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지속됐다. 의원들의 잇따른 발언으로 테러방지법의 문제가 속속 드러났지만 언론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지난달 29일 발간한 10차 보고서에 따르면 물타기와 막말 보도가 횡행했다. 야당 의원들의 외침은 외면하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23일 KBS 메인뉴스 뉴스9는 테러방지법을 소개하며 “테러 위험 인물의 출입국과 금융 거래, 통신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객관적으로 법안을 소개하는 것 같지만 ‘위험 인물’ 이라는 단어의 반복은 시청자를 해당 사안에서 분리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반면 국정원의 잣대로 누구나 ‘위험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5일 뉴스9에는 “대통령의 명령으로 국정원이 그와 같은 대테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 없도록 일단 뒷받침 하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됐다. 새누리당이 공개한 영상을 다시 소개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테러방지법을 구상했다고 주장했다. 

▲ 지난달 25일 KBS 뉴스9
하지만 해당 발언은 맥락이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발언 전체를 보면 “국정원이 최근에 과거사 정리도 하고 도청문제도 정리해서 과거의 부담을 다 털고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니 참 기쁘고 축하하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해당 발언은 '개혁된 국정원'이 제대로 된 일을 맡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26일에는 ‘국회 마비’ 프레임이 등장했다.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는 26일 “여야가 합의했던 선거구 획정안 처리도 무산되며 국회 마비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는 “테러방지법과 무관한 발언도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지만 정작 핵심 내용은 충실히 전달하지 않았다. 

29일에도 뉴스데스크는 “일주일째 계속하고 있는 무제한 토론으로 선거구 획정안이 오늘도 국회의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총선이 이제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도 “총선 연기론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권은 정쟁만 계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총선감시연대는 “망가진 공영방송, 추락하는 KBS에는 날개가 없다”며 “공영방송 KBS의 보도에서 국정원의 적폐나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여당의 테러방지법을 적극 선전하고 야당을 비판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까지 끌어들여 ‘물타기’까지 시도해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 지난달 29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보수성향의 종이신문에는 필리버스터를 ‘선거 운동’ 이라 주장한 여당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25일 5면 기사에서 “무제한 토론이 사실상 지역구 선거운동” 이라는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주장을 보도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당시 은수미 의원에게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 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6면 ‘10시간 18분, 9시간 30분…기록 경쟁하듯 필리버스터’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나온 사람들 지역구에서 다 어려운 거 아니냐. 완전 자기 선거운동 하는 것”(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진정성이 있느냐. 국민의 생명을 선거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의 발언을 소개했다. 

국회방송의 시청률이 오르고 온라인에서 필리버스터를 생중계하는 대안언론 팩트TV의 누적 시청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음에도 조선일보는 필리버스터로 정치 혐오가 커진다고 보도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시민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주장에 불과하다”며 “실제 정치에 대한 염증을 키우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나 이를 무기력하게 수용하는 야당의 모습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달 26일 TV조선 박대장 방송화면
종합편성채널에서는 막말 수준의 발언이 나왔다.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25일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 시사Q에 출연해 “테러법안이 통과되면 북한에 불리하다”며 “친북인사들이 그런 것들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필리버스터 하는 의원을 당연히 물갈이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 ‘박대장’은 26일 방송에서 ‘찌라시’를 근거로 ‘카더라’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사용된 찌라시는 “은수미 더민주 의원이 필리버스터 기록을 깨면서 컷 오프 명단에서 빠지고 백군기 의원이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당사자에게 이를 확인하는 검증은 없었고 당사자 해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총선보도감시연대는 “루머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결론은 없고 찌라시 내용만 남아버렸다”며 “유언비어를 전 국민에게 유포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 썰‘ 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객관성을 교묘히 피해가는 꼼수를 피우면서 사실상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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