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영장을 제시받지 않고 회원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했지만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0일 포털 이용자 차아무개씨가 네이버가 영장없이 자신의 정보를 경찰에 넘겨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네이버(당시 NHN)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파기환송했다. “네이버가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낸 것으로 포털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차아무개씨는 2010년 3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포옹을 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한 내용이 담긴 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고, 유 장관은 차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수사과정에서 종로경찰서는 네이버에 차씨의 이름, 네이버ID, 주민등록번호, 이메일주소, 핸드폰 번호 등의 자료를 영장없이 자료제공 요청만으로 넘겨받았다.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가 10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찰이 자료제공 요청을 하면 포털이 이를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지, 아니면 무조건 제공해야 할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전기통신사업자(포털)가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012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은 “(네이버는) 전기통신기본법에 규정된 통신비밀보호 전담기구를 통해 개인정보를 제공할지, 어느 범위까지 제공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해 포털의 책임을 강조했다. 2심 판결이후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은 수시당국이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10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을 표명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포털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을 통제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게 만드는 판결에 대해 유감”이라며 “파기환송을 한 구체적인 이유를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판결문을 받아보고 분석한 후에 입장을 발표하겠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포털이 통신자료를 수사당국에 제공하는 일이 재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확한 건 판결문을 받아봐야 안다”면서도 “판결의 핵심은 영장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해도 되는지 여부가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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