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여성출연자가 남성 출연자의 엉덩이를 만지고 꼬집는 성희롱성 방송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논의안건에 올라왔지만 심의위원들은 사안을 가볍게 바라봤다. 지난해 MBC '진짜사나이'심의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지상파방송이 성희롱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으면 이를 지적해야 할 방통심의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방영된 SBS ‘나를 찾아줘’에서 출연자인 이국주가 미션을 받고 조정치의 엉덩이를 여러차례 꼬집고 만지면서 “만져 보니까 (엉덩이가) 쳐지긴 하셨더라고요”라고 말했다. MC인 김성주가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는 등 다른 패널들이 제지하자 이국주는 “제 손은 누가 보상해주나요”라고 맞받아쳤다. 

물론, 방송 분위기 자체가 장난스러웠고 조정치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성희롱으로 비춰질 소지가 분명했으며 방송의 특성상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낸 건 문제다. 기본적으로 제작진이나 방송사의 자체심의를 통해 걸러내야 하는 내용이다.

▲ 지난 8일 방영된 SBS '나를 찾아줘'

결국 시청자가 민원을 제기했고 2일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해당 방송에 대한 논의를 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김성묵 위원장, 함귀용 위원, 하남신 위원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심의를 했고, 경징계인 권고를 내렸다. 

하남신 위원은 “남성이 여성의 엉덩이를 꼬집었으면 성희롱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더 컸을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건 반대의 경우고, (프로그램) 설정이 저급하고 유치한 건 맞지만 방송에서 이런 경우가 많아 심각한 거부반응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함귀용 위원 역시 “성별이 반대인 경우에는 프로그램 제작 자체를 못할 것”이라며 “이런 걸 보면 남자에게 불리하다. 농담으로 던진 걸 다큐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사안을 심각하게 본 위원은 야당 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이 유일했다. 장낙인 위원은 “대상이 남자니까 넘어가자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관계자의 의견진술을 듣자”고 밝혔으나 결국 소수의견이 됐다. 의견진술은 제작진을 불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절차로 통상 중징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MBC '진짜사나이'에서 논란이 된 성희롱 장면.

이 같은 심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MBC ‘진짜사나이’에서 여성 출연자들이 제식훈련을 담당한 남성 교관(소대장)에 대해 “엉덩이가 화나 있다” “엉덩이만 봤다” “엉덩이가 올라갔다” 등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MBC는 해당 방송을 여과없이 방영했으며 “승천할 것 같은 힙업 엉덩이”라는 자막을 넣고 교관 엉덩이 주변에 CG를 넣는 등 부적절한 편집을 해 논란이 됐다. 방송 후 교관의 친누나와 약혼녀가 MBC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렸고, 이후 MBC는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방송의 VOD를 삭제했다.

가족들까지 반발하는 상황이었지만 심의 당시 함귀용 위원은 “하사관(소대장)은 기분이 굉장히 좋았을 것” “나에게 저렇게 말했다면 기분이 좋았을 거 같다”며 2차가해성 발언을 했다. 야당 추천인 박신서 위원은 “뒷모습이 풀샷으로 나와서 그렇지 (엉덩이가 크지 않고) 미디엄 정도의 사이즈인데”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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