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한 후 표결 통과를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6일째 계속되고 있다. 23일 저녁 7시5분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테이프를 끊은 필리버스터는 28일 오후 1시30분을 기준으로 114시간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은 23명이다. 

테러방지법의 정식명칭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지만, 국정원의 무분별한 정보수집 권한 강화로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이런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합법적인 필리버스터 진행에 대해 보수신문과 종합편성채널뿐 아니라 공영방송들까지도 필리버스터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생중계는 ‘마국텔’(마이국회텔레비전)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질 정도로 많은 정보와 재미, 감동까지도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원들의 토론 내용을 두고도 ‘앵커 신경민의 모두까기 16시 국회데스크 LIVE’, ‘강 목사의 홀리버스터’, ‘DJ 경협의 법이 빛나는 밤에’ 등의 재치 있는 소개글이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발언 도중 눈물을 흘렸다. YTN 뉴스 갈무리.

아래는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필리버스터 관련 국회 회의록에서 발췌한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모음이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헌법 77조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가비상사태 선언은 모두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입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위해서 국가비상사태를 간주한 경우는 헌정 사상 처음입니다.”

“며칠 전 제가 이 자리에서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국무총리에게 이와 관련한 질문을 했었지요. ‘대한민국에 이와 관련한 범정부의 차원의 국가기구가 존재하는 것을 아느냐’라고 하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께서는 ‘그 기구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 기구의 의장이 국무총리입니다.”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
“네 편이냐 내 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옳고 그름을 따져서 심사를 하고 토론을 하고 입법을 하는 것이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래서 헌법이 있습니다. 왜 헌법에 일자리, 노동, 복지 제공한다라는 것 이상의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할 권리 같은 것이 있겠습니까?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어떤 사람도 탄압받아서는 안 되고….”

-박원석 정의당 의원
“정보기관의 감청에 대해서 적절한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에 국정원의 권한이 더해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전 국민의 사생활이 속속들이 국정원의 정보수집 범위 내로 들어가게 되는 그런 우려할 만한 사태, 빅브라더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릅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통령께서 18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에 보면 국민행복 10대 공약에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 관련 법제도를 개정을 하겠다라고 하는 것인데, 약속을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약속을 지키셔야 됩니다. 그런데 사이버테러방지법이라든지 테러방지법이 통과가 되면 대통령의 약속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됩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빅브라더의 사회에서는 빅브라더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법을 배우게 되고 결국은 모두 순치됩니다. 이번에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무늬만 테러방지법은 빅브라더 사회를 꿈꾸는 국정원 확대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지 30년이 되어 갑니다. 이제 제발 상식이 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최소한 그런 사회를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기성세대인 우리들이 최소한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왜 우리 아이들에게 감시사회를 물려주시려고 합니까? 왜 우리 아이들에게 통제사회에 살라고 강요하십니까? 우리 아이들이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서로 서로 불신하는 불신의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 보고 싶으십니까?”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금 이게 19대 총선공약입니다. ‘새누리당의 진심을 품은 약속’이라는 프린트물입니다. 여기에 보면 ‘의장 직권상정의 요건을 강화하겠다, 의안상정 의무제를 도입하겠다, 위원회 안건조정 제도를 도입하겠다, 본회의 필리버스터를 도입하겠다’ 그렇게 돼 있습니다. 지금 자기들 약속이 잘못됐다고 주장을 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아무리 새누리당이지만 그만하는 것이 저는 맞다고 봅니다.”

“아무 사람에게나 ‘김태희’라고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김태희가 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이 테러방지법의 내용에 대해서 언론들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 주고, 이 테러방지법 내용의 무엇을 야당이 문제 삼는지, 무엇을 야당이 반대하고자 하는지, 왜 반대하는지, 그리고 여야 간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이게 어떤 식으로 해서 문제를 풀어 가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언론 보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제 제가 했던 내용을 모두 마쳐야 하는데 마치려고 하니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참 답답합니다. 그런데 제가 꼭 그냥, 이것은 그냥 혹시 뭐 다르게 생각하지 마시고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고 갈 테니까 그것으로, 부르고 갈 테니까 노래 제목은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통령께서는 없다고 그러고, IS도 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는데 제가 이렇게 읽어 드리는 이유는 대통령께서도 우리나라에 이런 잘 갖춰진 대테러방지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고, IS에게도 이제 이렇게 잘 갖춰진 테러방지법이 있다라는 것을 알려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
“지금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작년 말부터 공포 분위기 조성에 나서더니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따내고자 하는 결과물은 뭡니까? 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있지만 바로 이 국정원 주도의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는 거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전 국민 사찰을 강화하고, 나아가서 이번 총선도 목표겠지만 더 근본적인 목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 장기 집권의 길을 여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직권상정된 국정원 주도의 테러방지법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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