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라디오 방송에서 경주에 출마한 권영국 예비후보를 긍정적으로 설명한 반면 김석기 예비후보를 부정적으로 언급해 제재를 받았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2월5일 방영된 CBS ‘주말이야기쇼’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4조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며 ‘의견제시’ 제재를 내렸다. 의견제시는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주말이야기쇼’ 2부로 역사에 대한 대담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5일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국내 정치이야기를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출연자인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거리의 변호사인 권영국 변호사가 시민혁명당을 창당하고 출마했다”면서 “경주에 용산참사 책임자였던 김석기 경찰청장이 후보로 나오니까”라며 출마배경을 설명했다. 

안진걸 처장은 “용산참사 때 다섯분이 안타깝게 돌아가셨다. 그래서 철거민들과 유가족들이 보기에 (김석기 예비후보가) 참사의 책임자인데 어떻게 총선에 나올 수 있냐고 격렬하게 반대하고 계신다. 참사 때 유가족들의 변호사가 권영국 변호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인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우린 단순히 소개할 뿐이죠. 권영국 변호사가 (당선) 돼야 한다든지 떨어져야 된다고 하는 얘기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을 밝혀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 지난해 열린'국민파업집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가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심의규정상 선거 후보자의 출마에 대한 보도를 할 경우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용산참사라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에 특정 후보자의 유불리를 떠나 제재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박흥식 위원은 “중립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심하게 규정을 위반한다고 보긴 어려워 법정제재보다는 행정지도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덕 위원 역시 “용산참사가 소재였다보니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거 같다”면서도 “불문에 부치긴 어렵다고 본다. 행정지도 중 가장 낮은 의견제시는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한상혁 위원은 “후보자 한 사람만 소개했다거나 팩트가 아닌 이야기를 언급했다면 제재하는 게 맞지만 이 건은 후보자 2명 모두 설명했다. 사안을 이야기하다보면 한사람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팩트를 갖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면서 “이 정도 내용을 제재하는 것으로 기준이 세워지면 종편 시사프로의 표현 하나하나 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균 위원은 “해당 방송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강신업 변호사는 강도 높은 제재를 요구했다. 그는 “이건 상당히 문제가 있는 내용”이라며 “후보 한사람을 밀어주고 다른 사람 끌어내리는 식이다. 용산참사에 대한 시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논란을 의식한 듯한 대목은 스스로 공정하지 못했다는 걸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원들은 심의규정 위반 정도가 경미하지만 어쨌건 특정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중립성이 훼손된 건 맞기 때문에 가장 낮은 제재인 ‘의견제시’를 내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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