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발표된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KT와 LGU+는 이 보고서가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전이를 증명한다”며 합병 반대의 근거로 삼았으나, SK텔레콤은 즉각 반박했다. 특정 통신사의 문제를 가려내기에 앞서 통신3사 모두 결합상품을 앞세워 방송시장을 삼키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18일 오후 발표한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방송·통신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는 결합상품 중 SK텔레콤의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이하 이동전화 결합) 시장점유율이 50.1%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49.9%로 이동전화 결합 점유율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보다 처음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보고서에 관해 SK텔레콤의 경쟁 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KT와 LG+는 18일 오후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이동시장 점유율’보다 ‘이동전화 결합 점유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결합시장에서의 지배력 전이를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핸드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SK텔레콤이 이를 기반으로 결합상품 유치에 나서니 방송시장에 영향을 미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케이블업계의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CJ헬로비전 회원들이 SK쪽으로 돌리게 돼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 2015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

반면 SK텔레콤은 18일 오후 반박자료를 내고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전체 방송통신 결합판매 가입자 1541만 가구 중 초고속 인터넷 결합은 96%, 유선전화 결합은 58%인 반면, 이동전화 결합은 43% 수준으로 경쟁제한성을 논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결합상품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중 이용자가 많지 않은 하나의 상품만 놓고 시장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결론적으로 KT와 LGU+의 주장과 달리 이번 보고서를 두고 시장지배력 전이를 판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첫째, 이번 보고서는 2014년 자료라는 점에서 최근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둘째, SK텔레콤 주장처럼 이동전화 결합은 결합상품 시장의 일부분이고 규모가 작다. 셋째,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과 이동전화 결합 점유율의 격차가 크지 않아 시장지배력 전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SK텔레콤의 주장처럼 문제가 없다고 결론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시장지배력을 따지기 위해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건 추세”라며 “전체 결합상품 시장에서 이동전화 결합의 증가율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내 한 통신대리점. ⓒ 연합뉴스
추이를 지켜보면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은 통신3사 모두 해당 된다. 이동전화 결합이 전체 결합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0.7%에서 2014년 23.5%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점유율은 낮지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LG유플러스의 이동전화 결합 점유율이 2008년 6.2%에서 2014년 13.7%로 2배가량 늘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KT의 이동전화 결합 점유율은 35.1%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28.6%를 크게 상회하고 있기도 하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통계는 결합 품목을 늘린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집전화-인터넷’ ‘IPTV-인터넷’처럼 2가지 상품을 결합한 가입자가 줄어드는  반면, 3가지(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IPTV) 방송통신상품을 결합한 경우는 전년대비 5.1%늘었다. 4가지(휴대전화-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IPTV) 종류를 결합한 경우는 무려 37.8%나 증가했다. 3~4가지 결합상품은 통신3사의 주력 상품이다. 통신상품을 묶어서 팔 수 없었던 케이블업계가 통신3사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크게 밀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보고서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전이를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니라 통신3사가 결합상품을 무기로 유료방송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려야 할 결론은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통신사업자의 케이블업계 인수합병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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