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륜 기사가 쏟아졌다. 강용석-도도맘 불륜 의혹을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해 자극적으로 다루던 언론이 이번에는 오체불만족의 저자인 오토다케 히로타다를 겨냥했다. 그가 5명의 여성과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된 것이다.

공적인 사안을 다뤄야 할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프로그램이 오토다케의 불륜 논란을 보도했다. 주제 선정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오토다케의 장애 사실을 불륜과 연결짓는 등 부적절한 내용이 많았다.

TV조선 ‘이슈본색’은 지난 24일 ‘오체불만족, 하체대만족’을 타이틀로 토크를 벌였다. 패널로 출연한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오토다케는) 장애인 중에서도 아주 심한 장애인”이라며 “장애인과 살 때는 부인이 되는 분이 마음도 넓고 이해심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인을 생각해야 한다. 저렇게 나를 위해서 온통 희생적으로 나를 지켜왔는데”라며 언성을 높였다.

▲ 지난 24일 방영된 TV조선 '이슈본색' 화면 갈무리

앵커는 네티즌 반응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자극적인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그는 “신체장애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여자를 꼬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5명의 여인이 부족해서 부인까지 6명. 그래서 오체불만족이구나라는 말도 있고요.” “이 중에서 가장 와 닿은 게 하체대만족. 굉장히 부럽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불륜 스캔들과 무관한 내용을 언급하며 오토다케를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날 TV조선 ‘사건을 쏘다’에서 패널로 출연한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저는 이 사람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오토다케가 과거 올림픽 때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의 태극기 세리머니를 비판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미워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언론이 적극적으로 다룰 정도로 중요한 이슈도 아니지만 지난 4일 동안 포털 네이버에 송고된 관련 기사는 299건에 달한다.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만 관련 보도를 18건 내보냈다. 한국경제와 한국경제닷컴은 13건, 동아일보와 스포츠동아는 9건, 스포츠경향도 관련 사안을 8건이나 다뤘다.

▲ 조선일보, 스포츠조선의 어뷰징 기사

대부분 자극적인 내용을 강조한 기사다. “오체는 불만족 일체는 대만족?” “‘오체불만족’ 오토타케, 5년 전 ‘오체불륜만족’ 글…불륜 예고?” 등이다. 조선은 과거 발언이 마치 새로운 사실인 양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다케…‘독도 세레머니, 올림픽 정신 모독’”기사를 썼다. 조선은 또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불륜설에 휩싸여 화제인 가운데, 닉 부이치치의 일상생활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황당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오토다케가 장애인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24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오토다케는) 비록 장애인지만 열등의식과 그걸 극복하고자하는 욕심이 있었다”면서 “본인이 남자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강박증세가 있어 불륜도 여러번 맺었다”는 네티즌 반응을 소개하며 “분석적인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불륜은 그 자체로 도덕적으로 비판 받을 수 있지만 오토다케의 장애 여부와는 무관한 문제다. 장애인이 불륜을 했다고 더 큰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들 언론은 오토다케의 장애 사실을 부각해 장애인의 불륜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더욱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안과 무관한 자극적인 내용들은 걸러야 하지만 이들 언론은 되레 확대재생산 했다. 강용석-도도맘 스캔들 때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보도를 주도한 쪽은 소위 말하는 메이저 언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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