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뉴스의 생사여탈권을 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없고, 논의과정을 비공개 방침으로 정해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제휴평가위는 3월1일부터 포털뉴스 입점 및 퇴출심사를 시작했다. 30명의 소속 위원들이 각각 15명씩 입점과 퇴출소위원회에 나눠져 심사를 맡게 된다. 퇴출심사는 월 1회 정기평가가 원칙이나 위원장 또는 위원 3인 이상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별도로 회의를 열 수 있다. 입점의 경우 검색제휴는 연 2회, 콘텐츠 제휴 및 네이버 뉴스스탠드 제휴는 연 1회씩 실시한다.

뉴스제휴평가위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언론 입점 및 퇴출 심사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방송협회, 케이블TV방송협회 등 이해관계 당사자가 주축이 돼 공정한 심사가 힘들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평가위는 지난 1월 심사규정을 공개했지만 규정이 모호해 자의적인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평가위의 일거수일투족에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평가위는 사실상 ‘비공개’로 활동할 계획이다. 회의 참관은 물론 회의 일정, 회의 내용 모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평가위는 제재가 결정될 경우 매체명을 노출하지 않는 선에서 결과를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언론이 평가위와 소통할 공식적인 창구도 없다. 지난 1월 뉴스제휴평가위 공개 기자회견에서 ‘소통창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허남진 위원장은 “창구를 마련하겠다. 문의사항이 있으면 그곳을 통해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털 네이버와 다음은 기본적인 내용만 담은 FAQ페이지를 개설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양대포털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 검색해도 결과에 잡히지 않는다. 

언론 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신고나 문의하는 일도 쉽지 않다. 평가위 심사기준안에는 “포털사’는 평가업무의 실효성을 위해 이용자가 불만사항을 신고할 수 있는 사이버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돼 있으나 관련 페이지를 개설하지 않았다. 포털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만든다는 조항은 아니고, 고려사항인 것으로 아직까지 개설되지 않은 것”이라며 “추후 상황에 따라 개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위에 대형언론이 소속된 단체들이 참여해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는데, 정보까지 투명하지 않으니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건 군소언론이다. 한 인터넷 매체 관계자는 “마이너 매체들에게는 의견수렴 절차도 한번 없었다”면서 “문의나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까막눈이 됐다. 시간이 흘러도 개선이 없으니 이제 평가위에 기대도 없다. 신경도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허남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장(중앙)이 7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가기준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결국 군소매체들은 최대한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관계자는 “연예기사를 쓰면서 이용자 편의를 위해 소속사 등의 정보를 링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업체 링크 등 홍보성 기사가 될 경우 제재대상이 될 수 있어 이제 링크를 달지 않는다. 조심스러워졌고 점점 위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언론들이 스스로 ‘클린선언’을 하거나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가위 입점시 ‘인터넷신문 윤리강령 등 언론윤리 준수를 서약하거나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이를 실천하는지’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한 인터넷언론 관계자는 “정작 어뷰징을 많이 하는 큰 언론들은 이런 거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작은 언론들은 당장이라도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점수를 따기 위해 최대한 숙이고 들어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신문위원회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위와 자율심의 준수서약을 맺은 매체는 172곳인데, 지난 2월에 신규로 참여한 서약사만 41곳에 달한다. 인터넷신문위는 “전년 같은 시기에 비교해볼 때 4배 가량 늘었다”면서 “뉴스제휴평가위의 활동이 시작되는 3월 이후에는 자율심의에 참여하는 매체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평가위의 ‘오락가락’행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15일 평가위 첫 회의 때 유봉석 네이버 이사는 “어뷰징 제재는 평가위가 심사를 시작하기 이전에도 적용되며 현재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는 3월1일부터 어뷰징을 심사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평가위가 꾸려지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1년 가까이 자체 심사를 멈췄는데, 결과적으로 이 기간 포털이 무법지대가 된 셈이다. 

출범 후 해를 넘겼지만 평가위의 기본적인 시스템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위원 임기 및 사무국 설치여부 등에 대해 묻자 평가위 관계자는 “임기논의와 사무국 논의 모두 아직 미정이라고 보면 된다. 확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법으로 평가위의 논의 과정을 공개하도록 강제할 수단은 없지만 평가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제휴심사를 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고 역할이 공적이기도 하다”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압을 우려한 것이라면 위원들 개개인 발언은 밝히지 않더라도 논의절차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받는 매체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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