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고글을 게재한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심의제재를 받았다. 총선 예비후보자 명의의 칼럼을 게재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인데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기구인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인터넷언론 프레시안과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총선 예비후보자의 기고글을 게재해 ‘공정보도 협조요청’ 조치를 내렸다고 15일 발표했다. “선거일 90일 이전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8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공정보도 협조요청’은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 수준에 해당한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지난달 25일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설명한 “내가 10시간 18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한 이유”라는 글을 게재했다. 같은 날 프레시안은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가  자신의 출마 배경을 밝힌 “4급 장애인 의사인 나는 왜 출마했나”라는  글을 게재했다.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앞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지난 1월29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칼럼게재를 중단하라고 통보해 논란이 됐다. 하 위원장이 총선 예비후보자이기 때문에 선거 90일 이전부터는 기존에 해오던 연재를 더는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칼럼망명’을 선언했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특정 후보자가 자신의 출마 배경을 소개한 글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심의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선거와 무관한 현안에 대한 당사자의 견해를 담은 글이나 기존에 해온 연재까지 막는 건 과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예비후보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한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기고를 해선 안 된다는 심의기준은 이중적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마음대로 제재하는 게 아니라 심의기준에 예비후보자의 기고를 금지하고 있어 칼럼 내용에 상관없이 제재하고 있다”면서 “기고는 기사와 달리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내 결과적으로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외부기고가 블로그 글이라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인터넷 환경에서 언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한 심의기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인터넷 환경에 맞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엄연히 신문법에 등록된 언론이기 때문에 제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다. 지역에선 후보자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특정 언론과 결탁해 자신의 칼럼을 20~30건씩 게재해 포털에 노출되게 하는 등 선거운동과 다름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 조항이 없으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