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에 역행하는 MBC의 지역차별 채용 의혹에 대해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최근 ‘백종문 녹취록’을 통해 MBC 경영진의 차별적 ‘인사검증’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MBC는 꺼진 불이지만 언제 다시 붙을지 몰라”)

실제로 MBC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가 안광한 사장 취임 전인 2013년 12월이 마지막이다. 2014년 안 사장 취임 후 신입사원 입사자는 한 명도 없었지만, 경력 입사자는 70명이 넘는다. 그런데 MBC 경영진이 경력사원 선발 과정에서도 출신 지역을 따져가며 인사검증을 했다는 것은 얼마나 불공정하고 편향적인 채용이 이뤄졌는지 보여준다. 

특히 미디어오늘 등 언론에 보도된 녹취록에 따르면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지난 2014년 극우 성향의 폴리뷰 편집국장 등을 만나 경력사원 채용과 관련해 회사 말을 잘 듣는 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10만 양병설’을 언급한다. 

지난달 25일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방송 갈무리.
백 본부장은 “요새 우리 회사가 많이 좀 안정화 되고 있는데 대신 임진왜란 직전에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설 주장했을 때처럼 지금 MBC도 준비하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며 “밑에서 파업했던 사람들이 올라오고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된다’는 큰 명제를 가지고 인사가 끝나고 올해 안에는 조직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이어 “인사 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음에도 노동조합이 힘이 센 거 같으니까 다 그쪽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며 “이 친구들도 자기 출세라든가, 직장생활에 눈치 보는 것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이쪽으로 확 간다면 절대로 그렇게 안 한다”는 등 경력직 채용 시 지역 차별이 있었음을 자백했다.

이와 관련해 청년유니온과 언론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기업보다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야 할 공영방송사에서 지역 차별, 부정 채용 행위가 일어난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평등권과 노동권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자 채용 시 지역 차별을 금지한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조 가입 차단 등 부당노동행위를 목적으로 한 경영진의 신규 공채 중단과 경력직 채용 정책에 따라 방송사 입사의 꿈을 가진 수많은 청년들의 지원 기회조차 박탈해 정부·여당이 말하는 노동개혁 정책과 상반되는 결과가 공영방송에서 나타난 것”이라며 “더군다나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출신 지역을 선별한 행위는 오너가 있는 민간 기업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MBC 경영진의 반사회적 ‘차별’ 행위에 대해 인권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바로잡아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경력직 채용 결과 특정 지역에 대한 선호 또는 배제 행위가 발생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년유니온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지역차별 채용 의혹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MBC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을 홍보하고 청년일자리 창출을 부르짖었는데 자신이 만든 공론장을 책임져야 할 방송사에서 신규채용이 중단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며 “누구보다 청년일자리 창출과 공정한 채용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에서 지역 차별과 부정 채용 행위가 있어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이 아니라 불공영방송, 불공정방송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자, PD에 대한 불법해고가 드러난 MBC 녹취록 파문은 회사에 밉보이면 누구든지 ‘저성과자’로 전락해 얼마든 쉬운 해고가 가능하다는 우려를 확인해준 실증 사례”라며 “공영방송에서도 버젓이 일어나는 쉬운 해고와 무차별 징계, 마구잡이 저성과자 문제는 정부·여당식의 노동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쉽게 자행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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