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고민에 빠졌다.

유 의원은 진박 마케팅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유 의원은 다른 예비후보와 비교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 로켓 발사 이후 유 의원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대표론자로서 그가 사드 배치를 주장할수록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동을)가 사드 배치 후보지로 오르내리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실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대구 시민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유 의원의 지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 배치를 주장해왔다. 지난 2014년 11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유 의원은 "북의 핵 미사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여 사드 도입은 반드시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 주한미군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방예산으로 도입해야 한다. 우리 외교는 사드 도입에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 등을 설득해야 한다"며 국무총리와 국방부, 외교부는 박 대통령에 사드 도입을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사드 배치 문제로 당청 사이 이견을 보이면서 원내대표로서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친박 등 대부분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함께 사드 배치 공론화에 반대했다.

유 의원은 하지만 사드 배치 공론화를 위한 의원총회를 추진하면서 "사드 문제에 대해 의총을 통해 의견이 집약되면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최근 사드 배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는 당시 "건드리면 (문제가) 커진다. 그건 (정부에) 맡겨놔야 한다"고 발을 뺐고, 윤상현 의원 등은 유 원내대표가 안보 문제를 당 의총에서 논의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에도 유 의원은 사드 배치 주장을 야당으로 확대해 전선을 폈다.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유 의원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냐"고 공세적인 질문을 던졌고, 지난해 9월 공군본부 국정감사 자리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사드 배치 문제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1월 북이 수소폭탄 핵시험을 하면서 다시 사드 배치 주장이 떠올랐고, 유 의원은 사드 배치 대표론자로서 새누리당 내 달라진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난 1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지금이 사드 배치에 적기"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가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 연합뉴스


그리고 지난 7일 북한 로켓 발사 이후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서 유 의원은 "4차 핵실험과 6번째 미사일 발사 직후인 지금이 사드 배치를 결정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되고 구체적인 후보지가 등장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북한의 방사포 사거리에 벗어나 있고 기존의 군사 기지(대구 K2 공군기지)가 이전 중인 대구 지역(동을)이 사드가 배치될 수 있는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 레이더는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해 130도 각도에 반경 5.5km 안이 위험반경 범위라는 점에서 인구 밀집지역인 대구를 포함한 사드 배치 후보지에서 반발이 예상됐다. 유 의원이 사드 배치에 대한 소신을 밝힐수록 지역구 시민들이 반발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최근 유 의원 측에서 사드 배치 후보지와 관련해 정부의 구체적인 후보지 결정 전까지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예전과 다른 분위기다. 

이에 더해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11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들(유승민 의원,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이 정말로 한국의 안보를 위한 진정성에서 사드 도입을 주장한 것이라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미군 기지에 사드가 배치되어도 '상관없다'는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며 "만일 지역구민들이 사드가 들어오는 걸 반대한다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주민을 설득하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K2 공군기자 근방에 거주하는 박인규(43)씨는 "예전 같았으면 밑도 끝도 없이 빨갱이들 미사일 쐈으니 우리가 보복해야 한다고 할만한 어르신 한분이 설 명절 때 사드 배치 지역으로 대구가 거론된다면서 놀란 눈으로 인공위성 쐈는데 왜 자꾸 뭐라카노 하면서 사드가 배치된다고 북한 미사일 막기도 힘들고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말씀을 하시더라. 정치적으로 보수화된 곳이지만 오히려 자기 피해 문제로 다가오면 더욱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드 배치라는게 필요한 것인지 국민적인 여론 작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우리 지역 배치 얘기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사드가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집 앞에는 해롭기 때문에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고 안보 이익을 바꿀만큼 이득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안보 논리보다 님비 논리가 형성되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후보지로만 떠오르고 있지만 후보지 선정 조사 단계 등 논의가 진전되면 대구 지역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강력한 선거 쟁점이 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이 표를 생각한다면 과거 자신의 소신처럼 강하게 사드 배치 문제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 대구시민사회도 사드 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올해 총선에서 사드 배치가 대구에서 쟁점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는 12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고 해서 북의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역사적 경험이 증명하듯 북의 핵/미사일 문제는 한국 전쟁이래의 뿌리 깊은 남북, 북미간 적대적 대결의 산물로서 외교적 대화와 협상의 방식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외면한 채 사드 한국 배치,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같은 압박과 제재로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청와대의 어리석은 발상은 자해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대구와 경북 왜관이 사드 배치의 최우선적 후보지로 오르내리고 있음을 우려한다. 주한미군이 2015년 사전 부지조사를 마친 후 왜관을 가장 선호했다는 보도도 가볍게 흘릴 수 없는 것"이라며 "미군기지로 도시발전이 가로 막히고 환경오염을 비롯한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온 마당에 사드 배치에 따른 기지와 시설의 제공, 사드 레이더의 강력한 전자파로 주민건강이 위협받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우리는 대구시와 대구 경북 지역구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모두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조기에 명확히 밝힘으로써 국익과 안보를 지키는데 본연의 임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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