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이 아니라 테러빙자법이다. 국민기본권방지법이고, 야당집권저지법이자 정적감시법이다. 그렇게 봐야 이 법의 특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지난 24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동안 사무실에서 만난 이광철 변호사는 ‘번역기’부터 돌렸다. 테러방지법의 법률적 문제를 듣기 위해 그를 찾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소속인 이 변호사는 테러방지법 국면에서 전면에 나섰다. 민변 의견서를 만들고 기자회견 때 대표로 발언도 해왔다. 이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사건을 주로 맡아왔다. 테러방지법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두 법은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외부요인을 근거로 만들었지만 목적은 국내용’이라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과거 ‘종북이다’라는 외침 하나로 비판여론의 입을 싹 닫게 한 것처럼 이제 ‘북한에 의한 테러다’라고 하면 토론이 사라질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하면 국정원의 추적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광철 변호사 ⓒ민중의소리

‘기본권 방지법’: “테러와 종북, 공포통치가 온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대테러 컨트롤타워가 되며 테러위험인물을 지정하고 이들에 대해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권한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이후 가시적인 변화는 엉뚱하게도 ‘집회’현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민중총궐기나 노동자대회 등 집회에 참가하거나 집회 참가를 준비하는 사람들까지도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될 수 있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험인물’로 “테러예비, 음모, 선전, 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테러에 대한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최초에 테러위험인물이라는 판단을 국정원장이 자의적으로 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집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쇠파이프 등을 들었다는 이유로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테러위험인물’들이 테러를 할 우려가 있다면 정부는 강제진압을 할 수 있다. 테러방지법 2조6호는 “무력진압”을 명시하고 있는데 집회에 경찰력이 투입되는 수준이 아니라 군인이 진압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집회주최세력은 졸지에 테러 수괴가 된다. 테러방지법 17조에 따르면 테러범의 수괴에게는 사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같은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이 같은 가정은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 집회참가자를 IS에 비유한 대통령이고, 살인적인 물대포 진압을 한 공권력이다. 비현실적인 추측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가보안법을 통한 ‘종북몰이’와 테러방지법을 통한 ‘테러범 몰이’가 합쳐지면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이 변호사는 우려했다. “북한과 테러세력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공포를 조장하고, 이를 이용하는 공포통치가 판을 칠 것이다. 단순히 두 법을 합산한 것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연계도 가능하다. “집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과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를 ‘테러범’으로 몰아 계좌정보조회, 감청 등을 통해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다음 국가보안법 위반소지를 캐내 적용할 수도 있다. 특히 온라인의 수 많은 개인정보를 들여다 볼 권한을 국정원에 주는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통과되면 국정원은 테러를 빙자해 그야말로 모든 걸 들여다 볼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체의 기본권, 국민 전체가 위협받는 시대가 온다.”

▲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동안 사무실에서 이광철 변호사를 만났다. 사진=금준경 기자.

‘테러빙자법’: “살인방지법 만들면 살인 사라지나”

“국정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게 되면 역효과가 큰 건 분명한데, 일각에서는 ‘그래도 테러를 막는다는 이점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테러도 막지 못하고, 역효과만 키우게 된다.” 이 변호사는 테러방지법이 테러방지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에 테러는 법으로 방지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살인방지법 만들면 살인이 사라지나. 해난사고방지법이 없어서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게 아니고, 북핵방지법이 없어서 북한이 핵을 만든 게 아니다. 법이라는 건 실태를 점검한 후 이를 개선할 정책을 제시하거나 제재를 가해 사회규범을 세우는 것 2가지로 나뉘는데, 테러방지법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또, 테러라는 건 정치, 종교, 역사적 맥락을 갖고 표출하는 것으로 발본색원하는 게 어렵고 동인도 다양하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이 변호사는 “테러대비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테러 대비는 비교적 원활히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근거해 대테러활동을 비롯해 국제정보조직과 관련된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한미연합사를 통해 미국의 테러정보를 우리가 공유한다. 만일의 사태 때는 총리를 중심으로 경찰과 군, 국정원을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자신이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인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지금 있는 제도도 제대로 못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운용’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굳이 참여정부 편을 들려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민변 의견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과거정부의 테러대응활동을 살펴본 결과를 설명했다. “당시 이라크 파병이 있었고, 김선일씨 피습사건이 있어 테러발생 우려가 컸고 이 와중에 APEC이 열리게 됐다. 국무총리 주재로 각 부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물샐 틈 없이 했더라. 범정부차원에서 테러역량이 발휘됐고, 2005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감탄했다는 보도도 있다. 결국 실행이 중요한 건데, 비슷한 예로 노무현 정부는 사스를 막았고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사태 때 우왕좌왕하다 뻥 뚫렸다. 방역체계법이 없어서 메르스 못 막았나.”

물론, 새누리당은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이 ‘절충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준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테러인권보호관이라는 ‘견제장치’를 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대테러인권보호관은 고작 1명이다. 국회 정보위원들도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운용을 알아내지 못 하는데 1명에서 뭘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정적감시법’: “새누리당 야당 땐 국정원 해체법안까지 내놨다”

새누리당은 왜 다른 그 어떤 법보다 테러방지법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려고 하는 걸까. 이 변호사는 “장기집권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법이 평소에는 정적을 잡고, 선거 때는 당선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앞서 언급했듯 전방위적인 사찰이 가능한데, 이를 야당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반대상황일 때 상대 진영의 반응을 살피면 답이 나온다고 밝혔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해서 지금과 똑같은 내용의 테러방지법을 만든다면 조중동이 반드시 반대할 거라고 본다.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 도청파문이 일었는데, 모순적이게도 당시 조선일보가 이 문제에 대해 굉장히 집중적으로 비판보도를 했다.” 새누리당 역시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 때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테러방지법이 발의되자 한나라당이 반대해 논의가 무산됐는데 야당에 대한 탄압이 될 거라는 우려였다. 국정원 출신인 정형근 의원이 국정원 해체법을 만들었다. 이들이 왜 그랬겠는가. 국정원의 생리를 잘 알고, 어떤 도구인지 알기 때문에 힘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 2001년 3월28일 조선일보 사설. 국정원의 국내정보활동이 '사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국면에서는 ‘조직적 사찰’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변호사는 “지난 대선 때 선거개입댓글을 달았던 국정원”이라는 점을 상기했다. 이 변호사는 “국정원에 정보를 몰아주면 그 것을 통해 자신들이 규정한 ‘종북좌파’와 그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의 낙선활동으로 이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대놓고 사찰하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감시와 통제를 받고 국내파트에서 손 떼는 게 선행돼야 한다.” 국정원 개혁의 단골 결론이지만, 아직까지 조금의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변호사는 “특히 국정원이 수사권을 갖고 국내문제에 개입하는 게 문제다. 해외문제에 대해서만 능력을 갖는 CIA처럼 운용된다면 간첩조작 같은 것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국내파트를 폐지하면 간첩사건에 대응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변호사는 “혐의가 있으면 조사를 하고 수사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당국에 넘기라는 의미다. 국정원 국내파트 없어서 간첩 못 잡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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