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 프로그램 ‘훈장’을 제작했던 최문호 기자가 비영리독립언론 ‘뉴스타파’에 새 둥지를 튼다. 

제작 자율성이 침해된 채 권력 비판 기능을 상실한 KBS에서는 탐사보도의 뜻을 펼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최 기자는 11일 오전 KBS에 사표를 제출했다. 오는 17일 수리될 것으로 보여 다다음주부터는 뉴스타파 기자로 활동할 전망이다.

최 기자는 불방 논란에 휩싸인 시사프로그램 ‘훈장’을 제작했다. 훈장은 KBS 탐사보도팀이 3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해 얻어낸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8개월간의 불방 논란 끝에 지난달 2일 전파를 탔다.

당초 제작진은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으로 두 차례 방송을 기획했으나 ‘훈장’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2일 한 차례 방송됐을 뿐이다.

특히 친일 행적자들의 훈장 수여가 이승만‧박정희 정부 때 집중됐다는 내용이 담긴 2부는 KBS 경영진들의 늑장과 외면 속에 방송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취재 내용의 3분의 1을 들어내라는 데스크 지시에 논의는 중단됐다.

▲ 최문호 KBS 기자가 11일 사표를 제출하고 뉴스타파로 이직한다.

취재 기자 3명 가운데 2명과 담당 팀장이 타 부서로 발령을 받았는데, KBS 안팎에서는 프로그램 불방을 위한 인사발령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 기자의 고민은 이와 같은 현실에 기인한다. 그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작년 말 훈장을 하면서 내가 KBS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고 느껴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KBS 데스크 라인에 있는 이들은 탐사보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프로그램을 잘 해낼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무색무취하게 내보낼 것인지만 고민한다”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훈장의 경우) 팩트인데도 국방부 반론이 없다고 방송을 막는 등 KBS는 자정이 이뤄지는 상황이 아니”라며 “평형수가 빠진 공영방송, KBS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공영방송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수고를 무시한 채 (경영진들은) 조직을 사유화했다”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기자 능력을 쓰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최 기자는 뉴스타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향후 2~3년이면 탐사보도 영역은 뉴스타파로 수렴될 것”이라며 “최고 기관에서 제대로 탐사보도를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최 기자는 1995년 KBS에 입사해 2005년부터 3년간 KBS 탐사보도팀 기자로 일했다. 

KBS의 대표적 탐사보도 전문 기자로 이름을 알렸고, 2006년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2007년 ‘김앤장을 말한다 2부작’을 보도해 2년 연속 한국기자상과 한국방송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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