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셀프지명으로 전무후무한 5선 비례대표가 된다. 더민주는 비례대표 1번 몫으로 박경미 홍대 수학과 교수를 지명했는데 과거 표절논란이 불거졌던 인물이다. 더민주의 19대 청년 비례대표 재선이 좌절된 가운데 차기 청년 비례대표마저 당선권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20일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공개했다. 당선 안정권인 A그룹(1~10번)에 박경미 홍익대 수학과 교수(1번), 김종인 비대위원장(2번),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6번)가 지명됐다. 김성수 대변인,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회장,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이용득 전 최고위원(노동계 몫), 양정숙 변호사,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번호를 부여받지 않고 A그룹에 배정됐다.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미소 짓고 있다. ⓒ포커스뉴스

더민주 비례대표 명단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다. 이례적으로 공천권을 쥔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남성 비례대표 1순위로 ‘셀프지명’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취임 1개월 기자회견 때만 해도 “내가 비례대표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혀 말바꾸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당은 20일 오후 논평을 내고 “과거 어느 정당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사실상 1번인 비례 2번을 당대표가 차지한 적은 유례가 없다”면서 “비례대표 진출설을 극구 부인하더니 낯이 뜨겁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비례대표 지명 소식에 “그럴 줄 알았다. 비례대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례 1번인 박경미 홍대 수학과 교수 지명에 대해선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인물이 아닌데다 과거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교수는 2004년 11월 발간된 ‘한국수학교육학회지’에 기고한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 수학 용어 비교 연구’에서 같은 대학원의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고 한겨레가 2008년 보도한 바 있다.

김성수 대변인도 박경미 교수가 왜 비례대표 1번으로 지명된 것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김 대변인은 “제가 들은 바 없다. 명부만 받았다. 아마 추천을 받은 것 같다. 평소에 대표를 잘 아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11~20번인 B그룹은 번호 배정에 따라 당락이 엇갈리게 된다. B그룹에선 송옥주 국회 정책위원(당직자 몫)만 당선 안정권인 13번을 배정받았다. 번호를 배정받지 않은 B그룹은 심기준 전 최문순 강원도지사 정무특보, 이수진 전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위원장(노동계 몫), 정은혜 당 부대변인(청년비례 몫),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이재서 총신대 교수, 이재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이철희 당 전략기획본부장,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이다.

청년 비례대표를 내세워온 더민주가 청년 비례대표를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B그룹인 청년 비례대표 정은혜 더민주 부대변인은 당 중앙운영위 투표 결과 하위권으로 밀리면 국회 입성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19대 청년 비례대표였던 김광진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했고, 장하나 의원이 컷오프된 상황에서 20대 국회의 더민주 청년 의원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더민주는 20일 오후 중앙위원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번호 지명이 된 4명을 제외한 후보에 대한 순번을 확정할 계획이다. A그룹은 1~10번 번호가 배정되며, B그룹은 11~20번 번호가 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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