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28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의 일부를 공개했다. 여기엔 극우 성향의 인터넷 매체 폴리뷰가 MBC 사측에 편향된 기사를 생산하게 된 이유와, 그 대가로 MBC 방송 출연 청탁 등의 부당거래가 오간 추악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관련기사 : MBC ‘백종문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합니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과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이 파업 소송 대응책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최승호 PD·박성제 기자의 부당해고가 폭로되기도 했다. MBC 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밀담 역시 공개됐다. 이 외에도 백 본부장 등 회동 간부들이 정치적인 편향성을 바탕으로 MBC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4일 녹취록의 나머지 부분을 추가로 공개했다. 

※ ‘백종문 녹취록’ 등장 MBC 관계자

1)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2)정재욱 미래전략본부 법무실장 : 2014년 1차 회동 당시 김재철 자문변호사. 회동 후 기획국 법무저작권부 부장으로 입사(2014.5.1)

3)김석창 미디어사업본부 센터장 : 2014년 1차 회동 당시 미래전략본부 관계회사국 부국장

4)김□□ 미래전략본부 정책홍보부차장 : 2014년 1차 회동 당시 기획사업국 문화사업부 차장

▲ 구성=강성원 기자. 그래픽=이우림 기자 ⓒiStock
(6) 10만 양병설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이 폴리뷰와 MBC의 회동에서 난데없이 등장했다. 백종문 본부장은 MBC 내부에서 파업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서 사측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10만 양병’을 언급했다. 안광한 사장이 사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졸 신입사원 공채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속뜻을 알 수 있다. 

백종문 : 요새 우리 회사가 많이 좀 안정화 되고 있어 가지고.
박한명 : 예예. 그런 거 같아요.
백종문 : 안정화 되고 있는데, 대신 요즘에는 우리 저기 어디야, 임진왜란 직전에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설 주장했을 때처럼 지금 MBC라든가 기타 여러 매체에서는 그거 준비하지 않으면 나라가 엉망이 된다, 언론이 엉망이 되고, 결국에는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니까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중간에 파업을 할 때만 하더라도 1600명의 사원 중에서 한 1000명이상이 (파업 참여하니까) 실제로 거기서 회사가 쓸 수 있는 사람들은 한 2, 300명밖에 안되는데, 그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이◯◯ 국장도 그만뒀고 또 누구도 그만뒀고 빠져나가기 시작하잖아요. 그럼,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파업했던 사람들이 올라오고.
그래서 그걸 우려를 하고 있고, 지금은 거의 뭐 바람 방향으로 바람이 세게 불고 있으니까 잠깐 납작 엎드려 있는 거처럼 보이지만, 때가 되면은 또 올라올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된다’ 라는 큰 명제를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디테일하게 갈 것인가. 인사가 끝나고 조직적인 정비가 되고 그래가지고 요즘 천천히 생각하고, 올해 안에는 적어도 해야 된다. 이진숙 본부장 (...안들림...)빨리 이거를 해결을 해야지 된다, 경력사원도 뽑고 준비해야 되는데.

실제로 MBC에 대졸 신입사원이 입사한 것은 안광한 사장 취임 전인 2013년 12월이 마지막이다. 2014년 이후 안광한 사장 체제에서 신입사원 입사자는 제로(0)인 반면, 경력 입사자는 70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런 경력사원 선발 과정에서 출신 지역을 따져가며 인사검증을 했다는 충격적인 발언도 나온다.

백종문 : 경력사원 뽑는 것도 어려워요. 요번에 경력사원 뽑았잖아.
김석창 : 네네. 
백종문 : 인사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가지 다 봤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좀 노동조합이 힘이 센 거 같으니까 장난 아니지. 김종국 사장 있으니까.. 다 그 쪽으로 가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마 김종국 사장이 지금까지 안광한 사장과 비슷한 스탠스를 잡고 있었으면 그렇게 안했을 겁니다.
이 친구들도 자기 출세라든가 또는 회사의 직장생활에 눈치 보는 것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이쪽으로 확 간다면. (중략) 
김석창 :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종국 사장이) 경력기자(※편집자 주:시용기자) 두 사람을 해고를 시켰잖아요?
박한명 : 예.
김석창 : 그걸 일단 보고 있으면, 누가 그거...하하하. 노조에 가입 안 할려고 하겠습니까? 

이런 10만 양병을 위해 백종문 본부장은 특히 사내 홍보부서가 중요하다면서, 함께 자리했던 직원을 바로 인사발령 낸다.

