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4회로 구성됩니다. 5부 ‘How to read 뉴스 고급편’에서 소개할 5개의 글에서는 언론산업을 통해 뉴스를 읽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OO뉴스, 자사 관련된 법 만든다는 소문만 들어도 찾아와서 괴롭혀”

국회에서 언론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보좌관이 한 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각자의 출입처에 가서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이는 공식적 업무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업무도 있다. ‘로비스트’ 역할이다.  

국회나 청와대에 배치한 방송사나 신문사 기자들 중에는 자사에 관련된 법안 통과나 저지를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꼭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을 찾아가 괴롭히지 않아도, 기자들에게는 뉴스라는 주요한 무기가 있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국회 등 각종 정부기관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자사와 관련된 법과 정책을 마주한다. 그 순간 기자들은 객관적인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자사의 이해관계’는 뉴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를 흔히 ‘자사이기주의 보도’라 부른다. 국회에서 법안 하나가 통과되면 한 언론사에 수백억 원의 지원금이 향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니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변화로 인해 광고가 수백 억 규모로 늘어난다면. 데스크건 평기자건 경영진이 이 이해관계 앞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언론사도 기업이니 매출을 좌지우지할 정책 변화에 예민한 건 당연한 일이다.

같은 토론회 같은 설문조사, 서로 다른 ‘야마’

2014년 방송 광고시장에는 ‘광고총량제’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광고총량제란 방송광고의 종류, 시간, 횟수, 방법 등 각종 규제를 방송사 자율에 맡기고 전체 광고량만 규제하는 제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간 프로그램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등 광고 형태별로 광고시간을 제한했다. 예컨대 프로그램 시작 타이틀과 본방송 사이에 나가는 ‘프로그램 광고’의 시간은 전체 방송시간의 10%을 넘을 수 없다. 60분짜리 사극이라면 광고시간은 최대 6분이다.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등도 다 시간제한이 있고 60분을 기준으로 모든 광고 시간은 다 합쳐서 10분을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라 이제 지상파는 광고 형태와 상관없이 광고의 총량을 프로그램 시간의 평균 15%이내, 최대 18%로 자율 편성할 수 있게 됐다. 지상파 방송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려면 광고가 늘어나야 한다며 사실상 광고시간을 늘리는 광고총량제 도입을 주장했다. 광고 단가가 낮은 시간대에는 광고를 줄이고 저녁 드라마 시간대 등 광고 단가가 높은 시간대에는 광고를 집중 배치할 수 있다.

지상파를 제외한 유료방송, 종합편성채널, 심지어 신문사들까지 반발했다. 광고제한이 풀어지면서 광고주들이 지상파에 주는 광고를 늘리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이유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해관계는 뉴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 지상파3사, JTBC를 제외한 종편3사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 보도 갈무리. ⓒ미디어오늘

지난 2015년 2월 13일 광고총량제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지상파와 종편 등도 자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관련 뉴스를 보도했는데, 같은 공청회에 다녀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야마(핵심 내용)가 달랐다. 앵커멘트부터 다르다.

“세계적 추세로 볼 때 지상파 광고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이제는 풀어야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KBS 뉴스9 앵커멘트)
“지상파에 편중된 광고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MBN 뉴스8 앵커멘트)

리포트 제목에서도 차이가 확연히 보인다. 지상파 3사의 리포트 제목은 “과도한 지상파 광고규제 풀어야”(KBS) “‘광고시장 규제완화’ 한 목소리”(MBC) “좋은 콘텐츠 만들 선순환 구조 필요”(SBS) 등 공청회에서 나온 광고총량제 찬성의견에 집중했다. 반면 종편은 “지상파 편중정책…공청회도 편중”(TV조선) “시청권 훼손 방송법 개정 반대”(채널A) “지상파 편중 광고정책 시민도 뿔났다”(MBN) 등 반대 목소리에 집중했다.

관련 기사 : “광고 늘려달라” 시청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도 언론사에 따라 정반대 내용의 기사를 쓴다. 2015년 3월 24일 동아일보는 “광고총량제의 핵심 내용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5일 SBS는 “광고총량제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놀랍게도 같은 설문조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해당 설문조사에서 광고총량제에 대한 찬성 의견은 53.4%, 반대 의견은 46.6%였다.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 광고가 늘어난다는 점을 언급한 뒤 찬반을 묻자 66.8%가 반대했다. TV시청에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은 78%였다.

