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을 옹호하는 신문 기고글을 국정원 직원과 사전에 공유해 ‘지시나 검토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조영기 방송통신심의위원이 “기고할 언론사 메일주소를 물어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왜 국정원 직원과 기고문 내용까지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기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는 조영기 위원(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에게 국정원 커넥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메일을 주고받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앞서 뉴스타파는 9일 국정원심리전단 직원과 조 위원(당시 교수)이 2013년 7월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기간 국정원을 옹호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사전에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직원은 조 교수에게 기고문과 같은 내용의 글을 첨부한 메일에서 강원도민일보 편집국장의 이메일 주소를 언급하며 “이 곳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기고글을 국정원의 지시나 검토를 받아 글을 쓴 것인지 묻자 조 위원은 “그 글은 (국정원이 쓴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쓴 것”이라며 “과거 문화일보에도 그런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다른 언론에도 기고를 하고 싶어 기고할 지역언론사 메일주소를 물어보기 위해 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 2013년 7월25일 강원도민일보 기고글. 조영기 교수는 이 기고글을 국정원 직원과 주고 받은 후 언론에 기고했다.

심리전단 직원에게 지역언론 편집국장 메일주소를 물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 사람이 심리전단인지 아닌지 모른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조 위원은 “조심하세요”라며 “왜 사람을 국정원 끄나풀이라는 식으로 기사에 표현하고 그러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언론사 기고를 위한 계정이나 편집국장 계정은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쉽게 나오는 정보인데 굳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을 통해 구했다는 건 신빙성이 높지 않다. 더욱이 단순히 메일주소를 물어본 거라면 국정원을 옹호하는 내용의 기고문의 첨부파일 형태로 주고 받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이와 별개로 국정원 직원이 지역언론을 관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 또한 제기될 수 있다.

명확한 입장을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조 위원은 “지금까지 하신 것처럼 마음대로 (기사를) 쓰세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기자들은 전체회의 장소인 심의위 19층에서 건물 외부까지 따라갔으나 끝내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9일 오후 성명을 내고 “방송 공정성과 국민의 인터넷 표현물을 심의하는 현직 심의위원이 국정원과 커넥션을 맺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 교수가 총선시기 방송뉴스를 심의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박효종 위원장은 즉각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청와대 추천으로 심의위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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