백종문 :홍보부가 굉장히 중요한 데예요. 
김석창 : 그 10만양병설 그것도 구체적으로 좀 이렇게... 움직여주고... 가질 사람들이 자꾸 이렇게 확장해줘야 
백종문 : 제가...‘아, 저 XX 저것도 사람 만들어야 되는데’ 그러면서 내가 좀 이러고 있는데. 
우리 김 차장도 내일 당장 와.
김☐☐ : 예. 알겠습니다. 

‘MBC 내 10만 양병’을 설파하던 백종문 본부장은 보수 진영의 10만 양병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자 폴리뷰 박한명 국장은 어버이연합이 답이라고 말한다.
 
백종문 :  MBC 10만 양병을 해야 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10만 양병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박한명 : 저... 10만 양병은요, 제일 쉬운 거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그리고 조갑제 선생님만 참여를 하시면요, 
김석창 : 예.
박한명 : 한 7만 명 정도 양성을 하시는 겁니다. 7만 양성. 
박한명 : 사실은 이쪽에 돈 나오는 구멍들이 제가 다 압니다. 돈 나오는 구멍들을. 어~ 많지 않습니다. 돈 나오는 구멍이 많지 않습니다. 뭐 다 아마 선배님들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거기에서 차비를 받죠. 차비를 받으면 1000명이면 1000명, 2000명이든 2000명 해서 머리에 수당들을 받았어요. 그걸 받으시고 가는 겁니다. 거기에 가서 도시락도 받아 오시고, 그게 우리가 말하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실체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6, 70대, 거의 6, 70대 노인분들이 사실 보수쪽에서 여가활동을 하시는 겁니다. 2만원씩 받으면서 나와서 요구르트랑 빵이랑 김밥이랑 사발면, 이런 것 받아 가면서 그 노인들이 모이시는 공간이 어버이연합이라는 공간이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소문이 나다 보니까 ‘아, 여기 가면 이렇구나. 또 여기서 얼마나 또 많이 생긴다’ 해가지고 모여서 가장 큰 단체 어버이연합.

(※한편, 박한명 폴리뷰 국장은 위 내용과 관련, 지난달 29일자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말실수를 했거나 오버해 말한 것이며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MBC의 상태를 ‘꺼진 불’에 비유하며, 언제 다시 불이 붙을지 모르니 준비해야 한다며 MBC 사측의 입장을 대변해줄 논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한명 : 그래서 지금 현 상태에서 박근혜 임기가 끝나고 그 다음에 다시하면 이...체제로 건강하게 갈 수 있을까 과연? 
저쪽도 5년동안 또 힘을 비축했다가 갑자기 한번에 뛰어 오를 수도 있고, 4년동안 갑자기 뛰어 오를 수도 있고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꺼진 불도 다시보자’ 이런 차원에서.
백종문 : 그렇죠. 맞는 말씀인데, 상대방도 자기의 패배에 대해서 치열하게 비판하고 어느 순간 탁 튀어 나올지 몰라요. 그래서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중략)
박한명 : 그렇게 될까요? 사장님 이하 본부장님, 또 ◯◯◯ 님께서 정말로 딱 중심만 잡아 주시면 저희들은 정말...(중략)
백종문 : 아니, 그래서 저도(박한명 국장님을)한번 볼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수시로 연락도 하고 또 자주 못 만나더라도 아는 거랑 모르는 거랑 차이가 많죠. 
정재욱 : 약간의 세탁도 필요한게 대중에 훤히 알려진 게 MBC의 전문가잖아요? 
그런데 이게 어제 회의할 때도 그랬는데 우리 쪽에 너무 논객이 없어요. 
많이 양성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면이든 미디어든 다른 것이든.
논객이 너무 없다는 거죠.
김석창 : 본부장님 격려의 말씀~
백종문 : 하여튼...아까 처음과 끝이 똑같이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예, 반갑습니다.
(건배)

그러자 박한명 국장은 자신이 새로 창간할 ‘미디어내일’을 MBC의 해법이라고 선전하며 “MBC 선배님들”이 알아서 지원을 해 달라고 부탁한다.

