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장성민 앵커가 하차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잇따라 법정제재가 내려졌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2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5건을 심의한 결과 3건에 대해  각각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고, 2건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지난주 방통심의위에서 ’시사탱크’는 2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는데, 이를 더하면 한 프로그램이 일주일 만에 5건의 법정제재를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법정제재가 내려지면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감점을 받는다. 

종편 등 방송에 대한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맡지만 선거기간 선거 관련 내용에 대한 보도는 독립기구인 선거방송심의위가 전담한다. 선거방송심의위원 9명은 여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학계, 지상파 및 케이블방송 업계, 변호사단체,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구성된다.

▲ 지난 1월 18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
주의를 받은 방송은 지난 1월18일, 1월25일, 1월28일 방영분이다. 1월18일 방송에서 장성민 앵커는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운동권 정치라는 것이 숙주정치”라며 “힘 있는 쪽에 한 사람 내세워 패거리정치를 하거나 힘 있는 사람에 붙어서 하는 숙주정치가 전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 패널로 출연한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막말, 갑질을 한 의원 중에서도 친노인 분이 5~6명 되지 않습니까. 이분들을 처리하지 않고는 성과라고 할 수가 없다”면서 사실상 특정 예비후보자의 낙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1월25일 방송에서 장성민 앵커는 박영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잔류하자 “저희들이 봤을 땐 참 한심한데요”라고 말했다. 패널로 출연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는 김홍걸씨의 더민주 입당에 관해 “김대중 정신을 욕보이는 것” “인질정치냐 볼모정치냐 보쌈정치냐 이렇게 지적 했던데 그게 맞는 거 같다. 호남민심에 대한 모독행위”라고 말했다.

1월28일 ‘시사탱크’ 방영분에서는 패널들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가리켜 ‘임차인’ ‘얼굴마담’이라고 표현했다.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신군부식 정치관’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패널들이 이종걸 원내대표에 대해 ‘김종인의 바지사장’이라고 지칭하며 “컷오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등 추측을 사실처럼 내보냈다. 장성민 앵커는 더민주를 가리켜 “정신이 썩어 빠진거지”라고 비판했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밥그릇 찾아먹어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사탱크’의 경우 야당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 많았고, 균형을 잡아야 할 사회자가 편파적인 발언을 주도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선거방송심의는 후보자의 당락을 요구하는 보도를 금지하고 있는데 ’시사탱크’는 사회자와 패널들이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난과 퇴출요구를 대놓고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의견진술을 위해 선거방송심의위에 참석한 손형기 TV조선 전문위원은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그는 “시사탱크는 사회자가 질문만 던지는 기존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진행방식에서 탈피해 진행자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토론을 이끄는 신개념 토크프로그램”이라며 “특정 야당이 시사탱크에 대해 표적성이 의심되는 민원을 계속 넣고 있는데 이는 건강한 비판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외에도 △시사탱크가 정부여당도 비판한다는 점 △‘친노패권’ ‘숙주정치’ ‘바지사장’ 등 문제가 되는 용어는 야당 인사나 신문에서 이미 나온 표현이라는 점 △부적절한 발언이 나가는 경우 자막을 통해 알리고 사과한다는 점 △장성민 앵커가 하차한 점 등을 들며 심의제재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수의 위원들은 TV조선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용어사용에 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조해주 부위원장은 “숙주정치 같은 표현을 야당 인사가 썼다고 하더라도, 그 용어를 방송에서 쓰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병남 위원(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야당 비판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비판의 내용이 도를 넘었다는 게 문제”라며 “방송은 신문과 달리 심의를 받는데 반드시 공정성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영섭 위원(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표적 심의라는 이의제기에 관해 “시사탱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2015년에만 30건의 제재를 받았다. 아무 문제가 없고 좋은 프로인데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잘못됐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심영섭 위원은 또 “방송법은 시사프로에서 사실과 의견을 명확히 구분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지 않는 시사탱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강신업 위원(대한변호사협회 공보위원)은 '시사탱크'에 대한 법정제재를 반대했다. 강신업 위원은 “장성민 앵커가 하는 말은 틀린 말이 없다. TV조선이 가진 성향에 대해 심의위원들이 편견을 갖고 있다”면서 “공정성이 문제가 되는데 이 정도 비판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방송도 신문과 마찬가지로 의견을 게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TV조선 '뉴스쇼 판' 화면 갈무리.
이날 2월10일 방영된 TV조선의 메인뉴스인 ‘뉴스쇼판’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최희준 앵커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총선에 대한 대담을 나누며 “북한에 대한, 김정은에 대한 애정이 있냐”며 “YES 또는 NO로 답해야 한다”고 세 차례 질문을 하는 등 대답을 강요해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손형기 TV조선 전문위원은 이 같은 보도 배경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그는 “이 보도를 통해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의 차별화와 함께 심상정 대표에 대한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심 대표 본인도 대단히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