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와 PD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고영주 이사장)는 백 본부장을 비롯해 안광한 사장, 권재홍 부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등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방문진은 지난 25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MBC 이사 선정 결의 건’을 다루며 백 본부장 등의 재임 여부를 논의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 자리에서 최근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백 본부장과 노동조합에 대한 반론보도 판결 당사자인 권 부사장, 보도 경쟁력과 공정성 추락의 책임자 김장겸 보도본부장 등 3명에 대한 재임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날 회의에 출석한 안광한 사장은 “여러 가지 인사 판단 기준이 있지만, 상법상 임기(3년)가 있다고 해도 작년에 합심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안정적 경영기조를 위해서 재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야 추천 이사들 간의 격렬한 논쟁이 오갔지만 고영주 이사장이 안 사장을 회의장에서 퇴장하도록 한 후 9명의 이사 중 고 이사장 등 여당 추천 6명 이사들이 백종문 본부장 등 3명에 대한 재임에 찬성해 안건이 의결됐다.
야당 추천의 유기철 이사는 “백 본부장 등이 술 마시고 헛소리했다는 게 지난 이사회 결론인데, 그 중엔 사실이 있을 수도 있고 백 본부장과 MBC가 녹취록 파문 이후에 사과 한마디,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며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정치적 고질병, 구태를 뒤집어씌워 놓고 오늘 또 다수의 힘으로 뭉개 관철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방문진 무용론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질타했다.
고 이사장 등 여당 추천 이사들이 뜻을 굽히지 않자 야당 측 이사들이 백 본부장만은 재임시켜서는 안 된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당 측 이사들에 따르면 여당 측 이사들은 권재홍 부사장 관련 ‘허리우드’ 액션 보도와 ‘백종문 녹취록’, 보도 공정성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면서 MBC의 보도경쟁력과 경력기자 채용 등 인사 방침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PD는 “지난번 방문진에서 기껏 녹취록을 달라고 해서 논의하면서 명예훼손이 될지 모른다며 비공개 결정하고, 조합원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무지막지한 말을 하고 실제로 명예를 훼손한 자들의 명예는 그렇게 소중하냐”면서 “정말 심하다.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이런 자세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능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후배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해고해 놓고 다음 재판에 잡아넣자는 자들을 MBC에 남겨 놓고 공영방송이 제대로 굴러가길 바라는 방문진과 방통위, 국회, 청와대, 새누리당 모두 결코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덮자고 한다면 불법행위 저지른 곳을 관리 감독하는 방문진과 그 배후 청와대는 결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