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들이 해외여행 도중 매너 없는 행동을 보여 논란이 된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 제재를 받았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국격의 문제’ ‘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우리나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면서 엉뚱한 지적을 쏟아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0일 오후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에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권고’는 법정제재와 달리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감점을 받지 않지만, 행정지도 중에서는 가장 수위가 높다.

지난 11일 방영된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에는 류준열, 박보검, 고경표 등 출연자들이 △수영복을 갈아입지 않고 투숙객 공용 수영장에 들어가는 장면 △수영 중 팬티를 들어올리며 옷을 입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하는 장면 △가운을 걸친 채 숙소 밖을 나와 식사를 하다 호텔 직원의 제지를 받는 장면 △일본어에서 파생된 ‘독고다이’라는 자막 등이 문제가 됐다. 

이날 방통심의위에는 나영석 PD가 직접 출석해 의견진술을 했다. 나영석 PD는 “청춘들의 경우 치기어린 모습까지도 젊으니까 용인되는 면이 있다.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각을 고려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욱 날을 세워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나 PD는 가운을 입고 식당에 입장하는 장면에 관해 “해외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들이 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내보냈다”면서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분들에게는 불쾌하고 창피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 PD는 “수영복을 입지 않고 수영장에 들어간 장면의 경우 그 캠핑장은 해외의 배낭여행객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실제 수영복을 입지 않고 겉옷만 입고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어 문제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나 PD는 “‘인생은 독고다이’ 자막은 분명 제작진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종종 일상에서 쓰이는 말이라 일본 제국주의 시대 때 파생된 용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여권추천 위원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내용을 심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 했던 비매너 행동이 국가의 명예를 실추할 수 있다며 확대해석했다. 

함귀용 위원은 “촬영 당시 외국사람들이 이걸 보면서 ‘한국사람들은 저렇게 노는 걸 방송에 내보낼까. 참 희한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성묵 소위원장은 “국격의 문제이고 방송의 품격 문제”라고 말했다. 하남신 위원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던 출연자들은 모두 공인인데 이 같은 행동을 하면 출연자 개개인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건 함귀용 위원이다. 그는 “팬티를 벗어서 얼굴에 던지면서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자막을 썼다.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이런 게 리얼버라이어티인가. 도저히 용인되지 않는다”며 법정제재인 '주의' 의견을 냈다. 

반면 야당추천 장낙인 위원은 “독고다이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다른 장면의 경우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치기어린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런 행동은 어디에나 있다”면서 ‘문제없음’의견을 냈다.

반면 김성묵 부위원장과 하남신, 윤훈열 위원이 권고의견을 내 다수결로 ‘권고’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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