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7월 새정치연합은 MBC 언론인의 해방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MBC 출신 언론인들이 새정치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다시 말해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다.

4․13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2년여 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MBC 기자‧앵커 출신인 당시 박영선 원내대표는 더민주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필리버스터 중단, 공천 개입 등 논란의 중심에 있다.

MBC 보도국장 출신 더민주 박광온 의원은 수원정 공천을 받았다. MBC 뉴스데스크 간판 앵커였던 같은 당 신경민 의원은 영등포을로 나서 새누리당 권영세 전 의원과 경쟁하고 있다.

MBC 기자 출신으로 노조위원장까지 역임한 노웅래 더민주 의원은 마포갑에서 안대희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었다.

정동영 전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자리를 옮겨 전북 전주병(덕진)에 출마했다. 2014년 당시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었던, 목포 MBC 사장 출신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23일 비례대표 후보 10번을 배정받았다. 

2008년 MBC 사장 임기를 끝마친 뒤 한 달도 채 못 돼 새정치연합 전신 민주당 비례대표 신청을 해 의원직을 꿰찼던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2014년 대전 대덕 7‧30 재보선 경선에서 중도 포기했던 최명길 전 MBC 부국장은 대전 유성갑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경선에서 패한 뒤 지난 20일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송파을 총선 후보자로 전략공천돼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 (왼쪽상단부터 오른쪽으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박광온·신경민·노웅래 후보,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 김성수 더민주 비례후보, 최명길 후보, 김재철 전 MBC 사장, 권미혁 더민주 비례후보. 
특히 최명길 후보의 경우 더민주 박영선 비대위원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어 안팎에서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김성수 대변인은 “송파을은 야당의 험지여서 쉽게 도전자들이 나서지 않는 지역”이라며 “최 전 지사장의 경력 등이 호응을 받지 않을까 하는 판단과 인적 자원을 최대한 가동하겠다는 지도부 뜻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21일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오마이뉴스 팟캐스트)에 출연해 최명길 등 ‘돌려막기’ 공천에 대해 “돌려막기 공천은 지역 주민에 관해서 결례를 범하는 것”이라며 “정무적 판단으로 어떤 공천을 결정했을 때도 관련된 사람이나 유권자가 이해할만한 설명은 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새누리당 비례 공천을 신청했다가 2014년 사천시장 경선 탈락에 이어 또다시 낙마했고, 권미혁 전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야당 추천 이사는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 11번을 꿰찼다. <관련기사 : 더민주로 간 권미혁 전 방문진 이사 행보 적절한가>

언론인 출신들의 정치권 행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또 직업 선택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는 사회에서 선택은 분명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극우‧보수 진영이 MBC 경영진의 만행을 외면한 채, 언론노조 MBC본부와 야권을 연계해 정파성을 도마 위에 올리는 상황 속에서 이런 행보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MBC가 특정 정당의 하부조직이냐”(김광동 방문진 여당 이사와 기자의 2013년 인터뷰 中 “MBC 구성원 대부분은 정치적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왜 MBC 사장을 하다가 정치를 하는가? 왜 앵커를 하다가 공천을 받고 정치를 하나? 박광온, 최문순, 신경민은 MBC에서 활동하다가 정당에 들어가 정치를 하고 있다. MBC가 특정 정당의 하부조직인가?”)는 식의 비판을 하는데, 본인들의 행보가 위축된 언론 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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