언론은 자사에 유리한 응답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3월 23일 MBC 뉴스데스크의 리포트 제목은 “좋은 콘텐츠 위해 광고 필요”다. SBS 8뉴스 리포트 제목은 “광고총량제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이다. KBS 뉴스광장은 24일 “국민 절반 이상 찬성”을 리포트 제목으로 내보냈다.

비지상파 진영은 다르다. “광고총량제 도입되면 TV시청 불편”(3월 23일 YTN) “국민 78% ‘지상파 광고총량제 땐 TV 시청하는데 불편 커질 것’”(3월 24일 조선일보) “지상파 프로그램 광고 허용시간 확대…국민 66.8%가 ‘반대’”(3월 24일 동아일보)

관련 기사 : 잘 모른다는 국민들 팔아 광고총량제 아전인수 보도

자료 왜곡에 시민단체 의견까지 입맛대로

닥치는 대로 자사 이해관계를 대변하는데만 치중하다보니 자료를 왜곡하는 일도 벌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5년 2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해 작성한 광고총량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이 된 광고주 중 19%가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TV 광고비 지출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고, 이렇게 답한 이들 중 81.7%가 다른 매체의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지상파 언론은 이 여론조사를 침소봉대했다. TV조선은 “기업 10곳 중 8곳은 광고총량제 시행 시 신문과 케이블 방송 등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로 쓰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되면 신문과 중소 방송사들의 광고 수익 중 연간 2천억 원 가량이 지상파로 쏠린다”고 보도했다. 전체 광고주 중 지상파 광고비를 늘리겠다고 답한 광고주가 19%라는 점은 누락시킨 것이다.

2천억 원 가량이 지상파에 쏠린다는 점도 왜곡소지가 있다.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총량제로 인한 연간 총 이익은 217억 원~383억 원이다. 2천억 원이라는 계산은 케이블업계의 주장이다. TV조선은 광고주 조사는 방통위 연구결과를 인용해놓고 정작 이익 계산은 케이블업계의 주장을 따랐다.

TV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신문협회 소속의 19개 신문이 “81.7%가 타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비로 돌리겠다고 밝혔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한국신문협회가 2월 26일 이사회에서 전 회원사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광고총량제 도입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결의한 뒤 발생한 일이다. ‘가능한 모든 방법’에는 전 회원사가 광고총량제 부당성을 지적하는 사설이나 칼럼 게재, 기획기사 일제히 게재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상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이런 보도를 한 매체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4개 신문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했고 해당 매체들은 정정보도를 해야만 했다.

시민단체들의 의견도 왜곡되기 일쑤다. MBC는 2015년 2월 13일 “광고시장 규제완화 한 목소리”라고 보도했으나 실제 공청회에 참석한 종합편성채널, 한국신문협회, 시민사회단체 패널 등이 광고총량제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한 목소리’가 아니었던 것.

같은 공청회를 취재한 MBN와 채널A 등은 시민단체들이 지상파 광고규제 완화에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당시 시민사회단체 패널로 참석한 추혜선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광고 규제완화가 시청권을 훼손하고 보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민단체 의견을 자기들 유리한대로 집어넣은 것이다.

▲ 종편 겸영 신문의 자사이기주의 보도. ⓒ미디어오늘

“언론도 이해당사자라 기사를 봐도 모르겠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 언론은 뉴스를 빙자한 자사의 입장 홍보에 열을 올린다. 700㎒ 주파수 할당은 또 다른 사례다. 정부는 지난 2014년 말부터 황금주파수라 불리는 700㎒ 대역을 지상파 방송사에 줄지, 통신사에 줄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상파는 UHD 방송을 위해 주파수가 더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통신사는 늘어나는 통신사용자를 대비하려면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전쟁에 가까운 난타전을 벌였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에 할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고 대기업 통신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경제지나 IT, 전자업계 신문들은 통신사의 손을 들어줬다. 방송광고시장을 놓고 지상파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종편, 종편을 소유한 신문들도 지상파 때리기에 앞장섰다.

관련 기사 : 지상파 뉴스 “통신재벌에 주파수 몰아줘선 안돼”

                    700㎒ 주파수를 둘러싼 ‘언론 전쟁’

나는 주파수 할당이 한참 논란이던 2014년 말 700㎒ 주파수의 담당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출입이었다.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리는 날이면 기자들의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지상파 방송사 기자들은 카메라를 여러 대 들고 나타나 생중계를 했다. 스포츠경기도 국가주요행사도 아니고 일반 국민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 주파수 공청회를 말이다. 의원 입장에서는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으로 느껴질 법하다. 반면 경제지나 IT 관련 신문 기자들은 국회의원들이 지상파의 공공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코웃음을 치며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한 미방위 담당 보좌관은 나에게 “미디어오늘의 입장은 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 보좌관은 미디어오늘 입장을 묻는 이유로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언론까지 죄다 이해당사자라 기사를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미디어오늘은 지상파 편도 아니고 통신사 편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이 자사이기주의 보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윤영민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와 김도경 고려대학교 박사과정이 지난 2015년 12월 발표한 논문 ‘방송은 자사의 이익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는가?’에 따르면 지상파 3사 모두 광고총량제, 700MHz 대역 주파수 재분배, 수신료 인상 보도에 있어 자사이기주의 보도 경향을 보였다.

