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와 PD를 ‘증거 없이’ 해고하고 프로그램 부당 청탁 등의 의혹이 드러난 ‘백종문 녹취록’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김석창 문화사업제작센터장이 10일 경인지사장으로 영전했다.

김석창 센터장은 지난 2014년 3월과 11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과 정재욱 법무실장 등 MBC 간부들과 극우 매체 폴리뷰 관계자들을 만나 파업 참가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뿐 아니라 노골적인 프로그램 간섭과 압력 행사, 지역 차별 채용 등을 논의했던 인물이다. (관련기사 : “백종문이 김재철 죽이고 이진숙 날렸다”)

김 센터장은 2014년 3월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등과 회동 자리에서 “오늘 새로 명함이 새로 나왔다”며 “내가 부국장으로 본사 들어갔다고 노조가 오늘 또 그냥 넘어가지 않네”라고 말한다. 2013년 글로벌사업부 일본지사장을 지냈다가 김재철 MBC 전 사장 해임 후 용인 드라미아로 발령 났던 그가 안 사장이 취임하고 미래전략본부 관계회사국 부국장으로 돌아왔던 때였다.

김석창 MBC 문화사업제작센터장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당시 안 사장의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에서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은 ‘보복’의 논리로 일터에서 배제되고 있는데 김재철 시대의 깨알 같은 보은인사 또한 다시 등장하고 있다”며 “‘김재철의 집사’라는 이름으로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다 막판엔 ‘위인설관’ 논란을 일으키며 일본지사장까지 진출했다가 김재철 해임과 함께 드라미아로 자리를 옮겼던 인사는 MBC 본사의 부국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고 지적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센터장은 폴리뷰 등 극우 인터넷 매체들과 회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MB가 정권을 잡으면서 김재철 사장 때 MBC를 두고 한번 전투가 붙은 거다. 내가 볼 때는 그들로부터 유일하게 교두보를 뺏어왔던 게 김재철 사장이고 이번엔 안광한 사장”이라며 “미디어워치든 폴리뷰든 어떻게 보면 우리 옷이고 날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진주MBC 재직 시절 노조지부장도 역임하고 노동법 개정 반대 파업을 주도하는 등 적극적인 노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10년 김재철 전 사장 선임 후 본사 특보로 임명되면서 소위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됐다.

김 부국장은 김 전 사장과 동향인 경남 사천 출신이며, 둘 다 고려대(김재철 사학과, 김석창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안광한 현 MBC 사장도 경남 남해 출생으로 진주고와 고대 신방과를 나왔다. 

구성=강성원 기자. 그래픽=이우림 기자 ⓒiStock
아울러 이날 인사 드라마본부 영상미술국 영상2부장으로 발령이 난 길아무개 부장은 지난 2012년 12월 영상2부장이 됐다가 이듬해 직원들로부터 뇌물수수 문제가 불거져 사내 징계를 받고 소속돼 있던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에서도 제명된 바 있다. 이후 그는 사회공헌실로 자리를 옮겼지만 3년 만에 영상미술국으로 복귀한 것이다. 

한 MBC 관계자는 길 부장이 비리를 저지르고 타부서로 옮겨갔다가 다시 영상부로 발령이 난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이 어떻게 개입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인사는 부적절해 보인다”며 “이미 난 인사가 번복되긴 어렵겠지만 부서 직원들과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능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백종문 녹취록에서 드러난 불법행위조차 무시하는 일이 MBC에서는 이미 횡행하고 있어 불법·무효 판결이 안 나는 인사가 없을 지경”이라며 “지역 차별 채용과 부당전보, 불합리한 저성과자 평가, 불법 징계·해고 무효 판결까지 났는데 이제 승진까지도 위법과 권한남용으로 점철도 있음을 또 한 번 증명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3월31일 10시49분, 기사 일부 수정.)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