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안보를 이유로 무분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애플이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해제에 협조하라”는 미국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발단은 수시기관인 FBI가 아이폰의 잠금을 풀지 못한 데서 시작된다. 애플은 iOS8부터 시스템 전체에 암호화를 자동으로 걸어 암호를 풀지 못하면 핸드폰에 저장된 정보를 가져갈 수 없게 했다. 더욱이 설정에 따라 잠금해제를 10번 틀리게 되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고, 테러범은 이 설정을 걸었다. FBI가 자체기술로 암호를 풀지 못하고 애플에 잠금해제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지자 한국상황에 대한 궁금중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술적으로는 안전하다. 애플의 발표에 따르면 아직까지 자신들도 시스템 암호화를 푸는 펌웨어 등 ‘백도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애플코리아 역시 암호를 풀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은 국제적으로 동일한 모델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이전 버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정보 이외의 다른 정보는 쉽게 수사기관에 제공될 수 있다 ⓒ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안드로이드폰 역시 시스템 암호화를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해제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는 선택사항으로 아이폰처럼 자동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스템 암호화를 거치지 않을 경우 굳이 제조사가 나서서 풀어주지 않더라도 경찰의 기술력만으로도 상대적으로 쉽게 뚫릴 수 있다.

국내 안드로이드폰은 제조사가 수사기관에 협조해 잠금을 풀어줄 가능성도 높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잠금패턴이나 비밀번호 등을 분실하거나 잊을 경우 본인확인만 가능하면 서비스센터에서 잠금을 풀어주고 있다. 물론, 시스템 암호화가 될 경우에 대해서는 두 제조사 모두 미디어오늘의 확인 요청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제조사가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암호해제가 불가능하지 않다. 오병일 활동가는 “잠금해제 실패가 반복될 때 자동삭제 기능이 관건인데 이 것이 없는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잠금을 어떻게 했느냐, 패스워드 자릿수를 어떻게 걸었냐에 따라 푸는 데 걸리는 시간 차이는 있지만 푸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안드로이드 유저건 아이폰 유저건 스마트폰에 내장된 정보 이외의 다른 정보는 쉽게 수사기관에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카카오톡과 같은 특정 앱에 대한 이용률이 높다는 점에서 카카오톡에 영장을 제시하기만 해도 많은 국민의 다양한 정보를 수사기관이 쉽게 가져갈 수 있다. 통신3사 역시 압수수색 영장에 응하고 있어 통화착신 및 수신기록, 문자메시지 등은 영장만 있으면 입수할 수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와 달리 통신3사는 투명성보고서를 내고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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