리들!”

▲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기사일부수정 4월1일 10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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