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언론인을 비롯한 국민들의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수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용자 보호업무를 전담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무분별한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실상 묵살당했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3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통신자료 제공에 방통위가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수사기관이 무원칙, 무분별하게 통신자료를 수집해 이용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불신이 커지고 있다”면서 “통신자료 제공의 관리, 감독 업무는 미래부 소관이지만 법적 근거를 충분히 갖추지 않고 통신자료를 수집한 건 ‘개인정보의 3자 제공 금지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방통위 업무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공안기관의 민주노총 무차별 통신사찰 조사 결과 중간 발표 및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통신사의 통신자료 제공에 관련한 소관업무는 정보통신사업법 83조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 관할이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이용자 기준으로 보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통신 이용자 보호업무를 맡고 있는 방통위가 피해 조사 및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한 것도 방통위다. 

그러나 여당추천 위원들은 방통위 소관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원칙적으로 미래부 소관이다. 여기서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역시 “전기통신사업법 83조를 위반했으면, 전기통신사업법 83조를 갖고 대처를 해야 한다”면서 방통위 개입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논쟁이 이어지자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와 관련된 게 있는지 검토하고 관련이 있다면 추후 더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하자”며 중재안을 냈고, 논쟁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사안에서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녹취록을 통해 MBC 노조탄압, 부당해고 등의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나 방통위는 끝내 개입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에 자료제출 요구권한이 있고, ‘노사관계 정상화’를 MBC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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