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참가자의 ‘묻지마 해고’ 등 ‘백종문 녹취록’ 파문 이후 4일 처음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안광한 MBC 사장 해임과 부당 해고자 복직을 촉구했다. 

MBC 공대위는 이날 방문진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MBC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그동안 줄곧 귀를 닫아 온 방문진이 오늘만큼은 국민의 준엄한 경고를 수용해 관리감독기관으로서 권위를 스스로 지켜내길 바란다”며 “안광한 사장을 해임하고 불법 해고된 MBC 해직언론인 8명에 대한 복직을 권고하라”고 요구했다. 


공대위는 “고영주 이사장은 ‘MBC 녹취록 파문’에 대해 긴급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이사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지만, 오늘 정기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며 “방문진은 공영방송 경영진들이 벌인 초유의 불법‧부정행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더 이상 MBC를 시정잡배들처럼 주물러 온 자들의 손에 맡겨놔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어 “그럼에도 안 사장과 경영진은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는커녕 ‘정치공작’ 운운하며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며 “고 이사장과 이사들에게 호소한다. 이번에 밝혀진 희대의 불법 망동은 이념의 문제도, 정쟁의 대상도 아니기에 절대 이들을 비호해서는 안 된다.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4일 방송문화진흥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광한 MBC 사장 해임과 부당 해고자 복직을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증거 없는 해고’의 당사자 최승호 PD는 과거 백종문 본부장과 노동조합 집행부 활동을 함께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최 PD는 “백 본부장은 지금 민주노총이라면 이를 갈고 MBC 노조에 대해서도 엄청난 사상검증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 당시 그 사람은 우리랑 같은 일을 했다”며 “그랬던 사람이 20년 이후 후배들을 증거 없이 해고하고 1심 재판에서 지니까 2심에서 꼭 쫓아낼 수 있도록 사이비 언론과 결탁해 대가도 지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광경을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술회했다. 

최 PD는 “이(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뚜렷한 보수이거나 방송에 대한 특별 철학과 원칙이 있다기보다 그때그때 자기 이익에 맞게 (권력의) 도구로서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라며 “MBC를 하나의 전리품 삼아 끊임없이 뜯어 먹는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으므로 국민의 재산 MBC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가진 방문진이 이들을 이대로 놔두면 관리감독 기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PD와 함께 해고된 박성제 기자도 “최 PD와 나의 해고 사유가 녹취록에서 밝혀졌지만, 지금 안 사장과 경영진을 지키고 있는 것은 현 정권이고 결국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약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고 끝까지 방송 장악과 정권 유지 수단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거기서 동료 언론인의 해고·징계 탄압 등 모든 일이 벌어졌으므로 정부 여당이 책임지고 안 사장과 백 본부장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능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오늘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해 백 본부장이 ‘명예회복이 우선이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재철은 2심에서 감형됐는데 사측이 김재철은 배임죄가 명백함에도 선처해 달라는 탄원까지 했으면서 아무 죄 없는 조합원은 해고했느냐”며 “이런 사람을 경영진으로 인정하는 방문진은 무엇이고, 정부·여당과 방문진을 보면 사회 정의와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참으로 통탄스럽고 더러운 세상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MBC 공대위는 안 사장과 백 본부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공대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도 녹취록에 드러난 지역 차별 채용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향후 근로감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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