광고총량제의 경우 총 49건의 보도 중 45건(91.8%)이 지상파의 입장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700MHz 주파수의 경우 지상파3사의 관련보도 64건은 모두 지상파에 분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KBS 수신료 인상 보도는 전체 71건 중 약 62건(87%)의 뉴스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KBS의 입장과 같았다.

뉴스에 등장하는 취재원도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지상파가) 다양한 여론을 전달하기보다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의견을 선택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같은 입장의 정보원을 선호해왔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3사에서 ‘광고총량제 도입을 찬성하는 취재원’만 방송에 내보낸 경우는 90%인 44건에 달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 배분 보도의 경우 지상파와 같은 입장을 가진 취재원을 방송에 내보낸 경우가 77%인 49건이었고 수신료 인상 논란 역시 수신료 인상을 찬성하는 정보원만 활용한 비율이 69%에 달했다.

▲ ⓒ미디어오늘


방송정책 뉴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나도 관련된 기사를 많이 썼지만 흔히 광고총량제, 700MHz 같은 기사를 ‘조회 수 안 나오는 기사’라고 부른다. 일반 독자들은 이런 미디어정책 이슈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이런 뉴스들은 열독률이 높다. 업계 이해관계자들은 밑줄 쳐 가며 읽는 기사다.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아닌 뉴스 소비자들은 이런 뉴스를 안 봐도 된다. 광고가 늘어나 시청권이 방해를 받거나 수신료를 더 내야 되는 상황 정도가 아니면 미디어정책 이슈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은 저서 ‘뉴스의 시대’에서 뉴스를 보지 말고 무선 신호를 끊고 멀리 기차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훨씬 낯설고 경이로운 헤드라인에 주목하기 위해 가끔은 뉴스를 포기하고 지내야하며, 뉴스가 더 이상 우리에게 가르쳐 줄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때 삶은 풍요로워진다는 뜻이다.

지상파든 종편이든 신문이든 대부분의 미디어정책 관련 뉴스는 이해 당사자들이 만드는 뉴스나 다름없다. 언론에 관련 뉴스가 나오면 꺼버리던지 그냥 넘겨버리시라. 삶의 풍요로움을 위해서 말이다.

1.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2) 진영언론과 객관성 : 조선일보와 한겨레, 둘 중 뭘 읽어야 할까

(3) 기레기를 위한 변명 :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4) 뉴스가 할 말, 드라마와 영화가 대신하다 : 미생과 송곳

2. 뉴스란 무엇인가

(5) 뉴스가치의 판단 기준 : 대중은 어떤 사건에 분노하나

(6) 실전예제, 안철수와 이석기의 우연한 인연은 뉴스가치가 있을까

(7) 뉴스가치도 조작된다 : 신참 여경들이 병아리가 된 이유

(8) 같은 뉴스 다른 판단 : SBS는 왜 문창극 친일발언을 보도하지 못했나

3. How to read 뉴스, 초급편 : 텍스트 읽기

(9) 뉴스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 : 의제설정과 프레임

(10) 뉴스 읽기의 기본 :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전제조건을 보라

(11) 언론의 권력, 보도하지 않는 힘 : 언론이 숨기는 것

4. How to read 뉴스, 중급편 : 컨텍스트 읽기

(12) 행간 속에 숨겨진 의도 : 대선개입은 왜 대선불복에 먹혔을까

(13) 뉴스의 흥행법칙 : 편견에 기대고 편견을 강화하라

(14) 실전! 종북 빨갱이 언제 먹히고 언제 안 먹히나

5. How to read 뉴스, 고급편 : 언론산업 읽기

(15) 언론도 기업이다 : 지배구조를 보면 언론이 보인다

(16) 삼성일가와 손석희 뉴스,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가

(17) 기사인가 광고인가 : 돈 받고 쓴 기사 찾아내는 법

(18) 갑자기 사라진 기자들, 왜?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