박한명 : 그래서 MBC는 제가 해법을 ‘미디어내일’로 본 거예요, 사실은
박한명 : 그렇다 그래서 저희가 뭐 동냥을 하듯이 할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고, 저는 사실 어떻게 보면 정 부장님이시고 제가 볼 때 다 선배님이시거든요. 그러니까 선배님이시니까 후배들 이렇게 알아서 해 주시면 참 좋겠는데.
이번에 저희가 우파매체 중에서 네이버로 들어가는 매체가, 그쪽 매체가 많지가 않아요. 큰 데는 뉴데일리하고 지금 BH 데일리안. 매체 두 군데가 지금 유일한 매체고요. 그 다음에 네이버에 모바일에도 서비스가 안 되는 게 미디어워치예요. 
정재욱 : 안 나오더라고. 
박한명 : ...그래서 저희 ‘미디어내일’은 그 전까지 어떻게든 창간을 할 테니 ‘미디어내일’이 창간하면 ‘폴리뷰’ 여태까지 한 거를 쭉 받아서 바로 네이버로 들어가는 걸로 하자. 그러면 이제 ‘미디어내일’도 들어가고 ‘뉴스파인더’도 들어가고, 그러면 저희쪽 기사 영향력은 좀더 강해질 테니까. 

(7) 프로그램 개입·통제

백종문 본부장은 현재 MBC의 프로그램을 다 “통제”하고 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특정 프로그램과 PD들도 거론하며 모 국장을 혼내고 야단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엄청난 발언을 인터넷 언론 관계자를 만나 거리낌없이 얘기한다는 사실에서 이같은 ‘방송 통제와 프로그램 간섭·개입’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방송법’을 위반했음을 백종문 본부장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이처럼 명백한 위법 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①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②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백종문 : 뭐 모든 거를 다 MBC가 이렇게 심지어는 최근에는 BBK, 광우병까지 다 마찬가지지. 그래서 MBC가 지금은 그런 거 전혀 못하게 지금 다 통제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 이상 그렇지는 않지만 때가 되면 또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지금은 못하게 하는 거를 떠나가지고서 이거는 그런 거를 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래서 굉장히 공정하게 해야 되고 또 우리가 언론사가 아니고 방송사로서 자신의 의무를 해야 되는 거지.
백종문 : 그래서 MBC가 그동안 그렇게 해왔지만 좀더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박 국장님과 소실장님이 많이 지원해 주시고...
박한명 : 지원이라니요? 저희가 해드리는 거는 시즌2입니다. 시즌2.

라디오는 다 빨갛다? 백종문 본부장 등 현 경영진이 극도로 편향된 시각으로 현업 제작진이나 프로그램들을 재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라디오 프로그램 패널 선정 등에 백종문 본부장이 직접 개입했음을 자백한다.

백종문 : 아니, 그 사이에 내가 맨날 저기 라디오 시선집중하고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같은 거 할때, 맨날 경향신문, 무슨 뭐 어디 저기, 한국일보, 
김석창 : 프레시안.
백종문 : 프레시안, 아니 근데 왜 그렇게 거기만 쓰느냐? 거기 밖에 사람이 없다는 거야. 딴데는 나오라고 그러면 아침 너무 이르다고 안 나온다고 그러고 뭐 어쩌고 안 나온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뭐 그렇다고 내가 뭐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추천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야, 빨리 바꿔라, 빨리 바꿔라’ 그래서 요즘 프레시안은 바꾼 거 같애. ‘한국일보도 나오지 말라 그래라’ 왜, 만약에 우리 소훈영 실장님 같은 경우가 된다고 그러면 그거 뭐 저한테는 좋지요. 사람 못 채워서 지금 고민인데. 그건 청탁이 아니라 내가 부탁할 일이에요.
박한명 : 아유, 아유, 정말 감사합니다.
정재욱 : 그러니까 김종배가 했던 그거죠?
백종문 : 김종배 같은 거. 
백종문 : 그래서 오늘 우리 박 국장님 내가 처음 봤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그러면 미리 알아가지고서 미리 이런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내가 그래도 우리 라디오 국장한테 ‘야, 왜 없니? 왜 없니?’ 그러면 못 찾아온다는 거예요.
박한명 : 중요한 헤드라인이나 이런 거 보면 다 그 쪽에서.
백종문 : 왕상한 교수가 지금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하고 있는데 죄다 그 쪽이야. 이것도 불만이에요.
정재욱 : 라디오는 아예 그냥 저기고?
백종문 : 응. 
백종문 : 라디오는 다 빨개. 
김석창 : 그 프로그램은 왕상한 교수 그 본인이 스스로 그런 이상한 멘트를 많이 하시던데요. 좀 균형감각이 없어 보이는. 
백종문 : 왕상한이는 자기가 하지.
그래도 왕상한이가 있으니까 그나마 버티는 거야. 
김석창 : ...버텨내는 거군요. 
백종문 : 그럼. 왕상한이가 있겠지만 앞에 있는 PD가 막 손가락질 한다고. ‘왜 대본대로 하지 않느냐?’ 
정재욱 : 아~
백종문 :‘너 기분 안 좋으냐?’ 그러면 왕상한이가 울어요..
‘쟤(PD) 때문에 (멘트가) 잘렸다’고. ‘대본대로 강요한다’, 이거야. 
(한편, 이 녹취록에서 오간 대화와 관련해 왕상한 교수는 지난달 29일자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백 본부장을 전혀 알지 못하며, 진행 과정에서 제작진과 어떤 형태의 갈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 MBC의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얼마나 꼼꼼하게 통제하고 있는지도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백종문 본부장은 자신이 소관본부도 아닌 편성제작본부의 PD수첩에 전화를 해서 마음에 안드는 아이템에 대해 “야단을 쳤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프로그램 방송을 막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말한다.

