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보도가 KBS를 뒤덮고 있다. 일례로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지난 10일 발표한 평가 보고서를 보면, KBS 메인뉴스 ‘뉴스9’의 7일자 북한 뉴스는 총 9건. TV조선과 동일한 개수다. 

이에 대해 감시연대는 “KBS 메인뉴스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보도를 내보냈다”며 “양과 질에서 모두 종합편성채널을 능가하는 ‘안보장사’ 행태”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KBS 북풍몰이 보도, TV조선 보다 심했다”>

KBS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보도 행태가 보도국 간부들의 보수 편향성에 비롯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수 간부의 성향이 공영방송 뉴스제작과 편집에 지나치게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지난 7일 방송사들의 한미연합훈련 관련 보도량. 사진=총선보도감시연대

KBS의 한 기자는 “보도국 간부들의 특정한 성향이 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일방적으로 국방부를 대변하는 리포트가 톱뉴스에 배치되는 등 최근 북한 관련 보도 수준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보도국 내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정지환 KBS 보도국장과 최재현 정치부장이 현재 이 같은 뉴스를 주도하는 주요 보도국 책임자이다.

“북 핵실험, 재난에 준하는 상황”

KBS 보도국 관계자들이 전문가들과 KBS 보도를 비평하는 프로그램 ‘KBS 뉴스 옴부즈맨’을 보면 두 사람의 생각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2013년 3월31일 ‘KBS 뉴스 옴부즈맨’은 북한 보도 비평을 시도했다. 이 시기는 북한의 3차 핵실험 도발 직후였다.

이날 KBS 뉴스 옴부즈맨 위원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2013년 3월8일 북한 관련 리포트가 9건 연속 보도된 것을 지적하며 “보도가 지나치게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3월8일은 북한이 UN 대북 제재에 맞서 남북간의 ‘불가침 합의’를 전면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날이다.

▲ 2013년 3월31일 ‘KBS 뉴스 옴부즈맨’에 출연한 정지환 KBS 보도국장의 모습. (사진=KBS)
이에 대해 당시 KBS 보도국 편집주간이었던 정지환 보도국장은 “북한이 남북 불가침 합의를 폐기하겠다며 사실상 전쟁 불사를 선언한 날이라 매우 무겁게 봤다”며 “월등히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타 방송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다뤘다’는 지적에는 “KBS는 재난재해주관 방송사다. 재난이 발생하면 국민에게 신속한 정보를 알려드려 국민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책무를 띠고 있다. 이번 사안도 재난, 재해에 준하는 상황으로 봤다”고 답변했다.   

이어 또 다른 위원인 장경수 세종대학교 석좌교수가 “박근혜 대통령 뉴스가 첫머리를 장식하거나 별도의 아이템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잦아서 균형감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정 보도국장은 “대통령 뉴스와 관련한 KBS의 정체성은 시청자 관점에서 본 뉴스 가치”라고 답변했다. 

이어 “대통령 뉴스라고 해서 무조건 톱으로 내지 않는다”며 “과거 땡X 뉴스 악몽 때문에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글자 그대로 옛날이야기다. 이젠 대통령 뉴스라고 해서 앞으로 넣고 그런 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1월1일~7월10일(191일)까지 박근혜 대통령 관련 보도를 전수 조사한 결과, KBS ‘뉴스9’는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를 총 155건 보도했다. 하루 평균 0.81건이 지상파를 타고 안방에 전달됐다. 

이 가운데 1~3번째 배치된 리포트는 49건이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4일에 한 번 꼴로 톱뉴스에 배치되는 현상이 눈에 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매일 같이 대통령의 동정 리포트가 다뤄지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은 적지 않다.

<관련기사 : ‘땡박뉴스’ SBS, ‘땡북뉴스’ 채널A>

“핵 무장론, 자주권적 차원에서 보도”

최근 안보 상황과 관련해 최재현 정치부장도 지난달 28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를 비평했다. 이날 방송 쟁점에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문제도 있었다.

옴부즈맨 위원으로 참석한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 대학원 교수는 “사드의 부지 선택, 한미 비용 분담, 사드 효용성과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적 갈등 등 다양한 쟁점을 다룬 보도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KBS 보도가 사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논란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에 최 부장은 ‘사드 찬양론’을 펼쳤다. 그는 “사드는 최첨단 시설”이라며 “사드 제작사와 주한미군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요격 성공률이 약 70~90%에 달한다”고 말했다.

▲ 최재현 KBS 정치부장이 지난달 28일 ‘KBS 뉴스 옴부즈맨’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KBS)
최 부장은 “북한의 핵 미사일을 사드체계를 통해 고고도에서 먼저 방어하고 거기서 놓친 것은 밑에서 기다리는 패트리어트 시스템으로 막으면 상당 부분 방어가 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며 “지금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또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고 핵 미사일이 저희를 향해 오는 것이 임박해있는 상황”이라며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다른 논쟁이 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다뤘다”고 해명했다. 사드에 대한 여러 쟁점보다 사드 배치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옴부즈맨 위원인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KBS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핵 무장론’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핵 무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은 “현실적으로 (핵무장은) 가능하지 않다”면서도 “자주권적 입장에서 한 번쯤 (새누리당에서) 목소리 내는 걸 다뤄주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국제사회에 우리가 다급하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최 부장은 KBS 보도국 사회2부장이던 지난해 11월29일 같은 방송(‘민중총궐기’ 편)에서도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했다. 

한 옴부즈맨 위원이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로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와 관련해 “(누가 잘못을 한 것인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자 최 부장은 “9시 뉴스를 할 때까지만 해도 중태자가 나온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부장은 “그 전까지는 과격 시위 양상이었고 경찰이 사다리에 맞고 다치고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때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뒤 “살수차를 쏘는 장면도 보면, 한쪽 버스가 뚫리니까 시위대하고 경찰이 섞이게 됐고 유혈사태까지 갈 수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살수차로 떼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경찰을 두둔하는 식의 발언을 계속했다.

최근 북한 보도로 쏠리는 KBS 보도 행태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정 보도국장과 최 부장에게 12일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