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게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박 시장에 대한 공격이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유죄판결을 받은 양승오 등 7명은 재판에 불복해 항소했고, 박 시장 측의 기사 삭제 요청에도 뉴데일리 등 일부 매체는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 제기자들 유죄, 검찰 구형보다 센 판결

지난달 17일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는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에게 벌금 1500만원, 다른 피고인 6명에게도 벌금 700만~1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박 시장에 대한 낙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제250조)로 벌금 400만~500만원을 구형한 것에 비해 높은 형량의 판결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양승오 등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주신씨가 2011년 12월 대리인을 내세워 MRI를 촬영해 4급 병역변경 처분을 받았고, 2012년 2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신검을 받을 때도 ‘30대 중반의 덩치가 큰’ 대리인의 MRI 사진을 주신씨가 촬영한 현장 컴퓨터에 미리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주신씨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요즘 쓰지 않는 아말감을 사용해 치과 치료를 한 사실, 척추의 모양 등을 볼 때 주신씨의 엑스레이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2012년 11월9일 ‘사회지도층 병익비리국민감시단’이라는 단체는 박주신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2013년 5월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 의혹을 제기하자 박 시장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들을 고발했다가 취하했지만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했고, 같은해 11월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박 시장 측이 고발한 이는 양승오 주임과장, 치과의사 김우현,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 정몽준 팬카페 운영자 등 총 7명이며 법률대리인은 KBS 이사인 차기환 변호사다. 지난 2012년 박주신에게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 의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등 병역비리 의혹을 먼저 제기했던 강용석 변호사도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했다.

1심 판결 이후인 지난달 19일 박 시장 측은 그동안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언론에 기사삭제를 요청했다.

지난달 25일 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미디어워치)는 내용증명을 통해 “해당 사건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1심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무엇보다 박원순 시장과 박주신의 명예 또한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해당 기사를 전부 삭제조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디어워치에는 오히려 피고인 양승오를 비판하는 황의원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의 칼럼 8회분이 게재돼 있다.

또한 병역비리 의혹 기사를 보도했던 ‘데일리저널’과 ‘폴리뷰’ 역시 서울시 측에 공문을 보내 기사삭제 사실을 알렸다. 데일리저널 박종덕 본부장은 데일리저널 홈페이지에 1심 판결 내용을 보도하며 “본보는 기사제휴를 맺은 일부 언론사로부터 박원순 시장 병역비리 관련 외부칼럼과 관련 의혹 기사를 일단 삭제하는 대신, 이번 1심 법원 판결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병역비리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확인하는 기사를 게재한다”고 밝혔다.

▲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뉴데일리의 박주신 병역비리의혹 기사 모음.

굽히지 않는 뉴데일리와 피고인들

하지만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을 가장 많이 보도했던 ‘뉴데일리’는 기사를 삭제하지 않았고, “차기환 ”의학적 증거 아닌 불확실한 증언에 근거한 판결“”등의 기사를 보도하는 등 박 시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뉴데일리에 따르면 차 변호사는 선고 직후 항소의 뜻을 밝히며 “싸움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박 시장 측은 1심판결에 고무돼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며 “‘허위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선 주신씨에 대한 공개재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뉴데일리는 또 다른 기사에서 “박 시장 측은 뉴데일리 등이 게재한 관련 기사에 대해 ‘허위-비방-음해’ 등의 표현을 사용해 본지 등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허위의 기사를 생산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박 시장 측의 이런 행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라고 보도했다.

박원순, 추가 법적 대응

박 시장 측은 지난 2일 유죄판결 받은 피고인을 상대로 양승오 1억원 등 총 5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반성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뉴데일리는 “무엇보다 확정판결도 아닌 1심 판결만 가지고,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언론사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소제기를 예고한 것은 고압적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 측 변호사는 기사를 내리지 않고 있는 뉴데일리에 대해 “지난 11일까지 부여한 자진삭제기간이 도과(徒過:지나다)하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개별 인터넷 홈페이지의 경우 모니터링에 어려움이 있어 제보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한 후 법적 조치를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 '바로세움'
▲ 박주신 병역비리의혹을 제기했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양승오 등의 판결문을 게재해 반박 댓글을 받고 있는 '합리적의심.com'

미디어오늘은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 관련 홈페이지 두 곳에 대한 박 시장 측 입장을 문의했다. 웹사이트 ‘합리적의심.com’은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1심 판결문을 나눠 올려놓고 밑에 반박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한 곳이다. 또한 ‘바로세움’이란 웹사이트는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 관련 게시물과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 기사 등도 함께 게시했다.

박 시장 측은 ‘합리적의심.com’에 대해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어 법적조치의 필요성이 낮다”고 밝혔다. 반면 ‘바로세움’사이트의 경우 “허위사실이 포함된 자료들이 다수 게시돼 있어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심 재판 결과가 의혹을 제기했던 피고인의 입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미디어워치 등 일부 언론은 의혹제기를 멈췄지만 뉴데일리, 피고인 뿐 아니라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새로운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볼 때 박 시장에 대한 공격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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