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영방송에서 자사 보도 감시 활동을 하거나 정부 비판 활동을 한 기자들이 징계 위기에 놓이거나 비취재부서로 배치되는 일이 빚어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KBS 정홍규 기자는 4일자 인사발령으로 보도국 북한부에서 디지털뉴스부로 자리를 옮겼다. 정 기자는 앞서 지난달 24일 감봉6개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 자사 보도 감시 KBS 기자, 감봉6개월>

그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리포트 ‘교통마비에 논술 수험생 발 ‘동동’’과 관련해 취재기자와 최재현 사회2부장(현 정치부장) 등과 통화하며 취재 경위를 묻거나 리포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활동은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로서 자사 보도 감시 일환이었다. 해당 보도는 민중총궐기 집회로 인한 수험생들의 피해가 크지 않았는데도 피해 사례를 지나치게 부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2015년 11월14일자 KBS 뉴스9 보도.
사측은 “부서장에게도 압력성 전화를 걸어 보도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며 정 기자를 징계위에 회부했다. 디지털뉴스부에 배치된 정 기자는 9일부터 ‘알파고 vs 이세돌’ 등의 이슈를 인터넷상으로 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1월까지 방송기자연합회장을 지낸 손관수 기자는 보도국 국제부에서 콘텐츠창의센터 편성정책부로 자리를 옮겼고, KBS기자협회장을 지냈던 유원중 기자도 국제부에서 비취재부서인 미디어정책부로 발령받았다.

KBS의 한 기자는 “자사 보도 감시 활동을 하거나 직능단체에서 활동했던 기자들이 보도국이 아닌 곳으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보도 책임자들이 부서 이동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줬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1일에는 최문호 KBS 기자가 사표를 내고 뉴스타파로의 이직을 밝히기도 했다. 최 기자는 불방 논란이 일었던 KBS 시사 프로그램 ‘훈장’의 제작진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탐사보도 전문기자이다.

<관련기사 : 불방 논란 '훈장' 제작했던 KBS 기자, 뉴스타파로>

최 기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KBS 데스크 라인에 있는 이들은 프로그램을 잘 해낼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무색무취하게 내보낼 것인지만 고민한다”고 비판했다. 

MBC에서는 계속되는 징계 등 구성원에 대한 탄압으로 언론인들의 자기 검열이 극심한 상태이다. 이상호 MBC 기자의 경우 또다시 해고 위기에 놓여 있다.

MBC는 지난 7일 오전 인사위를 열고 이 기자에 대한 징계안을 논의했다. 사측은 정직 기간 중이던 이 기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구조 실패 책임을 묻는 다큐멘터리 영화 ‘대통령의 7시간’을 제작한 것을 문제 삼았다.

사측은 또 이 기자의 △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제작 등 관련 활동 △ 영화 ‘쿼바디스’ 출연 △ 세월호 사고 관련 MBC 보도 비판 △ SNS 활동 등 총 14가지 이유를 들어 인사위에 회부했다.

▲ 이상호 MBC 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8일 “다큐멘터리 ‘대통령의 7시간’은 국민의 알권리 해소 차원에서 정직 기간 중 개인적으로 만들었던 영상물”이라며 “사측이 이 기자에게 중징계를 내린다면 정권의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아부성 표적 징계’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임소정 MBC 기자는 지난 7일 대기발령 3개월 조치를 받고 2주간 교육에 들어갔다. 임 기자는 2013년 4월 MBC 시사 프로그램 2580을 통해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을 재조명하고 특종 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담당 부장이 몰래카메라 등 핵심 내용을 삭제하고 보도토록 해 논란이 일었다. 아이템을 두고도 부장과 말다툼을 하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임 기자는 특종을 했음에도 인사평가 최하등급인 R등급을 받게 된다. 이후 전출된 스포츠제작국과 광고영업부에서의 연이은 R등급으로 인해 결국 3개월 대기발령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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