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지난 25일 후보자 등록 마무리와 함께 본선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논란과 갈등이 심해 유권자들로선 핵심 이슈와 후보자 공약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선거가 됐다.

그리고 여기에는 선거 본연의 가치보다 논란과 갈등에 천착하는 한국 언론의 특성도 한몫했다. “정책경쟁이 실종된 깜깜이 총선”이란 비판은 자주 언론에 나왔지만, 막상 각 당이 내놓은 정책들을 비교하거나 소개하는 기사는 건수도 적고 비중도 낮았다. 대신 당내 갈등이나 판세분석 등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

물론 ‘대진표’ 조차 짜이지 않은 상황에서 각 당, 각 후보의 공약을 점검하고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각 당의 내홍이 심각하고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까지 벌어져 이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지적받는 편파보도, 정치적 불신과 냉소를 부르는 보도, 정당중심보도는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하고 개선될 기미도 없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총선보도감시연대 보고서가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편향성이다. 언론이 양적 균형은 맞췄더라도 내용적으로는 대통령을 감싸거나 야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고른 언론사별 문제적 보도 수. 자료=총선보도감시연대 18차 주간보고서
일례로 주요 일간지의 경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내홍에 대해 보도하면서 양 측에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 당을 바라보는 시선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진박-비박 갈등이 폭발한 새누리당의 경우,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3일 유승민 의원 탈당 당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특정인에 대해 이렇게 집요하게 보복한 것은 한국 정치 전체에도 극히 좋지 않은 선례”라며 “희대의 막장극”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도 “(문제가 된 원내대표 연설이) 과연 여당 원내대표로서 적합한 언동이었는지 유 의원 스스로도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갈등이 폭발한 22일 중앙위원회에 대한 조선일보의 사설은 많이 다르다. 23일 조선일보는 “친노·운동권이 비례대표를 장악했다”며 “김 대표 한 사람이 바꾸기에는 더민주 내 친노·운동권의 뿌리는 깊고 넓게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쌍방 간 문제가 있었던 새누리당에 비해 갈등구도는 단순화됐고, 나아가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다.

그나마 일간지들은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질타하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가장 논란이 됐던 10일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대해 MBC 뉴스데스크는 “여러 해석 탓인지, 정치적 오해를 살만한 행보는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유승민 공천파동의 핵심인 대통령의 ‘복수’에 대해 KBS 뉴스9는 22일 “유승민 사태의 본질?” 제하의 리포트에서 “(유승민 대표가) 야당의 입장을 많이 수용하면서 청와대와 감정싸움을 벌였다”, “문제는 역풍을 우려해 유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를 발표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룬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의 ‘복수’가 아닌,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유승민 의원을 내치지 못한 ‘우유부단’으로 해석한 것이다.

2016년 3월 22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총선보도감시연대 보고서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은 종편이다. 막말과 확인되지 않은 추측보도로 정치 불신과 냉소를 초래하고 편향적인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엽적인 사안으로 본질을 흐리는 보도도 넘쳐난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지난 2월13일부터 3월9일까지 문제 있는 보도를 집계한 결과 KBS, MBC가 각각 6건, SBS가 0건인데 비해 TV조선은 37건, 채널A는 28건이나 됐다. 3월10일부터 3월23일 조사에서도 KBS가 8건, MBC가 7건인데 비해 TV조선은 18건, 채널A는 24건이었다.

정치 보도에서 노골적인 비하와 폄훼는 정치 냉소와 혐오로 이어진다. 문제는 지상파에서도 점차 종편식 ‘떼토크’를 차용하고 나서는데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이 이와 같은 비판을 받았는데, 일단 패널 구성부터 종편에 단골로 출연하는 민영삼, 홍성걸, 박성현 등이 출연했고, 야권 성향의 패널로 볼 수 있는 사람은 김민전이 유일했다.

이중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은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란세력이 아니라 정당정치에 대한 반란세력”이라고 주장했고 “김종인은 더민주가 외연을 확장하는 것처럼 ‘코스프레’하려고 영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의 총선보도에 대해 “현상적으로 여야의 이합집산과 공천과정에서의 잡음이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보도가 지나치게 정당 내부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결과적으로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들이고 그런 점에서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본격적인 선거보도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신문의 보도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금은 종편이 그 프레임을 쉽게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공영방송도 종편으로 악영향을 받고 있는 등 방송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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