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설 민심잡기에 나섰다. 총선이 60여일 남은 상황에서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공통적으로 경제의 어려움을 말하면서도 각자 다른 심판론을 내걸었다. 언론은 이번 총선의 선거구도가 ‘1여다야’ 상황이라며 여권의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흘 전 국무회의에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행동을 언급하며 “서울시민에게 사과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박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하자 현기환 정무수석이 “국무회의를 국회상임위처럼 활용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를 보는 언론의 시선은 갈린다. 동아일보는 박 시장에게 “옵서버라면 옵서버처럼 행동할 것”이라 말하고 경향신문은 현기환 수석에게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12월28일 일본과 합의한 ‘위안부 합의’에 따라 한국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정부가 출연하기로한 10억 엔을 모두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위로금으로 개별 지급하겠다고 4일 밝혔다. 정부는 이를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라고 말하지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절차상으로 맞지 않고 내용마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이어 후속 조치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음은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일간지의 6일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심판론’을 심판하라>

국민일보 <北, 설 연휴 8~10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동아일보 <설날 밥상에 ‘선거구’가 없다>

서울신문 <설도 자진 반납…예전엔 상상 못한 일>

세계일보 <‘스윙 보터 선거구’ 49곳이 승패 가른다>

조선일보 <“코리아는 멋진 나라”>

중앙일보 <“북한 변화시키게 중국 협조해달라”>

한겨레 <분열된 야권 ‘아름다운 패배’는 없다>

한국일보 <아빠가 전 부칠 때, 엄마 얼굴의 미소 봤지?>

‘1여다야’ 선거구도 두고… “여권 승리할 것”

설 연휴를 앞두고 정치권이 총선을 위한 민심 잡기에 나섰다. 5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부산역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서울 용산역에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는 용산구 아파트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총선의 선거구도는 ‘1여다야’다. 전통적으로 1여당이 경제에 관한 공약을, 야당이 여권심판론을 내놨다면 이번 선거구도는 더 복잡해졌다. 경향신문 1면 ‘심판론을 심판하라’는 얽히고설킨 1여다야 상황을 새누리 ‘야당 심판’, 더민주 ‘경제 실정 심판’, 국민의당 ‘기득권 심판’으로 정리했다.

▲ 2월 6일자 경향신문 1면.
새누리당은 국회와 야당을 동시에 겨냥해 야당심판론을 내놨지만 책임 회피용이라는 비판이 지적된다. 제1야당은 전통적 구조로 정권 심판을 내놓았지만 경제에 집중한다는 차이점을 가진다. 하지만 제1야당 역시 국민의당에 의해 기득권의 위치에 놓이면서 심판론의 대상이 됐다. 국민의당이 ‘제1야당 교체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노선이 불명확할 경우 정체성 논란 등의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경향신문은 여야3당이 각기 다른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고 분석한 반면 조선일보는 3당 모두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꺼내 들었다고 분석했다. 모두 현재의 경제가 안 좋은 것을 다른 당에 떠넘기며 홍보를 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설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39%, 더불어민주당 20%, 국민의당 12%, 정의당 3%로 나타났다.

▲ 2월 6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에서 이런 ‘1여다야’상황이 정부여당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여권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분열되며 패배한 후 ‘여권 단결-야권 분열’전략에 충실했다. 4.13총선은 야권분열 프레임의 효과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에 선거의 핵심인 수도권을 새누리당이 잡으며 결국 승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언론은 앞으로도 야권 분열 프레임을 유통시키며 판세를 굳게 할 것이라 추측했다.

박원순vs 현기환, 박원순에 “옵서버”, 현기환에 “호위무사”

박원순 서울시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소란이 커지고 있다. 사흘 전 박원순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한 이후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언성을 높인 것이다. 이에 박 시장은 “서울시민에게 사과할 일”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일보는 이를 박 시장이 ‘청와대에 각을 세운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8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 논란을 걸어 연일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관계자는 2일 국무회의 당시 박 대통령을 향해 누리과정 예산이 정부책임이라고 주장하는 박 시장을 두고 여권 관계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는 당시 자리에 있었던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식 사회부총리를 두고 “박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예정돼있었는데 정부에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 2월 6일자 한국일보 8면.
이날 해당 사안에 대해 사설을 쓴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의 논조는 다르다. 동아일보는 ‘누리과정 둘러싼 청와대-박원순 말싸움 볼썽사납다’에서 박원순 시장을 두고 “옵서버이면 옵서버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라 의결권이 없고 발언권만 있다. 이어 동아일보는 “국무회의는 같은 정치적 입장을 가진 대통령과 각료들이 의결을 조율하는 자리이지 정치적 공방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현기환의 안하무인 행태가 드러낸 박근혜 정권의 실상’에서 현 수석이 돌출행동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현 수석은 이번일 뿐 아니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낸 대통령 생일 축하 난을 세 번이나 거부하고, 지난해 말엔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라고 압박했다. 경향신문 박시장의 말이 타당하다면서 현기환 수석은 “대통령 심기를 살피는 호위무사”라고 비난했다.

▲ 2월 6일자 동아일보 사설.
위안부 합의 후속조처에 “일본은 돈만 놓고 빠지는 일”

정부는 일본정부가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개별 지급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청취를 했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만난 피해 할머니는 국내 거주 생존자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이들 가운데서도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두 가지 지점에서 이 후속조치를 비판했다. 첫째는 정부의 위로금 개별 지급 방침이 12월28일 합의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합의에는 일본 정부 출연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개별지급을 하면 이 사업의 진행이 모호해진다. 이는 일본의 법적책임을 가볍게 만드는 일이라고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두 번째로 경향신문이 지적한 것은 위로금 개별 지급이 피해 할머니들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이 1995년 아시아여성 기금을 설립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했을 때 벌어진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이에 정부의 지침을 두고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이전에 대한 거센 반대 여론을 흔들어 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비난했다.

▲ 2월 6일자 경향신문 사설.
▲ 2월 6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 역시 이날 사설에서 10억 엔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개별 지급하는 것을 두고 “일본은 한번 돈만 내면 그만인 것은 물론 재단 설립과 운영 자금 대부분도 한국정부가 맡아야 한다”며 “가해자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떠맡는 바보짓”이라고 비난했다. 한겨레는 “이런 모순이 생기는 근본 이유는 12‧28합의 자체”라며 “과거 친일 관료들이 동족을 억누르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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