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안건에 올랐다. “우리가 시사탱크 전문인가”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이 프로그램은 잇따른 봐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려 41건의 제재를 받았다. TV조선은 재차 방송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문제적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진행자 퇴출이나 프로그램 폐지 등의 초강수가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015년 ‘시사탱크’ 제재 30건, JTBC 전체 제재보다 많아

지난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시사탱크’ 제재 안건이 무려 11건 상정됐다.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심의제재를 많이 받지만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독보적이다. 미디어오늘이 방송심의의결내역을 확인한 결과 2012년 6월 방송을 시작한 ‘시사탱크’제재는 총 41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30건의 제재를 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JTBC가 받은 모든 제재 23건보다 많으며 SBS가 지난해 받은 제재건수와 같다.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물론, 구체적인 제재수위를 살펴보면 봐주기 심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사탱크’가 받은 41건의 제재 중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 수준의 제재만 34건이며 방송사 재승인 때 감점을 받는 법정제재는 7건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벌점이 낮은 주의(1점)가 5건에 달했다. 다수인 여당 위원들이 밀어붙여 ‘문제없음’결론을 낸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문제적 보도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야당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제재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계속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행정지도를 내린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법정제재를 내리는데 ‘시사탱크’는 그렇지 않다”며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사탱크’가 유독 제재 많은 이유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편향적이다. 단순 편향이라면 심의제재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시사탱크’의 경우 ‘지나친 사실왜곡 및 허위보도’ ‘저주에 가까운 야당비난’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된 발언 대부분을 사회자가 유도하거나 직접 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정상적인 프로그램이라면 사회자가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반대로 사회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4일 장성민 앵커가 메르스 사태 때 더불어민주당이 워크숍을 연 일을 두고 “이런 정치인들은 쓸어버려야한다” “격리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24일에는 “무능하며 무원칙하며 무책임한 친노집단” ”한국정치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모든 걸 자기식대로 해석해온 친노” ”친노의 정치는 자기 패거리 아니면 모두를 배척하며 반대진영에게 혐오감을 주는 게 특징”이라며 친노를 향해 저주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여권 추천 김성묵 방송심의소위원장마저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TV조선 관계자에게 “장성민 앵커의 진행이 계속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렇게 단정적이고 주관적으로 표현해선 안 된다. 앵커 혼을 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특히 야당을 향한 비난을 왜곡되거나 허위인 사실과 엮으면서 사실상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8월12일에는 북한의 지뢰매설 사건 관련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엠바고를 파기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가증스럽다”는 등의 비난을 했는데, 엠바고 요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탱크’는 사실확인도 없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 7월20일에는 문재인 의원이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의 과거 파산관재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는 식의 억지주장을 내보내 논란이 됐다. 2013년 5월13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내보낸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이다.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

징계 내리고 감봉해도 ‘시사탱크’는 요지부동

TV조선은 방송 전반에 편향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자 개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시사프로그램 비중을 줄이고 예능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근거없는 정치인 순위보도로 문제가 된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의 경우 순위코너를 폐지하기도 했다. 

시사탱크의 경우에도 TV조선은 여러차례 자체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7월 심의위에 출석한 이창하 PD는 “사장과 본부장이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줬다”면서 “(장성민 앵커에게) 강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시사탱크’는 무려 17건의 심의제재를 받았다. 지난달 17일 방통심의위에 출석한 손형기 TV조선 전문위원은 “제작진 3인에 대해 감봉 3개월을 하고 장성민 앵커에게도 출연료를 삭감하는 징계 처분을 했다”며 또다시 선처를 호소했다.

수차례 자체 징계를 내렸고, 방통심의위도 41건의 심의제재를 내렸지만 문제적인 방송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장성민 앵커는 김종인-문재인 밀약설을 언급하며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 모르겠지만”이라며 ‘카더라’식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1일 장성민 앵커는 “윤정국은 수행비서라고 하는데 아마 문재인 대표의 심복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수행하고 다닌다”며 마땅한 근거없이 문재인 비선설을 주장했다. 일방적인 야당 비판도 여전하다. 총선보도감시연대에 따르면 이날 방송시간 70분 중 55분가량이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친노를 향한 저주도 변하지 않았다. 장성민 앵커는 지난달 25일 “친노는 자신들보다 조금이라도 우월하거나 조금이라도 경쟁자가 될 만한 사람들은 다 정리해 버린다”면서 “쓸 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 오직 친노의 권력 탐닉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비난했다. 이는 TV조선도 '시사탱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시사탱크'는 장성민 앵커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운동원 된 장성민 퇴출해야“

이처럼 낮은 수위의 제재가 이어진다면 ‘시사탱크’는 앞으로도 왜곡보도를 마음 놓고 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선거국면에서 이 같은 왜곡보도의 문제가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장성민 앵커는 사실상 선거운동원이 됐다”면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긴급집중심의’를 해 사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TV조선 사장이 직접 문제를 지적하고, 출연료 삭감까지 했음에도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TV조선이 앵커 퇴출이나 프로그램 폐지 등 강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방통심의위 차원에서는 방송법 100조를 적용해 방송출연자가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때 출연자에 대해 출연 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장성민 앵커를 ‘퇴출해야 할 종편 출연자’로 지목해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언론인의 퇴출을 요구하는 건 부적절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모니터링만 할 게 아니라 퇴출요구를 위한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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