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라운드다. 지금까지 다양한 MCN(멀티채널네트워크, Multi-Channel Network) ‘실험’이 이어졌고, 투자를 받아 생존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시기다. 승부처는 아시아 시장인데, ‘제2의 한류’가 될지는 미지수다. MCN 사업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일부 대기업들 위주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심의·광고규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세긴 한데, 돈벌기 쉽지 않네

MCN 사업이 주목받으면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받곤 있지만 문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없다는 것이다. 조회 수만으로 광고수익을 얻는 모델 자체가 수익성이 낮을 뿐더러, 이를 업체와 크리에이터가 나눠야 한다. 유튜브의 경우 광고수익의 55%를 제작자에게 배분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1건당 제작자에게 1원이 돌아오는 꼴인데 이 중 크리에이터에게 70~80% 가량을 떼 주면 업체가 버는 돈은 조회수당 0.2~0.3원 뿐이다. 배우와 장소 캐스팅, 촬영에 들어가는 장비와 인건비 등이 투입되는 웹드라마 제작은 본전 뽑기도 힘들다.

따라서 드라마 등 완성된 콘텐츠를 내보내는 경우에는 네이티브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익을 내려니 광고를 넣는 건 불가피한데 방송처럼 광고를 앞뒤에 껴 넣을 수도 없으니 결국 프로그램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MCN 업체들이 제작단가가 낮은 1인 미디어 중심의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로 정착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전통미디어들도 MCN시장이 뛰어들었다. CJ E&M은 '1박2일'의 MCN판 '신서유기'를 제작해 화제가 됐다.

단순한 네이티브 광고가 아닌 소셜커머스 등과 연계하는 O2O 방식도 수익모델로 거론된다. 메이크어스가 이 모델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인데 콘텐츠에 광고를 담아 자연스럽게 상품을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JTBC2가 일부 웹드라마를 편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MCN 콘텐츠를 TV에 방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박진우 트레져헌터 이사는 “일부 작품은 방송에서 방영될 수도 있겠지만, MCN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최적화 돼 있고, 내용도 방송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도록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MCN에 있어 TV방송은 수많은 멀티채널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영 메이크어스 이사는 “MCN 산업이 시작된 지 3년 정도 지났는데, 지금까지 많은 업체가 나왔고 투자도 될 만큼 됐다. 올해부터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업체는 도태되고 걸러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MCN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제대로 수익을 내는 사업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정적으로 돈을 버는 크리에이터들도 일부”라며 “1인 미디어로 중심을 잡게 되면 크리에이터가 정말 많지 않은 이상 사업이 크게 번창하기 힘들고, 완성형 콘텐츠의 경우 광고가 많으면 콘텐츠를 보기 불편하다. 어쨌거나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 MCN을 구원할까?

MCN 사업자들은 잇달아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문화적인 유사성이 있고 이미 한류 콘텐츠가 성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주요 MCN 사업자들은 현지 업체 및 크리에이터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다이아TV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유쿠’와 계약을 맺었으며 아시아지역 300여명의 현지 크리에이터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트레져헌터는 중국 현지의 뉴미디어기업인 바나나프로젝트와 계약을 맺고 라이브 스트리밍서비스 ‘팬더TV’를 오픈했다. 메이크어스는 중국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커머스와 자사 콘텐츠를 연계할 계획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MCN은 아니지만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동영상 플랫폼인 네이버 ‘V앱’이 해외에서 각광받는 건 참고할만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운로드 기준으로 보면 70%의 트래픽이 해외에서 나온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전쟁 등의 영향으로 평균연령이 굉장히 낮고 동영상 소비패턴이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최근 4G가 도입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한류 스타 뿐 아니라 현지 베트남 유명인사 20여명과 계약을 통해 현지 방송을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유명 연예인 중심의 한류와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 접근 또한 달라야 한다. 박진우 트레져헌터 이사는 “MCN은 연예인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크리에이터들의 현지화를 중요하게 본다”면서 “크리에이터가 중국어 교육을 받고 중국에 맞는 콘텐츠를 고민하는 식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MCN이 방송 콘텐츠의 ‘한류’와 달리 큰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국내 MCN이 아시아시장에 진출해 거대한 시장을 만들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방송 콘텐츠처럼 최고가 될 것이라는 목표를 삼으면 안 된다. 각 나라에서 조금씩 이윤을 내더라도 이를 합치면 적지 않은 규모가 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플랫폼·콘텐츠 사업자들의 잔치되나

MCN 시장이 주목받자 플랫폼 사업자들도 가세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도 MCN 사업을 시작했다. 통신 3사 역시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SK텔레콤의 신규 OTT(스트리밍 비디오, over the top) 서비스인 옥수수는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공백을 MCN으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쪽은 CJE&M이다. 다이아TV는 650여팀의 크리에이터를 확보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다. 이미 한류콘텐츠를 통한 해외진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통 방송콘텐츠 제작도 아니고 MCN도 아닌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지상파와 달리 콘텐츠 기업으로서 강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오는 9일 설립되는 MCN협회의 회장사 역시 CJE&M이다.

대기업들의 행보에 우려도 제기된다. MCN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광고를 많이 수주할수록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상황에서 CJ는 크리에이터도 많고, 방송과 영화 사업을 통해 확보한 광고영업망을 무기로 갖고 있다는 점이 무섭다”고 말했다. 다이아TV에 따르면 CJE&M의 광고 인력만 400여명에 달한다. 이 관계자는 “적자를 내더라도 장기적인 투자가 관건인데, CJ는 지속적 투자로 tvN등의 PP를 성공시킨 전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영 메이크어스 이사는 “메이저 기업만 돈을 쓸어 담고 나머지 기업들은 생태계 유지에만 급급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결국 (MCN 시장이) 알짜배기 매출 1000억 원대를 달성하는 큰 기업 2~3곳이 지배하고 나머지는 에이전시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MCN 사업의 특성상 특정 대기업이 지배력을 가지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강정수 소장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이미 지배적인 영상 플랫폼 사업자이기 때문에 어느 한 국내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MCN은 팬들도 기업이 아닌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형성 돼 있고, 크리에이터가 쉽게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어 쏠림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iStock

아프리카TV 단속하는 정부, ‘규제’ 변수로 부각

MCN은 아직까지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다. 그러나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언제든 규제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심의의 경우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프리카TV 댓글을 단속하고 혐오 표현이나 욕설을 한 BJ에 대해 제재를 내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털 관계자는 “아직까지 MCN에 대한 심의제재가 정식으로 도입된 건 아니지만 시간문제로 본다”면서 “자유로운 콘텐츠에서 경쟁력이 나오는 게 MCN의 특징인데 엄격한 심의제재가 이뤄질 경우 이 점이 저해될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 MCN 사업자들은 검증된 크리에이터들을 활용하고 있고, 기존 플랫폼 사업자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광고규제’다. MCN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콘텐츠이기 때문에 광고규제가 강력할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 케이블 채널 수준으로 들어오게 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방송법상 협찬을 할 경우 반드시 고지할 의무가 있고, 간접광고의 경우 제품을 보여주는 건 문제가 없지만 시연하거나 특·장점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

박진우 이사는 “추후 들어설 규제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협회 설립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면서 “업계에서 자율적인 규제시스템을 만들고 추후 나올 정부의 안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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