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C녹취록으로 촉발된 ‘부당해고’ ‘편성개입’의혹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야당위원들이 제출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에 대한 자료제출요구안건에 대한 정식논의조차 거부했다.

방통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MBC노조원 불법해고 및 방송의 공적책임 저해 등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 자료제출 요구안’의 정식 안건논의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추후 논의하자”고 말했지만 방통위는 여야추천위원 3:2 구도이기 때문에 사실상 관련 조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야당추천 상임위원인 김재홍, 고삼석 두 위원은 MBC 녹취록에 나타난 정황들이 현행법 위반소지가 있고 방통위가 방문진법에 따른 자료제출 요구권한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야 한다며 안건 논의를 촉구했다.  또한, 야당위원들은 이번 사태가 방통위 설치법에서 논의안건으로 규정한 ‘시청자 불만사항처리’에도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위원 2인의 찬성이 있으면 안건을 발의할 수 있다.

▲ 구성=강성원 기자. 그래픽=이우림 기자 ⓒiStock
야당추천 상임위원들이 밝힌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녹취록에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비판프로그램 제작을 막았다는 점을 실토했는데 이는 방송법에 규정한 ‘자율적인 편성보장’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방송법 4조3항은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야당위원들은 ‘재허가 권고사항 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2013년 12월 MBC 재허가 의결 당시 ‘노사관계 정상화 등을 고려한 조직 안정화 방안 마련’을 권고사항으로 부과했다. 방송법 99조1항 2호에 따르면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 등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녹취록을 보면 경영진이 증거도 없이 노조원(박성제 기자, 최승호 PD)을 해고하고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는 등을 통해 MBC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면서 “또한 이념편향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특정보수매체와 결탁해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는 정황도 담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해당 안건을 정식논의안건인 ‘심의의결사항’에 올리지 않고 ‘심의의결 제의사항’에 넣었다. 김재홍 부위원장이 “의안제출권은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데, 일반 안건의결사항에 넣지 않고 심의의결 제의사항에 넣은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항의하자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 법의 각 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심의의결 제의사항으로 둔 것”이라며 “표결을 해야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답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끝내 여당위원들은 정식논의를 거부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이 “방문진은 방문진법, 민법 등에 의해 방통위가 제료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가 모든 자료를 달라고 하면 방문진이 MBC와 방통위 중간에 선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겠나”라며 “방문진법 입법취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시청자불만처리는 주로 유료방송서비스 가입계약 문제, 재송신 문제 등이었다”는 전례를 내세웠다. MBC출신인 김석진 상임위원은 “노조의 입장만 받아들여 논의 하는 건 균형잡히지 않은 시각”이라며 “방통위는 정부기관으로서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녹취록 내용에 관해서도 “노사갈등이 첨예한 때 사적인 자리에서 울분을 토하고, 술자리에서 직무를 과시하고 과장하다보니 편성에 개입했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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