백종문 : 내가 담당국장한테, 김◯◯ 국장한테 녹화하기 전에 전화했어. 지난 주 화요일이지? 지난 주 전화를 해 가지고서 “너 그 아이템 왜 했니? 응?” 그랬더니 해도 되는 줄 알고 그랬대.해도 될 수 있는데 PD수첩이라는 게, 내가 뭐라고 했냐면 “PD수첩이 옛날의 PD수첩과 다르게 생각해야 된다. 그래서 종편 생각해 가지고 온갖 매체가 난립하고, 찌라시 막 왔다 갔다 할 때 그때 PD수첩은 좀 더 중심을 잡고, 사람들 신뢰도가 있기 때문에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방송을 할 때에도 제일 중요한 게 해야 될 것이고 사전조사도 대단히 조심해서 해야 된다. 그냥 걔들이 한다고 그래서 그냥 놔두면 안 된다.” 
마치 그런 걸 하면 굉장히 진보적이고 개혁적이고 뭐 그런 것처럼 보이는 거잖아. 겉멋들이 들어가지고 그런 아이템을 하는 거야. 그거를 겉멋으로 하는 아이템을 갖다가 이건 막아야지. 그걸 갖다가 그냥 너도, 야, 이 새끼야 내가 그랬어, “너도 좋은 놈 될려고 나이스가이 되고 싶어가지고서 그따위로 아이템 했지?” 내가 야단을 쳤어요. 
박한명 : 그게 방송의도가, 프로그램 제작의도가 그런 의도였나요? 제가 보니까 그런 의도가 아니라, 지금 야권에서 들고 나오는 소수자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이랑 정확히 뿌리가 닿아 있거든요...
정재욱 : 여긴 의도는 없어 보여요. 
박한명 : 그래요? 
정재욱 : 네. 그냥 다루고 싶은 개인취향이고, 의도는 없어 보였어요. 임원회의 때 한번 얘기 나왔었죠? 
백종문 : 응. 내가 했지. 
정재욱 : 그런 거 왜 하냐고. 방송 전에 어차피 취재는 다 됐으니까. 사장님이 그러셨나? 본부장님이 그러셨나? ‘하여간 할 게 그렇게 없냐?’고. 이미 다 3일 후에, 내일 방송이니까. 그랬던 거 같애. 주필님 열심히 글 쓰시라고 한번 마음을 전달하시죠. 
백종문 : 내가 주필님 쓴 거 봤어. 
정재욱 : 마음 한번 전달하시죠.
백종문 : 그건 나중에 하자고. 
정재욱 : 나중에? 
백종문 : 주필님은, 
정재욱 : 숙제를 내드려. 
백종문 : 그저 PD수첩에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유감 있다는 표현을 내가 봤어요. 하여튼 내가 좀 관리했더라면 조금 더 나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나가지고 반성합니다. 

