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물을 국정원님이 좋아합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이후의 상황을 재치있게 표현한 패러디 사이트가 개설돼 화제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패러디한 사이트가 2일 개설됐다. 기본적인 메뉴는 페이스북과 똑같지만 모든 게시물을 국정원이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게시물 작성시 공개설정을 보면 ‘나만 보기’ ‘친구만 보기’ ‘전체 공개’ 등으로 구성된 기존 페이스북과 달리 ‘나(와 국정원)만 보기’ ‘친구(와 국정원)만’ ‘전체공개’로 돼 있다. 어떻게 설정하든 국정원이 게시물을 훔쳐본다는 이야기다. 

글을 쓰면 “국정원님이 좋아합니다”라는 섬뜩한 알림이 뜬다. 게시글 오른쪽에는 국정원 광고배너가 있는데 클릭하면 실제 국정원 홈페이지로 이동되는 등 디테일한 면까지 담았다.

이 사이트에는 국정원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가정을 한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글은 고양이가 수염으로 썼습니다” “사랑해요 국정원” “박근혜 대통령님 만세” “박근혜 대통령님 영구집권”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필리버스터는 북괴의 지령을 받은 것입니다” 등이다.

사이트는 대학원생 이윤석씨와 대학생 양한슬씨가 함께 제작했다. 이윤석씨는 2일 미디어오늘과 서면 인터뷰에서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주제로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페이지 형식은 페이스북 페이지 공개설정에 국정원이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합성한 ‘짤방’에서 착안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판단이 사이트 개설의 배경이다. 이씨는 “‘테러방지법’이 지닌 폭력성, 위험성에 비해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기성 언론매체를 통해서는 ‘테러방지법’의 본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오갔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정부가 지정한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찰이 가능하며 사이버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사업자들로부터 국정원이 정보를 얻기 쉬워지는데 이 같은 위험을 언론이 지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페이스북 게시물을 훔쳐본다는 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친숙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사이트는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이씨는 “테러방지법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가능하다면 댓글 기능, 방문자수 등의 여러 통계를 집계해주는 기능을 추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혹시 항의를 받지 않았는지 묻자 이씨는 “페이스북은 저희 서비스의 존재를 모를 것 같고, 아직까진 국정원 등의 타 기관에게 항의를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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