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년전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북한 소형 무인기 3대는 3~4kg 무게의 폭탄도 달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기껏 400~900g 정도의 수류탄 1개를 매달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무인기의 정보수집용 카메라 작동 기능 역시 1980년대에 제작된 수준으로 조잡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원격 조종으로 실시간 촬영해 곧바로 전송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인기가 복귀했을 때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을 확인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 2014년 4월3일 조선일보 1면 기사
북 무인기, 2년 만에 조잡한 수준으로 결론

2년전 정부의 호들갑, 그리고 이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을 생각하면 민망한 결론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무인기가 찍은 청와대 사진을 1면에서 단독으로 공개하며 “이번 사진을 볼 때 북한이 청와대를 표적으로 무인기를 띄워 정찰·작전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2014년 4월3일 사설에서 “이 무인기는 20~30kg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며 “언제든 자폭 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단정적’으로 썼다. 그러면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도 북의 최첨단 무기가 아니라 잠수정과 어뢰를 이용한 야간 기습에 당했다”고 썼다.

문화일보도 4월2일 ‘청와대 촬영 북 무인기, 자폭형 공격 가능 충격’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인기는 초보적 기술 수준이지만 폭약 장착이 가능하며 자폭형 무인공격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폭약 장착이 가능한지 등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도 4월3일 ‘청와대 촬영한 북 무인기, 대통령 겨눴으면 어쩔 뻔했나' 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청와대 사진을 두고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정조준해 무인기로 공격해도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니 통탄할 일”이라며 “동체가 목표물로 돌진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자폭형 무인기를 동원하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진다”고 썼다.

▲ 2014년 4월3일 동아일보 사설
“폭약 장착 가능”하다며 호들갑 떨던 언론들

더 큰 문제는 당시에 언론들이 ‘알 면서도’ 이런 기사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몇몇 언론에서는 해당 무인기가 공격 능력이 없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권홍우 서울경제 선임기자는 당시 ‘허접한 북한 무인기, 더 허접한 대응’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한마디로 허접하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파주와 백령도에 떨어진 무인기는 일단 작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국산 송골매나 이스라엘제 서처 군단급 무인정찰기에 비해 길이가 절반에서 3분의1 정도다. 장시간 비행은 물론 무거운 장비나 폭약을 적재하기 어려운 구조다. 초소형 무인정찰기에도 장착되는 항공광학장비마저 보이지 않는다.”

김영미 시사IN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도 “이런 종류의 무인기에는 절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없다”며 초소형 핵무기의 무게가 23kg인 것에 반해 해당 무인기는 3kg가 넘으면 비행도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 편집위원은 “한국 언론들은 연일 ‘청와대 상공까지 뚫렸다’라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면서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고도 썼다. 

이는 당시 외신 보도를 봐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당시 CNN은 ‘Are suspected North Korean drones a threat to South Korea?(북한의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비행기, 한국에 위협이 되나?)’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인기가 위협적이지 않은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원격 조정 무인비행기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CNN은 “한국이 이 무인기 때문에 영공을 지키고자 법석을 떨었다”며 “한국정부 주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 무인비행기들이 실제 위협은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하디 ‘ihs제인스 디펜스’ 아시아태평양 편집장은 “장난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원격조종 비행기와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 2014년 4월9일 CNN보도
당시 CNN “장난감과 비슷한 무인비행기”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이에 대한  후속 보도는 없다. 21일 오후 ‘북한 무인기’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해당 무인기가 조잡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기사는 10여개가 검색될 뿐이다. 2014년 4월 당시 쏟아진 기사는 5410건에 이른다. 무인기 발견과 이후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등을 감안해도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다. 

이에 대해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 단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정부 관계자들을 언급하며 “참으로 영혼까지 파는 안보전문가들이었다”며 “전문성보다는 정치논리를 앞세워 국민을 겁박하던 그 사람들, 다 찾아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썼다. 언론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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