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뉴스1 등 언론이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건당 수백만 원씩 받고 홍보성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29일 입수한 ‘한국일보 네이티브 콘텐츠 제안서’에 따르면 한국일보는 일선 홍보대행사와 광고주를 대상으로 카드뉴스를 건당 600만 원씩 받고 제작한다고 밝혔다. 제안서는 한국일보 디지털뉴스부 명의로 작성됐다.  

제안서에는 실제 한국일보가 기업이나 정부부처로부터 돈을 받고 제작한 카드뉴스 예시가 나온다. 카드뉴스 등장인물들이 노스페이스 상품을 입고 있는 “가을 아웃도어 똑똑하게 고르는 법”(2015.10월15일)의 경우 노스페이스로부터 발주받은 것이다. 

▲ 한국일보의 카드뉴스. 제안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로부터 발주받았다.
제안서에 따르면 정부부처나 공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제작한 카드뉴스 사례도 있다. “‘삼포세대’ 자린고비 취업준비 이제 그만”(2015년 9월15일)이라는 카드뉴스는 취업준비를 위해 고용센터를 방문하라는 내용인데 고용노동부가 발주한 것이다. “어니언즈 삼형제 ‘운명의 어드벤처”(2015년 9월1일) 카드뉴스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만든 음식배달서비스와 쇼핑몰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주했다.

표지판을 볼줄 안다면”(2015년 9월3일)카드뉴스는 표지판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국제표준 기준을 설명하는 내용인데, 관련 표준을 정하는 기구인 ISO서울총회에서 발주한 카드뉴스다. 제안서에서 예시로 든 내용은 지난해 9월~10월에 집중되는데, 실제 집행내역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일보의 카드뉴스. 제안서에 따르면 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발주받았다.
한국일보는 카드뉴스 제작비용으로 규정금액 400만 원, 제안금액 200만 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SNS, 포털 등 노출을 위한 추가 비용은 규정금액 500만 원, 제안금액 400만 원이라고 나와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규정금액은 명목상 금액으로 실제로는 제안금액 가격대로 거래가 이뤄진다. 카드뉴스를 제작해 언론사 홈페이지와 SNS, 포털 유통까지 하게 되면 건당 600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한국일보의 경우 발주받은 카드뉴스 제작 기간은 2주 가량 소요된다. 한국일보는 “단, 지나치게 노골적인 표현은 매체 최종검수 및 포털 게재가 불가할 수 있는 점, 양지하여 주시기 사랍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네이티브 광고 명목으로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제안서 원문을 받아야지만 확신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다. 원문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뉴스도 엄연한 기사인데 돈을 받고 제작했다는 점을 언급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답변할 수 없다. 논의 후에, 추후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의 네이티브 콘텐츠 제안서.
뉴스1의 경우 광고주와 대행사를 대상으로 홍보를 벌이고 있지는 않지만 몇차례 정부부처로부터 돈을 받고 카드뉴스를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의 “‘문화가 있는 날’ 휴가 가서도 놓칠 수 없다!”(2015년 7월28일) 카드뉴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주했으며 “찬란한 고려 문화의 심장 만월대, 남북이 함께 잠깨우다”(2015년 12월 3일)카드뉴스는 통일부로부터 돈을 받고 제작한 것이다.

뉴스1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실험적인 측면에서 몇차레 시도해본 것”이라며 “우리도 카드뉴스를 내보내면서 돈을 받고 제작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확실한 규정이 있는 게 아니었다. 상황이 애매해 몇차례 제작한 뒤로는 제작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돈을 받고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언론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홍보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일간지, 경제지 가리지 않고 네이티브 광고처럼 카드뉴스 제작의뢰를 받고 있고, 일부 언론은 광고주와 홍보대행사에 직접 제안서를 배포하기도 한다”면서 “상품이나 서비스 등 스토리를 만든 다음 문서를 넘기면 카드뉴스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카드뉴스 단가에 관해 “주로 300만~600만 원 선에서 거래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현행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가 정부광고 형태 이외에 언론사 지면이나 방송시간을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정부기관 등의 광고에 관한 법률안’을 2013년 발의했으나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돈을 받고 카드뉴스를 제작하면서도 광고라는 점을 밝히지 않는 것은 저널리즘 윤리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카드뉴스도 협찬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광고라는 점이 명시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독자들은 언론사의 기사로 받아들이지, 광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독자들을 속이는 행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이 같은 카드뉴스를 기사로 포털에 송고하고 있는데, 네이버와 카카오에 유통되는 뉴스를 심의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정한 규정 위반사항으로 볼 수 있다. 평가위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작성하거나 홍보성 목적이 분명한 기사를 제재하고 있다. 평가위는 카드뉴스에 대한 제재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평가위 관계자는 “평가위는 기사형식이 어떻든 상관없이 (기사로 송고된 콘텐츠는) 개별 기사로 파악해 모니터링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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