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도마에 올랐다. 특정 정파와 후보자를 비난하고 퇴출을 요구하는 내용이 사실상 방송을 통한 낙선운동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14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2건에 관해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관계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기간 선거방송 심의를 전담하는 독립기구로 여야 뿐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위원을 추천한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일반적인 정치현안에 대한 내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맡고, 선거 후보자, 정당 인사영입, 선거여론조사 등 선거에 관한 보도는 선거방송심의위에서 맡는다.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 1월18일, 1월25일 방영분이다. 장성민 앵커와 패널들은 친노세력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하고, 퇴출 대상으로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한다. 다른 시사프로그램과 달리 사회자인 장성민 앵커가 이 같은 편파발언을 주도한다.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18일 방송에서 장성민 앵커는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운동권 정치라는 것이 숙주정치”라며 “독자적 리더십이 없다. 항상 힘 있는 쪽에 한 사람 내세워 패거리정치를 하거나 힘 있는 사람에 붙어서 하는 숙주정치가 전문”이라고 말했다. 장성민 앵커는 “대한민국에 정치실종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근본이유는 야당 정치의 무능함, 무원칙, 무책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8일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한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막말, 갑질을 한 의원 중에서도 친노인 분이 5~6명 되지 않습니까. 신기남, 노영민, 윤후덕, 정청래, 김경협 의원까지. 이분들을 처리하지 않고는 성과라고 할 수가 없다”면서 사실상 특정 예비후보자의 낙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25일 방송에서 장성민 앵커는 박영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잔류하자 “저희들이 봤을 땐 참 한심한데요”라고 말했다. 패널로 출연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는 김홍걸씨의 더민주 입당에 관해 “김대중 정신을 욕보이는 것” “인질정치냐 볼모정치냐 보쌈정치냐 이렇게 지적 했던데 그게 맞는 거 같다. 호남민심에 대한 모독행위”라고 말했다.

이날 선거방송심의위에서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처음 심의 대상에 올랐는데 심의위원들은 프로그램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상균 위원은 “주관적인 내용으로 클로징 멘트를 하는데 3분36초나 된다. 전반적으로 장성민씨가 말하는 분량도 굉장히 길다”면서 “이건 장성민씨의 개인칼럼이자 새누리당 캠페인 방송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병남 위원은 “인터넷 1인방송에서 하면 딱 맞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심영섭 위원은 “사회자가 중립적인 위치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편향적인 내용을 이끈다”면서 “유사 프로그램으로 채널A ‘쾌도난마’를 제재한 적 있는데, 더 심각한 것 같다. 심의통계를 봐도 독보적으로 제재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걸 보면 TV조선도 이 프로그램 통제를 못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은 “시민단체가 후보자 낙선운동을 하면 검찰조사를 받는데 동일한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위원인 조해주 부위원장은 “진행자가 야당 인사를 언급하며 ‘혼이 없다’ ‘드러내야 한다’는 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했다”면서 “선거방송심의규정 뿐 아니라 선거법 위반으로 문제삼을 수도 있을 정도의 심각한 발언이다. 객관성, 중립성, 공정성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지난 1월25일 방영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화면 갈무리.

한편 이날 회의에서 지난 1월25일 방영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행정지도인 권고조치를 받았다.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김홍걸씨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금배지 때문에 욱해서 그랬다”를 문제로 내 OX퀴즈를 푸는 등 야당 인사를 폄하한 게 문제가 됐다. 내용이 편파있는 건 맞지만 ‘장성민의 시사탱크’처럼 사실무근에 가까운 비난을 하거나 특정 후보자나 정파에 대해 낙선을 요구한 게 아니라는 견해가 많아 경징계를 받게 됐다.

심영섭 위원은 “분명히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고 낮은 수준의 평론인 건 맞지만 이 사안을 법정제재하면 일반적인 가치판단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제재를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제재를 받는 것이니 권고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흥식 위원은 “보도가 아닌 토크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패널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걸 법정제재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균 위원은 “이 프로그램도 ‘시사탱크’와 마찬가지로 객관성이 상당히 결여됐다”면서 “종편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면 종편의 존재 자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방송의 하향평준화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조해주 부위원장은 “패널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발적인 발언을 한 건 감안할 수 있지만 퀴즈 질문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은 사실을 유도한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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