정재욱 법무실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였던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에 대해 2580이 한 꼭지를 할애한 것조차 문제라는 시각을 드러낸다. 그런 방송이 나간 것을 두고 “뚫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재욱 : 이번에 쌍차 판결나고 그날 그 다음날 미디어오늘에 났어. KBS, SBS는..쌍차 판결 이후에 근로자의 우리 사회의 문제점 한 꼭지를 거기서 다뤘는데, MBC는 화면도 극렬시위하는 모습에다가 그냥 이렇게 한 줄로만 그걸로 맨 끝에 노동자 뭐 문제 됐다라고 꼭지를 그렇게 한 꼭지만 다뤘더라고. ‘이 자식들 봐라’. 저는 요즘에 유심히 보거든요. 
근데 일요일날 어제 보는데, 그저께 보는데 2580에서 15분 한 꼭지로 쌍차 문제를 다루는 거야. ‘어어? 이게 뭐지? 왜 이렇게까지 다루지?’ 그래 그럴 수도 있어. 언론사가. 그런데 오늘 미디어스가 난 거야, 어제 저녁에. 하, MBC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찾았다. 근데 그래서 어떻게 보면 칭찬하는 줄 알았어. 근데 여전히 권력에 유착된 경영진 앞에서 얼마나 이걸 하기 힘들었을까? 근데 이걸 장하다. 경영진 앞에서... 가만 안 둘 거거든, 내가 진짜 이거 또.
박한명 : 그러니까 얘네들이, 얘네들이 지금, 
김석창 : 백종문 본부장의 벽을 뚫고, 만리장성을 뚫고. 
(웃음)
백종문 : 내가 있었었으면 안 뚫렸지. 뚫렸더라고.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대목도 나온다. MBC 예능프로그램이 국민을 좌경화시키는 일등 공신이라는 폴리뷰측의 황당한 주장에 백종문 본부장도 동의하며, PD나 작가의 정치적 의도가 들어가지만 회사가 (시사·보도 프로그램과 달리) 예능은 손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한명 : 그러니까 MBC가 제일 크게 해주셔야 될 일이, 사실은 저희가 새마을운동하고 뭐 전두환 정권 이렇게 하면서 국민계몽이 많이 됐다 그러는데요. 
박한명 :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계몽운동을 좀 해주셔야 돼요, 계몽운동을. MBC에서 정말 국민계몽을. (중략)
그러니까는 예능이, 저는 교양, 보도 이런 쪽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지금 예능이요, 국민을 좌파, 좌경화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 봐요, 사실은. 
김석창 : 제일 파괴적인게 옛날에 종편, 예능 이런 거 없을 때 일간스포츠, 선데이서울의 이게 뭔가 이게 보도성이, (웃음) 제일 파급력이 엄청 컸어, 내 기억에. 뭐 조선일보나 한겨레신문 이게 아니고, 선데이서울이나 일간스포츠 이런데 정치성 기사들이 이렇게 나가버리면 그걸로 그냥 끝이야 끝. 
애초에 정치적인 기사를 다루는 매체 입장에서는 아무리 얘기해 봐도 진영의 논리밖에 안 되는데, 아무 방어논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예능프로그램 하면서 출연자가 이렇게 나와 가지고 하는 얘기, 청춘콘서트의 안철수 이런 것도 똑같은 거야. 
박한명 : (중략) 그러니까 예능 쪽에서 그 친구들이 가감없이 하는 말 같지는 않고, 작가가 뭔가를 토스를 했을 텐데. 
그 친구들 나와 가지고 라디오스타나 이런 데서도 슬슬 하는 거 보면, 정말 예능 좋아하는 사람들은 좌경화가 보도 한 꼭지 보는 거보다 훨씬 더 빨리 되겠구나, 잠식률이 빠르겠구나. 
(중략)
김석창 : 제일 무서운 게 배경이 되고 이게 소위 전략이거든. ◯◯◯나 작가나 그런 쪽의 전략 자체가 난. 그들의 어쨌든 그게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전략자체가 굉장히,
백종문 : 의도하고 있는 거지. 
회사가 손을 못 대고 있는 거지.

(8) 기자·PD 업무 배제 실토

백종문 본부장 등 사측 인사들은 PD와 기자들에 대한 업무 “배제”도 “클리어”하게 됐다고 실토한다. 

소훈영 : PD. 
정재욱 : 누구죠? 
백종문 : MBC? 인사? 
박한명 : 다시 돌아온 거 같더라고요. 
백종문 : PD가? 
박한명 : 네. 뭐지, 이번에 새롭게,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지는데 훌륭하게 다시 복귀를 했더라고요. 
백종문 : ◯◯◯이 얘기하는 거 아니야, 기자? 
소훈영 : 아닐걸요. 다른 사람 같은데. PD인데,
백종문 : 피디 프로그램 다 배제시켰는데, 
김석창 : 제가 볼 때는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클리어하게. 

