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황교안 국무총리(전 법무부 장관)가 1999년 삼성 관련 사건 수사 때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한국일보가 결국 정정보도를 하고 황 총리에게 사과했다. 

한국일보는 황 총리 측과 정정보도 등 소송에서 항소심까지 일부 패소한 후 대법원 상고를 취하했다. 한국일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승소할 확률이 낮고 현직 총리와 소송을 이어가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경영진이 소 취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지난 30일자 2면 ‘정정보도문’을 통해 “2013년 10월4일자 1면과 2면 기사 중 ‘황교안 장관이 1999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장 재직 시절 삼성 측으로부터 검사 1인당 300만 원씩 총 15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부분은 법원 판결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기에 바로잡는다”며 “이 보도로 명예가 훼손된 황교안 총리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30일자 2면 정정보도문.
한국일보 측은 그동안 해당 기사가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기사를 정정할 수 없다며 황 총리 측과 소송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일보 측 핵심 증인인 김용철 변호사가 출석을 거부하고, 취재원인 ‘사정당국 관계자’의 증언이 어렵게 되면서 재판부가 기사 내용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고 황 총리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결국 한국일보는 황 총리가 검사 시절 삼성그룹 구조조정 본부 임원들이 연루된 ‘고급 성매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대가로 상품권을 받았다는 기사에 대해 ‘사실이지만 취재원 보호 때문’에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정정보도로 ‘오보’를 인정하는 셈이 됐다.

앞서 지난 2013년 황 총리는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금품을 받은 적이 없고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이미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내사 종결된 사안”이라며 한국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지난 2013년 10월4일자 한국일보 2면.
이에 지난 2014년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는 “기사의 근거로 삼은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은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어 믿기 곤란하며, 기사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추가 제시하지 못했다”며 한국일보가 황 총리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고 신문 1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할 것 등을 명령했다. 

지난해 7월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민사13부)도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며 “기사의 근거로 발언이 인용된 김용철 변호사는 1심 선고 이후 한국일보 측과 통화하면서 ‘후배 검사들에게 의류시착권을 갖다 준 적이 있지만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며 “대가성과 액수에 차이를 보여 이 사건 기사가 진실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일보 측은 김 변호사를 항소심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김 변호사가 잇달아 ‘너무 오래된 사건이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고, 증언을 해도 명예훼손이나 위증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한국일보는 김 변호사 진술 외에 기사 내용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1심 판결 이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국일보 입장에서는 취재원을 밝힐 수가 없었고, 그 부분이 약점이었다”며 “허위사실이라 하더라도 기자가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데 법원에서 그런 점들을 인정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한국일보, ‘황교안 삼성 떡값’ 소송 1심에서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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