백종문 본부장이 언급한 업무 배제 대상은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로, 50여 명 정도로 보았다. 이는 현재 현업에서 배제돼 있는 인원 숫자와 일치한다.

백종문 : 회사를 망가뜨린 사람들이 한 내가 볼 때 80에서 한 50명. 
파업할 때. 한 50명 정도 된다고 보는데 걔네들이 전부 다 일을 안 하고 노동조합에 이렇게 같이 노동조합에 몸을 담아 가지고 자기네 기득권 지키겠다는 사람들이에요. 카메라기자, 아나운서, 영상카메라, 보도국의 일부, 요런 친구들, 교양국에 일부...

(9) ‘뉴라이트 역사관’  다큐 외주제작 논의

회동 참석자들은 MBC가 나서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고 논의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MBC에서 외주 제작을 추진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정재욱 : DJ정권 들어 왔을 때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그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백종문 : 예.
정재욱 : 그럼 우리는 지금 이승만 정권, 박통만 왜 그래요? 이승만 정권부터 다뤄야 된다고 봅니다. 현대사를 이렇게 치욕적으로 자기부정하는 사회가 없어요.
그렇게 지금 다 그렇게 배워왔거든요 사람들이. 좌파지식인, 지식권력인들이.
(중략)
정재욱 : (5.16 쿠데타 당시) 나라 만든 지 13년 된 게 무슨 민주주의 국가예요? 48년에 건국해 갖고. 조선하고 억지로 연결시키는데 조선이라는 나라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구요. 
정재욱 : 헌법전문의 무슨 임시정부의 법통과 그것은 말 안 되는...
당구장 건물 이만한 데 세 얻어갖고 그냥 말만 하던 데가 임시정부인데 무슨 법통을 이어 받았다고. 내가 이런 얘기하면 또 마치 나라가 무슨 연속선상에 있는 걸로 사람들을 호도하는데, 나라 없었거든요. 나라 만든 지 13년 된. 

하지만 현재 MBC 내에서는 제작을 할 PD가 없으니 외주 제작을 해야 하고, 이미 세팅은 돼 있다고 백종문 본부장은 얘기한다. 또, 정재욱 법무실장은 그 외주 제작을 폴리뷰 박한명 국장에게 맡기자고 적극적으로 거든다. 

백종문 : 그런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같은 경우에는 그때는 얘네들이 이제 좌파쪽으로 이제 기울어져 있으니까 만들라면 해요. 근데 만약에 이런 식으로 국가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 1870년대 해방전부터 개화운동서부터 독립운동, 여러가지 하면서 진짜 우리의 어떤 국부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것 좀 만들어봐라 그러면 만들 놈이 한 놈도 없습니다.
정재욱 : 그거 박한명 국장이 바로 서 갖고 외주를 해야죠. 
백종문 : 그러니까 그래서 유일한 방법은 외주밖에 없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도 본부장하고 국장하고 분명하게 지시를 딱 가면은 갈 수 있게끔 세팅은 해놨어요.
박한명 : 예.
백종문 : 그래서 적당한 타이밍이 되면 그런 것들을 할려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작년만 하더라도 김종국 사장 체제하에서는 그게 잘 가동이 안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왜냐면 ‘어, 이거 뭐야? 이게 아닌가봐? 지금은 분명한 사인이 갔기 때문에. 오늘 아침에도 확대간부회의를 했는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런 내용들을 보면은 (…) 확대간부회의에서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좀 있는 거 같고, 그래서... 
(중략)
박한명 : 그거하고 제가 그때 이제 백종문 본부장님께서, 백 본부장님께서 저희들을 어떻게 이제 지원을 좀 해줄까 하고 의논을 하던 도중에 ‘외주를 한번 생각을 해봐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그때 당시에는 뭐 
백종문 : 없어졌지.
박한명 : 100회에 걸쳐서 나갔고, 이제 말씀을 하셨고요. 제가 저, 이진숙 본부장님한테는 제가 좀 말씀드렸고요. 
조해진 의원실에다가는 제가 좀 별도로 막 연락을 받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 건에 대해서는 같이 알고 있는 건이니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을 외주를 좀 하나 주시면 저희가, 제가 직접 제작은 못하고요. 제가 뭐 원거리에서 하는 뭐 자료라든지 아니면 이런 거를 할 수는 있을 테고, 그래서.

(한편, 폴리뷰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조해진 의원 측은 지난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박한명 국장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해명했다.)

정재욱 : 일단 맛보기로 국회방송으로 한번 외주제작 한번 시도해 보시죠.
박한명 : 국회방송이요?
정재욱 : 왜냐면 MBC 같은 경우에 혹시 교양을 하더라도 신생사한테,
백종문 : 신생사가 문제가 아니라, 일단 제작이 그렇게 녹록하진 않아요. 외주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라든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것들 만들어 내고 그 시간대를 주요시간대 편성을 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재원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한다 그러면 외주사를 하나 만들어서 여기 저기 재원을 좀 만드는 그런 작업이 좀 필요할 같고, 내 생각에는 외주제작사 재원을 만드는 그런 일을 먼저 우선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 
박한명 : 제작사들은 있어요. 제작사는 있는데, 제가 저는 거기 관여가 직접적으로 되면 아무래도 노조 애들이나, 
정재욱 : 네, 그건 좀,
백종문 : 문제가 생기죠. 
박한명 :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제가 아예 드러나지 않는...

(10) 총선·대선과 MBC의 역할

백종문 본부장 등 사측 인사들과 폴리뷰라는 보수 인터넷 매체가 회동을 가진 궁극적인 이유는 이들이 MBC에 어떤 ‘공통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총선과 대선을 언급하며, MBC의 ‘역할’을 얘기한다. 

박한명 : 그리고 제가 크게 보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전 이제, 사실 이제 안광한 사장님 체제가, 안광한 사장님 체제가 다음에 또 이어지느냐 아니면 바뀌느냐. 저는 변수가 되게 많을 거 같거든요, 제가 아무리 봐도. 
정재욱 : 총선하고 대선 얘기하시는 거죠? 
박한명 : 그렇죠.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니까 과연 그때 MBC는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다만 이제 제가 MBC가 변화가능성은 많이 보여줘서 땅은 있는 상태고 어쨌든 나무를 심고 있는 상태 같다. 잘 심어질 것 같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듯이 과일이 열리는 역할까지 충실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크구요. 이제 과실을 살찌우고 진짜 따게끔 하는 건, 다음 체제까지는 어찌 됐건 지금 현행, 이어져 오던 그 체제가 쭉 지속이 되면... 
백종문 : 과실을 만들어 내는데, 과일을 다시 씨앗도 다시 또 자꾸만 이게 재생산되고 또 순환되는, 굵어지고, 뿌리가 굵어지고 줄기가 굵어지고 이런 모습이 돼야 되는 거잖아요. 단순히 한번만 딱 그럴려고 하는 것들도 아니지, 사실은. 
(중략)
박한명 : 그래서 지금 얘길 들어보면 보수는 굉장히 낙관적이기도 해요.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보면. 왜냐면 박근혜 정권이 지금 현재 MBC 사장이나 KBS 사장은 축복을 받았다. 왜냐면 박근혜 사장 임기 말까지 어찌됐든 이쪽에서 힘을 쓸 수가 있기 때문에 다음 사장도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 이런 전망도 나오고요.
김석창 : 김재철 사장 때 이게 MB가 정권을 잡으면서 이게 한번 전투가 붙은 거예요. MBC를 두고. 유일하게 제가 볼 때는 그들로부터 교두보를 뺏어왔던 게 김재철 사장, 이번에 안광한 사장님이 확실하게 MBC는... 보수와 진보 이런 걸 떠나서 어떤 저쪽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지금 만들었다라는 부분이 현재 큰 성과라고 보는 거예요. 
왜냐면 이 진지는 엄청 큰 진지거든. 거의 항공모함이에요. MBC라는 자체 이 항공모함을 뺏기는 거하고, 예를 들어서 진지 하나를 뺏기는 거하고 좀 개념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현재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저는 미디어워치든 폴리뷰든 이쪽의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그게 옷이고 우리 날개일 수 있는데, 그냥 또 ‘이만큼 왔으니 계속 가겠지. 계속 이대로 하면 우리가 뭐’ 이렇게 하고 있다가는 어느 순간에는 그쪽의 야금야금 먹어 들어오는 이런 거 때문에 무너지고 이럴 수도 있다고...

(한편, 박한명 폴리뷰 국장은 위 녹취록의 내용들과 관련, 지난달 26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석에서 한 발언”이며, “MBC와의 유착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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